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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사랑에취해.라스베가스를떠나며(Leaving Las Vegas.1995)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 엘리자베스 슈. 두 주연 배우의 연기로 꽉 찬 영화다. 모든 걸 잃고 그나마 하나 남은 목숨마저 버리려는 알콜 중독자와 하나의 희망도 없이 거리를 떠돌며 몸을 파는 창녀의, 그 고단한 영혼들의 사랑 이야기로, 사랑에 대한 영화라기엔 다소 처절하지만, 또 그러하기에 사랑에 대한 고찰을 다시금하게 한 영화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랑에 대한 나름의 소신은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인다... 이다. 영화에서처럼 그 대상이 '알콜 중독자"이던지, '창녀'이던지 말이다. 얼핏 보면 이 영화는 '알콜중독자'와 '매춘부'의 관계를 그린 얄팍한 이야기로 보인다. 실제로 이 둘을 보며 부둥켜안은 채 나락으로 추락해가는 이미지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고 만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는 절대 그렇지 않다. 두 사람에게는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한 명확한 이유가 있으며 각자가 가진 '그늘' 혹은 '아픔'때문에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영화는 이 관계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감정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피 대신 온몸에 '알콜'이 흐로고 있을 것같은 남자와 그를 위로하고 보듬다가도 자신의 '몸'을 팔러나가야 하는 여자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건 이 관계에 대중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들의 상황이 매우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말이다.  

알콜 중독자, 주인공 '벤(니콜라스 케이지)' (다음 발췌)

  두 사람의 관계를 보고 있자면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은연중에 녹아있음을 알게 된다. 그건 아마도 이 두 인물이 자신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이미 드러내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서로의 단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든다. '세라(엘리자베스 슈)'는 '벤(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술을 더이상 마시지 말라는 조언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멋진 휴대용 술병을 선물하기까지 한다. 한편 '벤'은 '세라'의 육체를 격정적으로 탐하지 않고, 그녀의 직업 또한 일상적인 삶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내내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들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각자의 태도 덕분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것이야말로 사랑을 완성하는 첫걸음이라 말한다. 실제로 이 두사람의 관계에 금이가기 시작하는 부분을 보면 더욱 명확하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벤과 세라 (다음 발췌)

  물론 사람인지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원하는, 더 나은 방향의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서로의 삶을 간섭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거린다. 벤의 건강이 걱정되는 세라는 벤에게 의사 진단을 받을 것을 권하지만 벤은 완강하게 거부를 한다. 세라의 간섭에 벤의 알콜 중독 증세는 심해지고 세라가 일을 하러 나간 어느날 벤은 다른 창녀를 세라의 집에 끌어들여 관계를 갖다가 세라에게 발각된다. 이후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세라는 여느때처럼 일을 하러 나갔다가 세명의 어린 남성들에게 폭행과 집단 강간을 당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안고 벤을 찾아 다닌다. 어디에서도 벤의 흔적을 찾지 못하던 그 순간 벤에게서 전화가 오고 세라는 벤에게 달려간다. 두 사람은 다시금 만나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누고 벤은 처음 계획대로 사라의 품 안에서 술에 취한 채 숨을 거둔다. 사랑이야기라기엔 매우 거칠고 지독하지만, 그래서 더 애절하고 안타깝다.

그의 표정연기는 정말 예술이다. (네이버 발췌)

  사실 이 영화를 통해 큰 주목을 받게 된 두 배우 중 그 인기를 오랫동안 지속한건 '니콜라스 케이지'쪽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엘리자베스 슈'의 연기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사랑'의 감정과, 그 감정을 위해 함께 떠안은 '불안'을 표현하는 그녀의 표정연기는 이 영화의 주제를 무척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 밤거리를 헤메는 매춘부역 또한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었다. 그저 금발의 미녀 배우로 인식이 되었는데 이 영화의 연기로 연기를 잘하는 여배우로 인식이 바뀌었다.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남우 주연상을 받는다. 알콜 중독자의 연기를 연기가 아닌 그 자신 자체로 보여주었다. 그는 영화에서 100% 알콜 중독자였다. 몸짓, 눈빛, 말투, 외형까지도 완벽했다. 알콜에 인생이 잡아먹혀버린 인물의 피폐함을 잘 퐅착해 냈다. 30대 초반인 그의 최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예술과 오락을 넘나들던 이 때의 그의 연기는 단연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그들의 사랑에는 어떤 조건도 없다 (다음 발췌)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OST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STING'의 음악은 영화에 절절함을 쏟아붓는다. 메인 주제곡인 'Angel Eyes'와 또 다른 노래인 'My One And Only Love'는 한동안 귓가에 맴돌며 술을 내게 권한 음악들이었다. 피아노를 메인으로한 재즈풍의 노래들은 왠지 감성적인 느낌이 들게하는 매력적인 곡들이며 스팅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남자인 내가 들어도 너무 멋있었다. 음악을 듣노라면 영화의 장면들이 마치 슬라이드처럼 지나가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 느낌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영화와 음악이 정말 잘맞아 떨어지는 경우에는 영화가 시각적인 영역을 벗어나는 경우에도 음악으로 인해 그 영상이 다시금 떠오르는 효과를 주곤 하는데 이 영화가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어쨌든 그 여파로 인해 이 영화를 본 후 한동안은 영화음악만 들어도 니콜라스 케이지처럼 술에 취한 느낌을 받곤 했다.

수영장에서 나누는 키스씬 (다음 발췌)

  영화는 예정되었던 대로 비극으로 끝나지만, 삶의 마지막에 쏟아부은 두 사람의 조건 없는 사랑에 공감이 되고 수긍이 간다. 세상엔 여러 가지의 사랑이 있겠지만 하나하나 버릴 것 없는 게, 그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벤'과, 사랑에 취해 그런 그를 바라보는 '세라'의 선택은 결말이 어떻게 되었든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보내는 세라의 마지막 내레이션처럼 '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세라는 죽음을 맞이한 그의 곁에서 창가로 비추는 한줄기 빛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적어도 진심을 받아들인 그녀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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