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영화리뷰]왕의역할.광해,왕이된남자(Masquerade.2012)

by 꿈꾸는구름 2019. 7. 28.
반응형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일반적으로 광해군은 '폭군'의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전에 그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를 주로 폭군의 이미지로 그려왔기 때문이다. 광해군은 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선조가 세자로 책봉한 영창대군과 임해군을 제거하고 인목대비를 유폐시켰다. 이전의 왕인 태종과 세조에 비해 왕으로써 이러한 과(過)가 있었긴 하지만, 짧았던 재위기간(1608~1623)에 비해 전쟁으로 쇠락한 국력을 일으키는데 많은 노력을 한 왕이었다. 선혜청을 두어 경기도에 '대동법'을 실시하고,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한성부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창덕궁을 중건, 경덕궁(경희궁), 인경궁을 준공하는 등 궁궐조성에 힘썼다. 북으로는 여진족이 세운 '후금'이 신흥국가로 성장하여 조선을 위협하고 있었는데, 명나라와 후금사이에 전쟁이 발발하여 명에서 원군 요청이 있자 강홍립에게 군사 1만명을 주어 파견함과 동시에 의도적으로 후금에 투항하게 하여 명과 후금사이에서 능란한 중립외교 솜씨를 보였다. 서적의 간행에도 힘쓰고, 적산산성에 서고를 설치 하는등 다방면에서 국정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하였다. 서인이 주도하여 일으킨 1623년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었으나 이는 당시 서인과 북인 사이에 벌어진 정치적 이념의 갈등, 즉 붕당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폭군'의 이미지는 정권을 잡은 서인 세력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 만든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점에서 보면 광해군은 대단히 잘못 알려진 인물이다. 그래서 올바른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광해군 (이병헌) (다음 발췌)

  영화를 살펴보자면 내용은 이러하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다툼과 붕당정치로 혼란이 극에 달한 시기에,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가던 광해군은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을 대신해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으라고 조용히 지시한다. 허균은 수소문끝에 저자거리에서 왕의 흉내를 내며 만담꾼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을 찾아낸다. 단 몇일만 하기로 했던 대역은 광해군이 갑자기 쓰러지며 그 시간이 길어지게 되는데... 날카롭고 예민한 광해군과는 달리 인간적이고 따뜻한 품성을 지닌 하선은 달라진 왕의 모습으로 신하들을 대한다. 얼핏, '왕자와 거지' 같은류의 이야기에 이리저리 섞어 놓은 듯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이 영화가 관람객 1232만명이라는 흥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명연기, 깔끔한 연출, 고증이 잘 된 세트와 의상 등 소품, 그리고 무엇보다 백성(국민)들이 바라는 왕(정치인)의 모습을 가슴 시원하게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면하게 된 '광해'와 '하선' (다음 발췌)

  배우 이병헌은 '광해군'과 '하선'의 1인 2역을 보여주는데, 한사람이 연기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다른 두 인물의 연기를 보여준다. 두 사람은 눈빛 조차 닮지 않았다. 배우의 개인사를 논하고 싶지는 않으니, 그의 사생활이야 어떻든 간에 개인적으로 이병헌은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명배우라고 생각한다. 연기만을 놓고 본다면 그렇다. 신인일때의 이미지는 참 좋았는데. 어찌되었건 '광해군'의 그 광기 어린 눈빛과 '하선'의 장난기 가득하고 선량한 눈빛을 오가는 그의 연기는 이 영화의 8할을 이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도승지 '허균(류승룡)'과 하선 (다음 발췌)

  그리고 또 한명의 배우 도승지 '허균' 역의 류승룡을 빼놓을 수 없겠다. 왕의 대역인 '하선'과 함께 영화를 이끄는 중심적인 인물로 등장하는데,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주는 역할로 중저음의 대사톤은 사극에 정말 잘 어울렸으며, 왕의 충신으로써 폭군이든 성군이든 한번 모신 왕은 영원히 받들어 모시는 충신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병헌과 간간히 보여주는 케미는 영화의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순화시켜주는 역할을 해 준다. 백성을 향한 '하선'의 마음을 읽고 감명을 받아 마음이 흔들리긴 하지만 끝까지 '광해군'의 충신으로 남는다.

