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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치유의말한마디.굿윌헌팅(Good Will Hunting.1997)

by 꿈꾸는구름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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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굿 윌 헌팅>의 구체적인 목표는 주인공인 '윌 헌팅(멧 데이먼)'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분명 이 영화의 주인공은 '윌 헌팅'이지만, 그를 변화시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몫이다. 때문에 영화는 '윌 헌팅'을 보여주며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삶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편으로, 그만큼이나 막중한 '어른'의 자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깨닫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이끌어 가야 할 어른들에게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방향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하는 것,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함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 상대의 진심을 경청하는 것, 상대방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대할 것 등 '어른'으로서 지녀야 할 당연한 것들을 지키는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피부로 느끼는 나이가 된 나로서는 영화 속의 '숀(로빈 윌리엄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처럼 누군가를 안아주고 이끌 수 있는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숀(로빈 윌리엄스)'와 '윌(멧 데이먼)' (다음 발췌)

  주인공 '윌'은 하버드 대학의 청소부로 일하면서 그 주변을 떠돈다. 그는 청소부이긴 하지만 대학교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읽고, 읽은 책은 모조리 다 외워버리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다. 대학교수들이 2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순식간에 풀어버리는 그는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 양부의 폭력에 의한 상처를 안고 있었기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기를 망설이고 닫아 버린 그는 삶을 매우 가볍게 살아간다. 정말로 다시 마음을 주었다가 또다시 아픈 건 싫었기에, 누구든 자기 자신을 알고 나면 떠날게 뻔하다는 생각에 그게 우정이든, 사랑이든 어떤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 한다. 이렇게 꼬여있는 윌의 마음을 달래준 말 한마디가 바로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이다. 그 특별한 머리로 자신의 상처를 파헤치는 걸 막기 위해 상담사들에게 모두 상처를 주었던 윌은 결국 죽은 아내에게 위로를 받았던 '숀'에게 큰 위안을 받게 된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아 본 사람이 위로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듯이 말이다. 

'숀 맥과이어'역'로빈 윌리엄스' (다음 발췌)

  윌의 천재성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은 램보 교수였다. 그는 윌 헌팅의 천재성에 놀라면서, 그의 재능을 살려 그를 자신과 같은 수학자로 양성하고자 윌을 몰아세운다. 램보 교수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위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세우며 성공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에게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얼굴이 보인다. 그런 사람들 특유의 상처 받은 듯하면서 독한 인상이 그에게 있었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특유의 고집이 생기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방법에 대한 지나친 '미화'와 '믿음'이다. 램보 교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성공사례를 윌에게 적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 경험을 강요하며, 방향을 조작하려고 할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타인의 삶의 '방향'을 조작하려고 하는 시도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게 된다. 그의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잘못된 방법으로 상대에게 치유되지 않은 자신의 과오를 남기며 강요한다는 데에 있다. 

램보교수의 문제를 순식간에 풀어내는 '윌' (다음 발췌)

  '숀'의 경우는 '믿음'의 방향이 램보 교수와 달리 '타인'으로 향해 있다. 자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이다. 믿음이 선행되어야 친밀한 관계가 따라오는 것이고, 믿음은 서로의 진심을 나누고 난 후에야 생겨난다. 숀은 윌이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 또는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숀은 윌에게 자신이 알려줄 것이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게 된다. 숀은 윌의 내면에서 치료를 거부하는 무의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윌에게 자극하는 말을 던져놓고 자리를 떠난다. 다른 상담사들과 다르게 숀이 윌을 다시 끌어안을 수 있었던 것은 숀이 윌에게 믿음을 주었다는 것,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했다는 것,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윌이 느꼈기 때문이다. 자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하기를 기다린다. 상대의 말을 기꺼이 경청하는 것,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 이러한 사소한 존중들에서 믿음이 생겨나고, 믿음이 생겨난 관계를 맺을 때 이 깊은 관계에 연결된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윌'과 그의 사랑이 된 '스카일라(미니 드라이버)' (다음 발췌)

  윌이 처음으로 얻기 위해 노력하는 대상은 하버드 대학생이자 의대생인 '스카일라(미니 드라이버)'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 때문에, 혹은 그게 아니어도 그 외 부수적인 것 때문에 자신을 좋아한다고 여겼던 윌은 그녀가 정말로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정작 '윌'은 '스카일라'에게 온통 거짓말만 늘어놓지만 말이다. 숀과의 대화로 모든 걸 깨닫게 된 이후로 가장 먼저 찾아가는 사람이 바로 '스카일라'이다. 그리고 램보 교수의 추천으로 안정된 직장을 가지게 되었지만 모든 걸 버리고 찾아 나서는 사람도 바로 '스카일라'이다. 그가 스스로 갇혀 지냈던 자신의 안정적인 '구역'을 벗어나 세상으로 그녀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윌이 무언가를 '얻기'위해 처음으로 마음을 활짝 여는 모습이 아닐는지.

'윌'과 그의 절치인 '처키(벤 애플랙)' (다음 발췌)

  '숀'과 '램보' 그리고 '스카일라'는 '윌'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지만, 그의 절친인 '처키(벤 애플랙)'는 현실의 안주를 만들어 주는 주변 인물이다. 처키는 '윌'의 천재성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막연함으로 그의 다름을 알고는 그가 자신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자신이 '윌'의 집 앞에 그를 데리러 갔을 때 '윌'이 집에 없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것은 그가 그저 같이 즐기며 노는 친구가 아니라 '윌'의 모든 걸 이해하고 공감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 아무도 없는 '윌'의 집 앞에서 기분 좋게 웃으며 홀로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은 그의 진정성이 느껴져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둘은 친구였다는 점에서 눈높이를 서로 맞추고, 함께하기 위해서 타인을 아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먼저 끌어안아주고, 기꺼이 그 사람에게 '너의 탓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모습은 매우 감명 깊다. 네 탓이 아니다, 그 말 한마디가 그저 사탕발림이 아닌 것은 진심으로 윌의 죄책감을 이해하고, 윌의 과거와 환경을 이해한 숀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어떠한 가식 없이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지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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