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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잊지못할그날.1987(1987:When the Day Comes.2017)

by 꿈꾸는구름 2019.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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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영화의 부제는 '그날이 오면'이다. 우리의 역사에 아픈 기억들이 참으로 많지만, 특히나 80년대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로 가는 길목에선 나라의 운명이 '국가'와 '국민'이 맞서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가'라기보다는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일부 '부조리한 권력층'과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간의 대립과 갈등이었다. 무력으로 국가를 장악하고 있던 시절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사건이 발화점이 되어 시작된 뜨거운 6월 항쟁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소재만을 따와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영화이다. 초기 제작 당시는 박근혜 정권하에서 시작이 되어서 완성이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고 하는데 극적으로 정권이 바뀌게 되었고 영화는 완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제작과정 역시 1987년의 그 항쟁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공안부장 역 '하정우' (다음 발췌)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주연들부터 조연, 단역들까지 매우 다양한 배우들이 작은 역할까지 맡으며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종철군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시신의 화장에 동의를 거부한 공안부장 최검사역의 '하정우'와 모든 의혹의 중심에서 사건 무마를 지시한 박 처장 역의 '김윤석'. 특히 역사의 중요한 매개점 역할을 한 박종철 열사와 이한철 열사는 배우 '여진구'와 '강동원'이 특별출연으로 연기를 펼친다. 영화는 사건과 진실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과 이 모든 걸 은폐하려던 사람들 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역사적 실화를 다루었던 다른 영화들과는 결이 다르게 진행이 되는데 최대한의 드라마를 줄이고 사건에 집중하는 이야기 형태를 갖추었다. 그래서 약간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든다. 감독이 지향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었을 테고, 영화는 곁눈질 한번 없이 결말을 향해 돌진해 간다. 그것이 이 영화의 힘이다.

거대한 권력의 중심에 있던 박처장 역 '김윤석' (다음 발췌)

  이 영화를 보면 분명 가슴이 먹먹해지고 느껴지는 바가 많은게 사실이다. 특히나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실제 영상들을 보면 더 그렇다. 30여 년이 지났지만 자칫 반복될 수도 있었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걸 느낄 수 있었다. '겨우' 30년 전에, 그렇게나 가까운 시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기는 하다. 2시간 내내 사건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치열하게 사실을 담아내려 노력한 장준환 감독의 노력은 시사회에서 보여준 '참회'의 눈물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고 그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결과로 보여준다. 영화에 담으려는 메시지와 이야기를 에둘러가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거의 스트레이트로 직접 맞부딪치며 치열하게 담아내려 한 연출에서 조금은 숨이 가쁠 수도 있었겠지만 마지막에 가서 큰 그림을 담아내는 모습이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교도관 한병용 역 '유해진' (다음 발췌)

  영화에 대표되는 두 인물인 김윤석과 하정우 이외에 비중이 있는 배우는 유해진과 김태리인데, 유해진은 극중 교도관으로 투옥된 재야인사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려는 인물로 등장을 하고 김태리는 대학 새내기인 그의 조카로 등장을 한다. 이 두 사람은 가족임에도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인물로 묘사된다. 그 시대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시대에 반응을 하는지를 가장 대조적이고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물론 영화이다 보니 극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 둘의 생각 차이는 당시 국민들의 반응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는 생각이 든다. 신념을 가지고 위험을 감수하는 삼촌(유해진)과 사회의 심각성은 안중에도 없는 그저 대학생활에 신이 난 초년생인 조카(김태리)의 모습은 비단 그 시절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직접 눈으로 보면서 체득을 하게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자각해 나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나아갈 바를 보여준다. 비록 다른 생각을 하지만 가족이기에 서로 보호하고 마음이 가게끔 표현이 되기도 했다.     

