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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영웅들의이면.왓치맨(WatchMan.2009)

by 꿈꾸는구름 2019.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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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나이트 아울2(패트릭 윌슨)와 실크 스팩터2(말린 애커맨) (다음 발췌)

  영화의 원작 만화는 1986년부터 DC코믹스에서 연재된 그래픽 노블로 '브이 포 벤데타''젠틀맨 리그'의 원작자이자 '배트맨''슈퍼맨' 작업에도 참여했던 '앨런 무어'가 스토리를 담당하고 '데이브 기번스'가 그림을 맡은 작품이다. 그래픽 노블로는 유일하게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 이후 발간된 소설 중 100선'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며, 권위 있는 과학소설상으로 SF 및 판타지 문학에게 수여되는 '휴고상'의 1988년 'Other Forms'분야에 선정되기도 했다. 원작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칭송을 듣는 작품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 대한 팬들의 환호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는 없지만 영화가 1960년대 중반, 아직 전 세계가 미국과 소련으로 나뉘어 냉전을 벌이던 시대에 쓰였다는 사실 정도만 인지할 수 있다. 영화 '왓치맨'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괜찮은 영화이다. 단지 원작의 특성상 재미로 보는 영화이기 보다는 철학적인 특징이 강하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감시자들'인데, 능력이 없는 자경단원(감시자)과 거대한 단체 (정부)와 절대자에 대한 고찰이 주 주제이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감시자가 나쁜 마음을 먹게 되면 누가 감시자를 저지할 것인가?', '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라는 말이 된다.

영화의 화자인 로어쉐크(잭키 얼 헤일리) (다음 발췌)

  DC 코믹스의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슈퍼히어로물, 특히 마블 코믹스에서 만들어진 슈퍼히어로물과 확연히 다른 색채를 지닌 '앨런 무어'의 작품은 현실에 대한 고찰이며 풍자이기도 하고 비판과 비틀어 보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은 1985년으로, 실제로 미국의 제37대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이 '닥터 맨해튼'의 도움으로 베트남 전에서 승리를 하고 워터 게이트 스캔들도 넘겨 결국 17년 동안이나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다는 상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 실제 역사 속의 사건이었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인해 두 나라 간 위기가 고조된다. 작품 속 미국 닉슨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같은 방법으로 소련을 위협해 전쟁을 억제하려고 하지만 결국 핵전쟁의 위협에 놓이게 되면서 지구는 멸망을 목전에 둔다. 그래서 '지구 멸망의 날 시계'는 2분 전까지 치달아가고 언론은 연일 전쟁에 대한 공포만을 쏟아낸다. 서로 경쟁하듯이 생산해 낸 핵탄두는 지구를 몇 번이나 멸망시키고도 남을 만큼이었고 이들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히어로는 대중의 바람과는 달리 연약하기 짝이 없다.

영화속 트러블 메이커 코미디언(제프리 딘 모건) (다음 발췌)

  한때 미국의 치안을 지키는 역할을 하던 히어로 들은 국가가 활동의 제약을 가하는 바람에 다들 지하로 숨어들었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후였기 때문이다. ( 난데없이 '시빌 워'가 생각났다. 캡틴 아메리카의 생각이 맞았던 걸까. ) 이미 그들은 노년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으며 과거의 영광을 추억으로 삼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적지 않은 관객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왓치맨'이라는 제목과 'DC 코믹스 원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를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과 같은 슈퍼히어로물일 줄 알았을 것이다. 물론 포스터에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차림이 예사롭지 않은 건 사실이고 가운데에 위치한 '나이트 아울 2'가 입고 있는 복장은 우리가 기대하는 슈퍼히어로의 복장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이 슈퍼히어로물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나마 우리가 아는 히어로와 비슷한 복장의 나이트 아울2 (다음 발췌)

  이 작품에서 우리가 아는 '히어로'의 가장 가까운 성향을 지닌 캐릭터는 파란 몸뚱이를 가진 '닥터 맨해튼' 뿐이다. (개인적으로 ' 판타스틱 4'에 등장하는 '실버 서퍼'와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얼굴에 두건을 뒤집어쓴 '로어 쉐크'의 읊조리는 듯한 내레이션은 1980년대 미국의 현실을 더욱더 암울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고 있으며 말로만 '히어로'였지 별반 큰 능력도 없어 보이는 이들의 초라함은 무력한 인간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히어로 들은 핵전쟁으로 인한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다소 무모하고 황당한 방법을 동원하기라도 하지만 진정 국민을 지키고 지국을 보호할 힘을 가지고 있을 각 나라의 정부는 무책임하기만 하다. 이런 작품적인 성향은 앨런 무어가 '브이 포 벤데타'에서도 보였던 무정부주의와 맞닿아 있을 것이다. 제목인 '왓치맨'이 '감시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점 역시 이 주제와 무관하지 않다.

감독의 연출 성향이 곳곳에 드러나기는 한다. (다음 발췌)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300'에서 스타일리시한 액션 장면과 진중한 색감을 보여주었던 '잭 스나이더' 감독에 대한 매우 컸던 기대가 오히려 이 작품에 대해 많은 관객이 실망한 이유 중 하나다. 원작인 그래픽 노블의 팬들 역시 이 작품에 대해 적잖이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이는 곧 이 작품의 흥행 실패로 이어졌다. 그래서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닌 북미지역 포스터에서 조차 잭 스나이더 감독의 이전 흥행작인 '300'을 강조한 이유는 관객을 '낚으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화려한 영상미로 눈이 즐거운 영화를 잘 만들지만 '왓치맨'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코믹스 '왓치맨'은 방대한 양의 텍스트와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짧은 영화(3시간 분량이긴 하지만)에 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생각된다. 코믹스에 등장했던 '검은 수송선'에 대한 이야기나 중요 인물이었던 일반인들도 모두 등장하지 않고 원작에서의 우울한 히어로들을 미화한 점이라던가, 엔딩으로 인해 변질된 메시지라던가, 피가 튀는 장면이나 슬로모션 남발은 감독의 완전한 실수이다. 그래도 감독이 나름 원작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닥터 맨하탄과 실크 스팩터2 (다음 발췌)

  원작이 그나마 잘 알려진 북미지역과는 달리 원작에 대해 잘 몰랐을 다른 지역 국가의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낭패스러운 작품이었을지도 모른다. 히어로들을 '현실' 속에 덩그러니 던져둔 모습이 어색하기도 했고 오로지 '미국'만을 영화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상황 역시 딱히 와 닿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히어로에 대한 이런 심각한 접근과 현실적인 표현은 이후 히어로가 단순히 지구 정복만을 노리는 악당만 줄곧 쫓아다니는 것만이 아닌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나누기 시작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예상된다.

항상 전쟁에 대한 공포를 담고 사는 지구인들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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