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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완벽주의로스스로를파괴하다.블랙스완(Black Swan.2011)

by 꿈꾸는구름 2019.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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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블랙스완'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이전 작품인 '레퀴엠'이 생각나는 강렬한 영상과 편집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니나라는 발레리나가 완벽을 추구하며 결국은 '흑조(블랙스완)'로 거듭나는 스토리는, 그리 흔하지 않은 선에서 악으로 변해가는 스토리이지만 흑조가 된 니나는 악보다는 광기에 휩싸인 인물에 가깝다. '블랙스완'에서 니나는 악인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외부의 지속적인 자극이 니나의 내면을 건드리고 정신적인 면을 극도로 흔들어 놓음으로써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인물, 완벽함을 이룬 '흑조'가 된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인간이 변해가는 과정을 탁월한 심리묘사와 주인공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력으로 나타낸 영화이다.

촉망받는 발레리나인 니나(나탈리 포트만) (다음 발췌)

  발레리나가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연습을 퍼부어야 가능해질 것이다. '블랙스완'에 등장하는주인공 니나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완벽한 발레리나로 거듭난다. 하지만 '백조'의 연기에서만 완벽한 연기를 해내었고, '흑조'에서는 부족함을 드러낸다. 여리고 순수한 그녀의 이미지는 백조에 들어맞았지만, 이성을 유혹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는 흑조의 연기는 연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한다. 백조 여왕으로 캐스팅이 된 니나는 예술감독인 토마스로부터 '백조의 호수'가 기존과는 달리 흑조의 역할이 강조될 것임을 전해듣고 자신의 부족한 역량을 이끌어 낼 방법을 강구한다. 전형적인 스릴러 장르의 양상을 보이는 전개와 편집, 그리고 영화에 흐르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관객의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강렬한 이미지로 인물의 심리묘사를 시각화하였다. (다음 발췌)

  흑조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불안해하는 니나, 그리고 그런 니나가 외부에 의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그 스트레스가 광기에 의해서 표출될 것임을 암시한다. 백조의 이면, 발레리나의 이면, 그리고 주인공 니나의 이면. 이는 거의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수면 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백조는 수면 아래에서 쉼 없는 발장구를 치고, 발레리나는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보이기위해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가혹한 훈련을 한다. 또한 니나는 백조와 같은 아름다움을 보이지만 실은 엄청난 고민과 스트레스에 남모르는 고통을 받고 있으며 자신의 엄마에 의해 양육되는 매우 수동적인 인물로 묘사된다.니나의 엄마는 니나에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강요하며 엄청난 부담도 준다. 니나는 엄마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결국 엄마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자신의 한계에 부딫혀 좌절하는 니나 (다음 발췌)

  예술감독인 토마스는 완벽주의자이자 실력자이지만 발레단원사이에서 성추행으로 유명하다. 그의 공연에서 주인공을 차지한 배우는 창녀 취급을 받기 일쑤이다. 니나 역시 그의 공연에서 주인공인 백조로 발탁되면서 토마스에게 성추행을 당하기 시작한다. 물론 토마스의 목적은 니나를 흑조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니나는 자신의 이전에 베스(위노나 라이더)라는 발레리나가 똑같은 취급을 받고, 결국은 끔직한 결말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에 빠진다. 그녀의 라이벌인 '릴리(밀라 쿠니스)'는 테크닉은 니나에게 뒤쳐지지만 관능적인 연기와 흑조를 나타냄에 있어 니나보다 더 뛰어난 면모를 선보이고, 그런 릴리를 니나는 경계하며 멀리하려 한다. 

완벽주의자인 예술 감독 토마스 (뱅상 카셀) (다음 발췌)

  동시에 예술감독인 토마스의 눈에 들기위해 그를 유혹해보려 하지만 오히려 토마스가 그녀를 유혹하는 형상이 되자 토마스는 그녀를 나무라며 릴리의 관능미를 배우라는 말을 그녀에게 한다. 예술감독의 자리에 있는 토마스의 역할은 연기자의 내면에 있는, 혹은 있을 '흑조'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것이라 그가 발레리나들에게 행하는 모든 행위가 설명가능한 추행의 범위로 넘어갈 수 있으나 추행이라는 건 당하는 당사자가 정하는 범위이기에 그의 다른 의도를 가진 행위가 추행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건 당연히 추행으로 봐야한다. 토마스의 연기지도는 어디까지나 추행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닌 것이다. 릴리의 역할 또한 니나의 내면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조력자로서의 한 부분을 담당하지만 실은 니나 그 자신의 또 다른 자아가 형성된 것이 '릴리'였다는 사실이 소름끼치게 다가온다.  

서서히 심리적으로 변해가는 니나 (다음 발췌)

  영화에는 거울을 바라보는 니나의 장면이 다수 나오는데 그러한 반사체들을 통해 카메라 앵글이 비추는 모습 이외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사건의 모습을 통시에 볼 수 있다. 즉 새로운 시각을 획득하는 것이다. 또한 거울에 비치는 다양한 투영상은 주인공의 다양한 심리상태, 여러개로 분열되는 의식과도 관련이 있다. 영화에서 거울에 비친 모습은 종종 현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니나의 의식과 무의식의 갈등이 심해지는데 그러한 심리묘사가 거울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흑조 연기에 몰입하는 니나 (다음 발췌)

  새로운 백조의 호수에서는 본래 악역으로 그동안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흑조가 큰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연약하고 아름다운 백조는 절제와 통제, 이성적인 것들을 상징하고,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흑조는 무질서, 혼란, 감성적인 것들을 상징한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결국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백조가 아니라 흑조이다. 주인공 니나는 '완벽의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한 강박은 그녀로 하여금 모든 것을 스스로 통제하려 하게 한다. 그리하여 니나는 절제와 연습을 통해 완벽에 다가가고자 한다. 그러나 예술감독인 토마스가 말하는 것처럼 완벽은 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결국 그녀 내면 속의 흑조, 즉 감성적인 측면은 그녀가 여태껏 억압해 왔던 무의식이었고, 그렇게 억눌리고 무시되었던 만큼 그것은 강렬하고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완벽한 흑조연기를 펼치는 니나 (다음 발췌)

  자아를 잃고 이면에 감추었던 또 다른 자아가 니나를 차지하자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흑조를 연기한다. 첫 번째 연기를 마치고 무대 뒤로 돌아온 그녀는 모든 게 달라져있다. 발걸음, 몸짓, 눈빛, 전혀 다른 니나가 되어있다. 두 번째 연기를 위해 무대로 나서는 그녀의 몸 위로 흑조의 깃털이 자라는 장면은 소름 끼치거나 낯선 모습이 아니라 니나의 심리적인 모습과 내면의 표출로 보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연출이었다. 니나의 심리를 그대로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녀가 바라던 완벽이 무엇인지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라이벌인 '릴리'를 찌른 줄 알았던 그녀가 사실은 자신을 찌르고 연기를 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소름이 끼쳤는데, '나는 완벽했어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심정에 공감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기는 하겠지만, 사람은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기에 '인간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흑조와 백조 양면의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는 삶이 '완벽'은 아니더라도 '사람다운' 삶이 아닐까.

광기에 사로잡혀 비참함 최후를 맞는 니나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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