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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세상에우연은없어.캐롤(Carol.2015)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캐롤'의 원작은 1950년대에 쓰인 자전적인 소설 '소금의 값(The Price of Salt)'으로 '동성애'라는 소재가 매우 파격적인 시대였기 때문에 원작자인 천재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가명을 사용하여 작품을 발표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1950년대의 시대적 모습을 많이 담아내고 있는데 감독은 의상이나 배경, 건물, 소품 등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많이 쓰고 배치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동성애'라는 코드가 현재까지도 편견을 가지고 후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1950년대에는 어떠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런 답답함과 타의적으로 떳떳하게 설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독은 영리하게도 연출을 통해 잘 풀어내고 있다. 상황을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와 인물의 사이에 유리를 둔다거나 문을 사이에 둔다거나 하는 이분법적인 화면 구도를 통해서 당시의 답답한 상황을 표현해 내고 있다. 감독은 유명 사진작가들의 1950년대 사진을 많이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화면에서도 그러한 부분들이 은연중에 보이곤 한다. 더불어 색감도 굉장히 잘 이용하고 있는데, 영화 초반의 밝고 활달한 분위기는 두 여주인공들의 설레는 감정들을 잘 표현해 내고 있고, 후반으로 갈수록 불안한 심리와 고민을 하는 인물들을 대변하듯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톤으로 변모를 한다. 색감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양장본의 동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테레즈'(루니 마라)와 남자친구 '리차드'(제이크 레이시) (다음 발췌)

  주인공 '테레즈(루니 마라)'는 한 백화점에서 아이들 장난감을 안내하고 판매하는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좋은 직장은 아니지만 그녀는 그녀의 삶에 만족을 하며 살아가는 젊은 여성이다. 사진을 좋아하고 찍는걸 좋아하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남자 친구인 '리처드(제이크 레이시)'는 테레즈의 관심보다 자신이 가고 싶어서 계획하기 시작한 테레즈와의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딸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왔다는 '캐롤(케이트 블란쳇)'을 테레즈는 만나게 된다. 첫눈에 묘하게 끌리는 시선과 캐롤에게 자꾸만 머무르는 눈동자를 테레즈는 감출 수가 없다. 테레즈는 캐롤에게 딸아이에게 선물할만한 것들을 추천하고, 이내 캐롤이 돌아가고 나서야 캐롤이 두고 간 장갑을 발견하게 된다. 선물을 보내는 편에 캐롤의 장갑까지 챙겨서 보낸 테레즈는 감사의 전화를 건 캐롤과 통화하게 되고, 식사 약속을 잡게 된다. 

'캐롤'(케이트 블란쳇)과 딸, 그의 남편 '하지'(카일 챈들러) (다음 발췌)

  한편, 남편 '하지(카일 챈들러)'와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은 캐롤은 그녀의 과거 때문에 남편과 마찰을 빚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는 있지만, 위태로운 그녀의 결혼 생활을 위협하는 건 '동성애'의 과거가 남편에게 탄로가 난 후부터였다. 남편은 그녀의 도덕적 결함을 이유로 딸아이의 양육권을 가져가려고 하고 그녀는 이를 저지하려고 하나 모든 일은 그녀에게 불리하게 진행된다. 테레즈와의 첫 식사에서 묘한 이끌림을 동시에 느낀 두 사람은 사로가 자신들의 결핍을 채워 줄 상대임을 직감하고 점점 빠져들게 된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이 작품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격정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 사랑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에 의미를 부여한 다르지 않은 사랑임을 강조한다. 결국 “이 영화는 두 ‘여성’의 사랑이 아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이라는 것. “인정 받을 수 없는 사랑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용기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며 영화 속 주제를 함축하여 설명한다. 