대학생 연희 역 '김태리' (다음 발췌)

 이 영화에는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들이 많이 등장을 하는데 '다큐'같은 느낌의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드라마틱한 장면은 박종철군의 아버지 역을 연기한 '김종수'씨가 연기한 장면이었다. 아들을 화장을 하고 얼어붙은 강가에서 유골을 뿌리는 장면이었는데, 억울하게 죽은 젊은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했다. 크게 오열을 하거나 격정적으로 감정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마음을 울리는 연기였다. 차디 찬 강물 위로 흩뿌려지는 아들의 유골을 보며, 어딘가에서 멈춰 움직이지 않고 맴도는 모습을 보다가 '가지도 못한다'며 강물로 들어가 조심스레 손으로 담아 하늘로 뿌리는 장면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대변해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김종수님의 열연. (다음 발췌)

  유명한 배우들의 총출동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출연을 했는데, 우리가 익히 알만한 배우들이 자진해서 특별출연으로 영화의 한 부분들을 책임져 주었다. 그 중 극 중 주요 인물인 수배 중인 재야인사 역을 연기한 '설경구'는 특별출연인 게 의심이 될 정도로 많은 촬영 분량과 극의 비중을 책임지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조연들이 등장을 하는데 박처장의 명령을 받들다 수감되는 대공 형사 조반장은 '박희순'이, 서슬 퍼런 보도지침에 맞서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기자 역에는 '이희준'이 출연해 사슬처럼 맞물려 이어지는 그 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완성한다. 이들 외에도 박 처장의 오른팔인 유 과장 역의 '유승목', 수감 중 한교도관의 도움으로 진실을 담은 옥중서신을 적어 보내는 민주화 인사 이부영 역의 '김의성', 정권 실세인 안기부장 역의 '문성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특별취재반을 구성한 일간지 사회부장 역의 '고창석', 조카의 시신 부검 현장에 가족 대표로 입회해 관객을 함께 눈물짓게 하는 삼촌 역의 '조우진', 사건 당시 경찰 총수인 치안본부장 역의 '우현'. 그리고 어떤 작은 역이든 좋으니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혀 일명 셀프 캐스팅이 된 일간지 사회부장 역의 '오달수'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김승훈 신부 역의 '정인기' 등 <1987>의 매 장면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연기로 그때 그들을 살려내는 명배우들이 등장을 한다.

특별출연을 한 재야인사역 설경구 (다음 발췌)

  실제로도 그러했겠지만 어느 '한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결심과 행동들이 모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에 박종철 사건과 이한철 사건, 그리고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이 매우 빠르고 긴박하게 전개가 되는데 앞서 말했듯이 어설픈 코믹이나 신파적인 드라마가 끼어들지 않았기에 관객들은 역사 속으로 빠져들어 민주화 열망을 지닌 6월의 그 광장에 그때 그 사람들과 함께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역사는 한 명의 영웅이 등장해서 변화를 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는 민중이라는 '일반인'들이 모여 만들어 낸 결과물인 게 더 많다. 우리나라의 근대사 특히 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은 '민주화'라는 열망을 품은 '민중'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래서 더 아프고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음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때의 열망들을 잘 표현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옥중 서신을 전달하는 김부영역 김의성 (다음 발췌)

  익히 알고 있는 역사의 한 장면을 연출한 영화이기에 결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연출을 하는 입장에서는 마지막을 향해 달음박질 친 후에 남은 허탈함을 어떻게 다시 카타르시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 포인트였을 것인데, 이 점을 장준환 감독은 놓치지 않고 잘 잡아 낸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강을 이루고 그 강물이 바다로 나가는 순간을 6월 항쟁으로 폭발시킨다. 버스 위에 올라서서 독재타도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대학 신입생 연희(김태리)의 모습에서 어색함이 아닌, 미래에 대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철부지 대학 신입생에서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젊은이로의 변화를 이전에 잘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턱'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괴담을 그대로 믿고 넘기는 민중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 잡고 정의를 위해 희생할 각오를 다지는 개개인의 모습이야말로 이 나라를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6월 항쟁의 시작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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