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영화리뷰]열정과광기사이에서.위플래쉬(Whiplash.2014)

by 꿈꾸는구름 2019. 11. 8.
반응형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영화의 제목인 ‘위플래쉬(Whiplash)’는 재즈 작곡가이자 색소포니스트 '행크 래비(Hank Levy)'가 작곡한 재즈 곡의 제목으로 영화에서는 중간 부분 드럼 파트의 ‘더블 타임 스윙’ 주법으로 완성된 질주하는 독주 부분이 일품으로 꼽히는 곡이다. 단어의 원 뜻은 ‘채찍질’로 영화에서 주인공인 학생(마일즈 텔러)에게 가하는 선생(J.K 시몬스)의 독한 교육을 비유적으로 의미한다. 보통의 재능이 어떻게 천재적인 재능으로 변하게 되는지를 현미경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듯 샅샅이 파헤치는 영화이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사실 조금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지만 영화에서 플레쳐 선생은 말한다. '내가 영어에서 가장 싫어하는 두 단어가 있어. 그건 well done(그만하면 되었어)이야.' 플레쳐 선생이 생각하기에 그 두 단어는 평범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주문과도 같다.   

음악학교의 평범한 학생이었던 앤드류(마일즈 텔러) (다음 발췌)

  우연한 기회에 학교에서 소문이 파다한 폭군이자 능력자인 플래쳐 선생에게 발탁된 앤드류는 자신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오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플래쳐 선생의 폭언과 폭력, 광기 어린 교육방식에 점점 길들여져 간다. 플래쳐 선생은 학생들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교수방법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으로 언제나 자신의 방법이 옳았고, 옳다고 생각한다. 앤드류를 포함한 학생들은 그의 그러한 교수 방식에는 괴로워하며 간신히 버텨 내지만 언제나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플래쳐 선생의 능력을 믿고 따른다. 희생을 강요하는 그의 방식이 옳다고 은연중에 모두들 동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인간성이 조금씩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는 못한다. 아니면 알고 있더라도 그게 플래쳐 선생이 말하는 '희생'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무시해 버린다. 그들에게도 플래쳐 선생과 동일하게 '결과'가 중요한 것이니까.

지독한 폭군이지만 능력자인 플래쳐 선생 (j.k 시몬스) (다음 발췌)

  영화의 감독인 데이미언 셰젤은 고등학교 재학중에 실제로 음악전문학교의 드러머였다고 한다. 그는 연주를 할 때 항상 다른 고민을 안고 있었는데 바로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박자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무엇보다도 지휘자에 대한 두려움. 그는 이 영화를 음악영화이지만 전쟁영화나 갱스터영화의 느낌이 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악기가 무기로 변하고, 내뱉는 말들이 총만큼이나 난폭한,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것이 아닌 학교 리허설룸이나 콘서트 무대에서 펼쳐지는 그런 느낌을 원했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스크린 위에 실감 나게 펼쳐 놓았다. 영화의 주인공인 앤드류를 연기한 '마일즈 텔러'는 모든 연주를 실제로 연주를 했다고 한다. 이미 15살 때부터 드럼을 연주해왔던 그는 이 영화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드럼 연주에 할애했다고 한다. 감독은 촬영 중에도 오케이 사인을 바로 하지 않고 마일즈 텔러가 기력이 다할 때까지 '컷'을 외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실감 나는 장면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영화는 겨우 19일 만에 촬영을 끝냈다고 하는데, 처음에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단편을 찍어 영화제에 출품해 수상을 하고 다시 투자를 받아서 장편을 완성하기까지 겨우 20주가 걸렸다고 한다. 참고로 이 감독은 나중에 '라라 랜드'를 연출하는 감독이 된다.