첫 만남에 서로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는 두 사람 (다음 발췌)

  감독인 토드 헤인즈는 워낙 이런류의 영화를 많이 다루어왔기 때문에 능수능란한 연출과 스토리 진행력을 보여준다. 별다른 인물의 대화와 설명이 없어도 캐롤과 테레즈의 관계성, 그리고 두 사람 간의 긴밀하게 공유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가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전달이 잘된다. 물론 그 위에는 '캐롤'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과 '테레즈'역을 맡은 '루니 마라'의 섬세한 연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의 기본적인 생각은 '내가 너랑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네가 나랑 하고 싶은 것들. 네가 좋아하는 것, 네가 사랑하고, 네가 즐거운 일들을 가만히 담아 두었다가 선물하는 섬세함. 이점에서 테레즈의 남자 친구인 리처드와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유럽여행 얘기에 관심이 전혀 없어 보이는 테레즈는 다른 일행의 사진기를 보고 눈을 반짝인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뜯어보는 테레즈의 모습에는 안중에도 없는지 리처드는 '자신만의' 유럽 여행 이야기에 정신이 없다. 이러한 문제는 '캐롤'의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캐롤이 하고 싶은 것들, 캐롤이 원하는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의 전리품 마냥 캐롤을 소유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두 여인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봐 주지 않는 연인 혹은 배우자에게 지쳐 흔들리다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테레즈' (다음 발췌)

  두 여인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바로 캐롤의 '캐논 카메라'이다. 캐롤이 즐거워하는 일상적인 모습을 진심으로 담아내는 테레즈와 그런 테레즈 앞에서는 너무도 편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캐롤. 두 사람은 단순히 성적인 '동성애'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서로를 잘 이해하고, 누구보다 더 보듬어 주고, 더 생각해주는 배려와 관심에서 비롯된 '사랑'으로 점차 확장된다.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동성이든, 이성이든 사랑을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어쩌면 캐롤은 테레즈의 그런 내면을 이미 알고 첫 만남에서 일부러 장갑을 두고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 결론적으로는 해피하게 결말이 되지는 않았지만 둘만의 여행도 그녀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감과 같은 것이었다. 같이 가자는 캐롤의 말에 달랑 카메라 하나만 들고 함께하는 테레즈를 보면서 '사랑'이란 건 계산되지 않고 머리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하는 것이라는 평범하고 오랜 진리를 다시금 생각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캐롤' (다음 발췌)

  여행에서 돌아 온 두 사람은 현실을 직시하고 이별을 한다. 딸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하지 못해 테레즈에게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캐롤은 테레즈를 떠난다. '이 세상에 우연은 없어'라는 말 한마디를 남긴 캐롤은 하지만 그렇게 원했던 딸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하고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테레즈 역시 캐롤을 잊어 가며 이전과는 다른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쌓아 한층 성장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고, 아직까지 테레즈에게 마음이 남아있던 캐롤은 함께 살자고 제안을 하지만 테레즈는 그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을 한다. 지나간 '사랑'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아픔이 너무 컸기에 두려웠을 것이다. 캐롤이 자리를 뜨고 결국 테레즈는 캐롤을 뒤쫓아 나간다. 두 여배우의 연기는 여성으로서의 섬세한 감정들을 너무도 생동감 있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 남성인 내가 보아도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여성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 들이었겠지만 공감되고 이해가 되었다. 다시금 캐롤을 찾은 테레즈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떨리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캐롤에게 다가서고, 그런 테레즈는 캐롤은 빠져들 것 같은 옅은 미소와 눈빛으로 그녀를 맞이해 준다. 이 마지막 장면의 '케이트 블란쳇'의 눈빛은 정말 잊기 어려운 눈빛이었다. 말 그대로 '빠져들 것만 같은' 엄청난 흡입력을 보여준다. 성별을 막론하고 누구라도 빠져들 눈빛이었다. 열린 결말로 영화는 끝이 나지만 해피엔딩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건 '캐롤'의 확신에 찬 마지막 눈빛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타인들의 시선에는 신경 쓰지 말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지냈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 

미소가 너무 아름다운 두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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