왕은 무엇하나 마음대로 편히 할 수 없다.(다음 발췌)

  영화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전쟁 후의 나라사정은 많이 좋지 않았으나 관료와 사대부들은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자신들의 이권과 부를 축적하는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고, 국정은 뒷전이었다. 당시의 세법은 각 지방별로 특산물을 세금으로 바치는 제도였는데, 고리대금업자와 한패가 된 지방 관리들은 그 지방에서는 구하지 못할 특산물들을 세금으로 바치라하여 백성들을 괴롭혔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 백성들은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 특산물을 바치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굶주리게 된다. 실제로 이를 대신하여 고안된 세법이 '대동법'이었는데, 지방의 특산물 대신 '쌀'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었다. 당신 관료들과 사대부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감수할것을 우려하여 강력히 반대를 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광해군은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동법'을 실시 한다. 영화에서도 수랏간 기미상궁인 '사월이'의 에피소드를 통해 지방의 탐관오리를 벌하고 '대동법'을 실시하는 광해(하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당시의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대부들과 지방관리들에게 통쾌한 처벌을 한다. 

하선과 '조내관(장광)' (다음 발췌)

  또한 여진족이 세운 '후금'과 명나라 사이에서 외교적 중립을 지키는 장면도 나오는데, 명나라에 대한 사대의 예를 지켜야 한다며 백성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관리들에게 '사대의 명분이 뭔지'' 그게 왜그리 중요한지''자신이 아끼는 백성들이라면 목숨을 살리고 싶으니 후금에게 편지를 써서라도 백성을 살려야 한다'고 말하는 '하선'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왕(정치인)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모두 역사적으로 실제 있었던 일을 각색한것으로 보이는데 등장인물들과 적절하게 이야기를 엮어서 감정이입이 됨과 동시에 역설하는 '하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몰입이 더 잘 되었다. 

수랏간 '기미상궁 사월이(심은경) (다음 발췌)

  왕위를 견제하기 위해 중전의 오빠를 역모자로 몰아 누명의 씌워 옥살이를 하게 한 이후 중전과 사이가 벌어지고 중전에게도 근심이 많아 졌다는 소리를 듣고 '하선'은 그 즉시 중전의 오빠를 풀어주고 사월이를 통해 중전에게 팥죽을 보내어 중전의 마음을 풀어주려 한다.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왕의 이전과 다른 모습에 의심을 하기도 하지만 이내 중전도 마음을 열게 된다. 이 에피소드 역시 역사에 기록된 사건을 그 소재로 하여 재구성하였으며, 무엇보다 중전역할을 한 한효주는 단아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스크린 가득 보여주었다.

중전 역(한효주) (다음 발췌)

  영화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관객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다. 그 '재미'라는 요소가 배우의 연기든, 감독의 훌륭한 연출력이든, 화려하고 볼거리 가득한 촬영이든, 귓가에 가득 울리는 음악이든, 무엇이 될 수도 있지만... 여러 요소를 다방면에서 '재미'라는 한가지로 집중시킬 수 있는 영화가 그중에 '천만관객'이 보는 영화가 되겠다. 역사적인 사실을 논픽션적인 듯 재구성한 시나리오와 희비극을 오가는 뛰어난 연출력과 배우들의 명연기, 모든게 하나로 집중된 이 영화'광해, 왕이 된 남자'는 오래 기억될 영화이다. 무엇보다 과거나 지금이나 사리사욕만을 위해 백성들의, 국민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관료들(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또 그들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호통치는 왕(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사이다를 들이킨듯한 통쾌함을 맛보아서 그게 가장 좋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다음 발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