자신의 방법으로 혹독하게 교수중인 플래쳐 선생 (다음 발췌)

  감독에게 영감을 준 아티스트는 바로 젊은 시절의 '찰리 파커'라는 재즈 뮤지션이다. 재즈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하는데 사실 재즈에 문외한인 나는 들어 본 이름은 아니다. 16~17살의 찰리 파커를 동시대 최고의 뮤지션으로 꼽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 당시 그는 단지 보통의 재능을 가진 열성적인 학생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무렵, 그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졌다. 19살의 나이로 최고 중의 최고의 음악을 연주했기 때문이다. 그 내막은 이렇다. 어느 날 밤, 찰리는 '레노클럽'이라는 곳에서 세션으로 참여하여 연주하게 되었는데 그는 연주 중 솔로 부분을 망쳐버렸다. 드러머가 그에게 심벌즈를 던져버렸고 관객들은 야유했다. 눈물을 머금고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며 찰리는 다짐한다. 그는 절치부심하여 연습하고 또 연습했고 결국 레노 클럽에 돌아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영화의 '앤드류'와 많이 닮아 있다. 그가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바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광기와 열정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그 접점 사이에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피나는 연습을 하는 앤드류 (다음 발췌)

  감독 자신이 학창시절 드럼 연주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에서 나오는 각각의 음악 연주를 자동차 추격이나 은행 강도처럼 삶과 죽음을 오가는 경연장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귀마개, 부러진 드럼스틱, 물집, 까진 손, 땀과 피로감... 감독이 기억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동시에 아주 잠깐이나마 음악이 허용하는 아름다움도 보여주고 싶었고. 영화가 세세한 묘사까지 가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감독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이야기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자신이 느꼈던 그 감정들을 '앤드류'라는 또 다른 자아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감독은 끊임없이 질문했다고 한다. 과연 찰리 파커라는 뮤지션이 최고 수준의 연주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고통' 받으며 노력했기 때문에 그 결과물을 우리가 즐길 수 있게 된 것일까? 감독도 영화를 지켜 본 나도 그 답은 모르겠다. 그러나 한 번쯤은 질문해 볼만한 것인 것 같다. 하지만 감독은 단언하듯이 말한다. 음악과 예술을 초월하여 아주 단순하지만 동시에 캐릭터에 아주 근본이 되는 컨셉을 건드리는 질문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위대해져야 하는 것이라는 것. 아주 위험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어떤 대가'라는 부분이다. 결과를 위해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일지. 

자신만의 포악한 교수법으로 최고의 밴드를 만드는 플래쳐 선생 (다음 발췌)

  플래쳐의 바램대로 인간적으로는 '미쳐'가는 게 분명해 보이는 앤드류는, 음악적으로는 '천재적'으로 변해간다. 극한으로 몰아가는 그의 교수 법대로 밤낮으로 연습에 몰두한 결과물이다. 드럼을 점차 천재적으로 다루어 가는 주인공 '앤드류'를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라면,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과 같이 성취에 대한 뿌듯함으로 가득해야 하지만 '앤드류' 자신도 인간적인 성취감을 느끼기보다는 플래쳐 선생 보다도 더한 광기에 휩싸여 가는 듯한 모습에 그런 인간적인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초반에 서툰 앤드류의 실력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면, 후반에 보여주는 천재적인 연주가 음악적으로는 더 완성도가 있을지는 몰라도 또 재즈를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숨막히게 불편했다. 그게 바로 감독이 관객에게 주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는지. 아니면 개인적인 착각일지.

인간적으로는 광기에 휩싸이고 음악적으로는 천재적으로 변해가는 앤드류 (다음 발췌)

  영화의 마지막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앤드류에 의해 학교에서 쫓겨난 플래쳐 선생이 앤드류를 자신이 맡게 된 밴드에 합류하기를 권하고, 망설이는 앤드류는 그의 권유에 응하게 된다. 연주를 하는 당일, 준비를 하는 앤드류에게 다가 온 플래쳐 선생은 말한다. '넌 내가 바보로 보이냐. 학교에 말한게 너란 걸 알고 있다.' 플래쳐 선생은 앤드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거짓으로 앤드류를 자신의 밴드에 합류할 것을 권한 것이다. 그리고 앤드류만 모르는 곡을 첫 곡으로 연주를 시작하고 앤드류는 당황해 연주를 완전히 망친다. 관객들의 야유와 동료들의 질타 어린 시선을 뒤로한 채 앤드류는 도망을 가는 듯했지만 다시금 자리에 돌아와 '환상적인' 연주를 펼친다. 플래쳐의 반응이 의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천재들 간의 교감이라서 평범한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연주를 하는 앤드류와 지휘를 하는 플래쳐 선생의 눈빛 교감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 눈빛에는 만족감과 희열이 담겨 있었다. 음악영화로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강력한 메시지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촉매제 역할을 한다. 결과가 말해주듯이 매우 좋은 영화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