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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틀안에갇혀틀을깨다.폰부스(Phone Booth.2002)

by 꿈꾸는구름 2019.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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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주인공 스투 세퍼드(콜린 파렐) (다음 발췌)

  일반적으로 [스릴러]라는 장르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등장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화나 행동들에 의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영화의 마지막에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전은 없더라도 그만이지만 긴장감을 극도로 치닫게 하고는 반전이 없으면 허탈해지거나 허무해지는게 사실이긴 하다. 긴장감의 고조로 가는 과정과 그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키고, 유지된 긴장감속에 반전을 꽤하는게 성공적인 스릴러 장르의 공식과도 같은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이 영화 '폰부스'는 스릴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야기 전개도 없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갈등요소도 없이 1시간 20분이라는 시간 동안 대부분이 거리 한복판의 공중전화 부스가 차지하고 있다.

뉴욕 한 복판에 위치한 전화 부스에서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하는 스투 (다음 발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만들어내는 스릴감은 최고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으며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의 반전도 꽤나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된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뉴욕의 한복판. 영화의 배경은 아직 정리가 잘 되지 않은 뉴욕을 배경으로 보여준다. 매춘부가 대낮에 영업을 하고, 거리에는 온갖 잡상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슬램가를 방불케하는 흑인 무리들이 위화감을 조성하는 분위기의 거리로 보여진다. 말로만 전해들었던 '최고로 위험한 도시 중 한 곳'으로 불리던 시절의 뉴욕의 모습이다. 조금은 낯설지만.

매춘부와 시비가 붙어 포주가 와서 스투와 한바탕 벌인다. (다음 발췌)

  미디어 에이전트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가진 스투는 매일 같은 시각이 되면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팸(케이티 홈즈)'이라는 여자 연예인에게 전화를 건다. 이를테면 바람을 피는 것인데 휴대전화를 두 대나 가지고 있는 그가 왜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그녀와 통화를 하는지가 이 영화의 핵심요소이다. 공중전화라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구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전화가 되었든 인터넷상의 '댓글'이 되었든 '익명성' 뒤에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도덕이라던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를 저버리고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그래서 범인이 자신의 범행장소로 '공중전화'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위험에 빠진 상황을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스투 (다음 발췌)

  " 왜 사람들은 전화벨이 울리면 누군지도 모르면서 전화를 받는걸까?" 범인의 말대로 스투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때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는 바람에 폰 부스에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범인이 어느 건물에서 총으로 스투를 겨누고 있으며, 전화를 끊고 도망칠 경우 즉시 총을 쏴버리겠다는 협박을 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한번도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공중전화를 통한 목소리만으로 등장하는 범인은 '키퍼 서덜랜드'가 맡아 목소리 연기만으로도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 역할을 한다. 등장인물들의 직접적인 심리적 갈등이나 치고 받고 하는 큰 이야깃 거리가 없어도 뉴욕 중심가의 한 모퉁이에 있는 작은 폰부스라는 공간만으로 스릴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조엘 슈마허' 감독의 연출력도 뛰어나다.

스투에게 다가가는 경찰 레미 (포레스트 휘테커) (다음 발췌)

  그러고 보면 제작비를 수십억씩 투자해도 흥행에 실패하는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중요한것은 투자하는 금액의 양이 아니라 시나리오와 연출력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위험에 빠진 주인공 스투역을 소화한 콜린 파렐의 풋풋한 시절의 모습과 뛰어난 연기력을 함께 감상 할 수 있는 점도 매우 좋았다. 그저 전화기를 붙잡고 가상의 상대와 연기를 해야했을 그의 고충이 엿보였다. 영화의 주제는 '착하게 살아라' 정도로 간단히 볼 수 있는데, 스릴감 넘치는 영화치고는 그 메세지가 빈약해 보일 수는 있지만 인생사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 메세지를 주인공 스투에게 전하기 위해 희생된 두명의 무고한 시민들과 그 난리 법석을 생각하면 조금은 과하지 않았나 싶긴 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건 적은 제작비로 극대화한 스릴감과 긴장감. 뛰어난 시나리오와 연출력으로 나타낼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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