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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모두가'악'하다.도그빌(Dogville.2003)

by 꿈꾸는구름 2019.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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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는 '어둠 속의 댄서(2000년, 칸 황금종려상 여우주연상)로 화려하게 성공했으나, 여주인공이었던 비요크가 감독의 강압적이고도 반복적인 성추행을 2017년 폭로하면서 2003년 발표하였던 이 영화 '도그빌'의 실제 가해자가 감독 자신이었음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의 이런 성향들은 자유로이 자식을 양육한 두 부모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친부는 아버지가 아닌 아버지의 상관이라는 말을 고백하면서 그의 '여성 혐오'를 키우게 된다. '도그빌'은 실은 영화가 아니고 연극이다. 프롤로그와 9장으로 구분된 시나리오와 페인트로 집을 구분 짓고 허술한 문을 세워서 집들을 구분해 놓는 등 연극 무대처럼 세트를 제작하였다.

주인공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과 그를 지켜주는 톰(폴 베타니) (다음 발췌)

  이 영화는 대부분의 인간은 비밀보장 무죄 면허만 있다면 그 어떤 범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그 어떤 인간도 수차례 악행을 반복한다면 일상인듯 편하게 익숙해지며, 선과 악의 기준은 그곳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의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감독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의 기준에 대한 모호함을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는 '성악설'과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는 '성선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은 환경에 의해 변화하는 존재들이니 태어날 때부터 라는 전제는 이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레이스와 마을사람들 (다음 발췌)

  이러한 실험적인 영화에 유명 배우인 니콜 키드먼과 꽤나 유명한 조연들을 호화 캐스팅한 이유를 부분적인 단역이라도 배우들의 숙련도가 필요해서라는 감독의 설명이 있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 니콜 키드먼이 아닌 무명의 여배우였더라면 칸 영화제에 초청이 되었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경쟁 부분에 출품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고 기대를 모았으며 국내에 개봉 시에도 상영관을 늘리라는 관객들의 요구가 있었을 정도였지만 말이다.

그레이스를 마을에서 지켜주려 노력하지만 톰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 (다음 발췌) 

  범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한 사람에 대한 인간성을 말살하고 파괴하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점을 이 영화에서는 주목해야 한다. 특히나 마을에서 도덕선생을 자처하는 톰은 그레이스를 보호하고 사랑한다고 말한 연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스를 갱단에게 돈을 받고 팔아넘기는 악행까지 저지른다. 그레이스를 수용하고 선행을 베풀자고 먼저 주장했던 한 주민은 그레이스에게 욕을 하는 등 인격을 모독한다. 악행을 저지를 수 잇는 환경과 거리가 먼 장님으로 살고 있는 한 주민조차 그레이스의 위치가 굉장히 열악해지자 그 역시 가해자가 되어 그레이스를 마음껏 성추행한다. 신체적인 한계가 없었다면 성폭행까지도 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푼 그레이스 (다음 발췌)

  마음의 여려 눈물이 많은 '베라'는 남편인 '척'이 그레이스를 성폭행했음을 알았는데도 그 비난의 화살을 그레이스에게돌리고 그레이스를 막대하는 자신의 아이들을 알고 있음에도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고 되려 그레이스를 찾아가 온갖 만행을 저지른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 강간'에 괴로워하는 '리즈'는 그레이스가 나타나자 자신을 향한 시선이 그레이스에게 쏠려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그레이스가 당하는 온갖 성적학대에 대해 뼈저리게 공감을 하고 있었을 텐데도 모든 것을 묵인하고 방관하는 악으로 남는다. 그레이스를 도망치게 해 준다고 약속을 해놓고 그레이스가 고립된 상황을 이용해 마음껏 성폭행하는 '벤'. 성을 돈으로 주고 파는 행위에 대해 죄책감까지 가진 벤이 성폭행까지 하게 된 것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니콜 키드먼 (다음 발췌)

  결국 '도그빌'의 모든 사람들은 가해자이자 방관자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악행에 빠진 주민들은 원래 악행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남녀노소, 장애인, 관대했던 사람, 부그러움을 하는 사람, 이들 모두 그레이스를 짓밟고 매우 심각한인권유린을 자행했고 무엇보다 아무도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악마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약자, 강자 관계없이 권력을 가지면 누구나 쉽게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우리는 보통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은 원래 기질이 나쁘게 태어났다고 말한다. 분명히 개인적인 기질도 영향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설명할 때 개인의 기질로만 몰아세울 수 없다고 한다.

그레이스를 처음 성폭행하는 척(스텔란 스카스가드) (다음 발췌)

  상황이 개인의 성향과 기질을 지배하고 악행을 저지르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우리 주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뜻하지 않게 권력을 쥐게 된 도그빌 사람들은 개인의 기질도 한몫했겠지만 외부의 상황들이 개개인을 압도하여 온갖 만행을 죄 없고 힘없는 약자인 그레이스에게 저지른다. '악'은 급한 비탈길에 세워진 자동차와 같아서 법과 제도라는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에서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지만 법과 제도라는 브레이크가 사라진 곳에서는 그 통제력을 잃게 되고 이내 비탈길로 떨어지게 된다. 영화 도그빌은 악을 개인의 기질로만 돌리지 않고 상황이 악을 이끌어내게 만든다고 그렸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집어넣었을 때 선량한 사람들이 이길까 아니면 환경이 악으로 물들게 할까, 도그빌은 아주 명백하게 환경이 악을 만든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레이스에게 개처럼 목줄을 채워버리는 주민들 (다음 발췌)

  누구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모두가 악행을 저지를 때 휘말리지 않고 도그빌 사람들처럼 변하지 않도록 악을 계속 경계해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들게 되었을 때에도 우리는 자신의 안에 분명 존재하고 있을 '도덕성', '인간성'에 집중하여 본래 모습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3시간의 불쾌감을 견디고 영화를 지켜볼 수 있었던 이유는 도그빌 사람들이 저지르는 온갖 만행이 그저 스크린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그리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지막 반전이 10분 정도 있긴 하지만, 영화가 주는 주요 메시지에는 별 영향이 없기에 그리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그레이스의 서늘한 복수가 짜릿한 통쾌함을 주긴 했지만 말이다.   

'그레이스'와 그의 아버지인 갱 두목 '빅 맨' (제임스 칸) (다음 발췌)

  그리고 니콜 키드먼의 '리즈시절'의 미모를 3시간이 넘도록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가 주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비록 괴로움을 당하기만 하는 극 중 그녀이지만. 참 아름다운 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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