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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그저설레임.4월이야기(AprilStory.1998)

by 꿈꾸는구름 2019.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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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홋카이도의 고등학생이었던 우즈키(마츠 다카코) (다음 발췌)

  이와이 슌지 감독의 '4월 이야기'는 '러브 레터' 이후 3년이 지난 1998년에 개봉을 했다. '러브 레터'와 마찬가지로 '4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개봉하기까진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4월 이야기'는 '시작'에 관한 영화이다. 대학생이 되어 성인으로서 '시작'하는 우즈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대학생으로서의 '시작', 성인으로서의 '시작', 짝사랑하던 상대와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매우 짧은 67분의 런닝타임으로 '단편영화'라 해도 무색할 정도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 구조는 매우 단순해서 굳이 왜 이런 이야기를 67분이나 길게 늘여놓았을까 했지만, 이와이 슌지 감독은 앞서 말한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곁들여 잔잔하게 풀어내었고, 지루할 수도 있는 시간들을 주인공인 우즈키의 순수함과 설레임으로 가득 채워 넣었다.

도쿄 인근의 대학에 진학해 대학생이 된 우즈키 (다음 발췌)

  일본의 입학식은 일반적으로 3월에 있는 한국과 달리 4월에 입학식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도 '4월 이야기'이다. 제목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이건 '시작하는 이야기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홋카이도의 고등학생이었던 우즈키는 도쿄 인근의 대학으로 진학을 하면서 가족의 품을 떠나 홀로 생활을 시작한다.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지만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을 간직한 우즈키는 씩씩하게 새로움 들을 받아들인다. '시작'이라는 의미는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따라 그것이 '설레임'이기도 '두려움'이기도 하는데, 우즈키는 자신의 '시작'을 설레임으로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건 그녀의 항상 웃는 얼굴 표정에서 드러난다. 매사 긍정적이다. 그녀의 낯섦은 모든 게 설레임이다.

서점에서 책을 사서 공원에서 읽고있는 우즈키 (다음 발췌)

  우즈키는 대학 근처에서 한 서점을 수소문하고, 그 서점을 발견한 후엔 그곳을 자주 들락거린다. 서점을 둘러보거나 책을 한 권 사들고 나와서 공원에서 읽고는 하지만, 책에 집중을 하지는 못한다. 다른 목적이 있어 보이지만 우즈키는 서점에 꾸준히 드나든다. 그 와중에 같은 과 친구의 권유로 별로 관심이 없던 낚시 동아리에 가입하고, 이웃집 여자와 친분도 쌓아간다. 작은 에피소드들과 별다른 큰 사건 없이 대학 생활을 하는 우즈키. 그녀의 일상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무언가 그녀의 마음을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듯하다. 

너무 아름다운 설레임을 보여준 마츠 다카코, 필름의 느낌이 너무 좋다. (다음 발췌)

  우즈키 역할을 한 '마츠 다카코'는 이 영화에서 그녀가 가진 아름다움을 모두 발산해 내지만, 그와 함께 매우 뛰어난 표정 연기를 보여준다. 그녀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나 싶을 정도로. 시작에 대한 설레임을 눈빛과 표정으로 모두 표현해 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촬영감독인 '시노다 노보루'의 '필름'에서만 가능한 느낌들을 잘 살린 촬영도 한몫을 한다. 디지털에서는 표현되지 않는 '필름'만의 조금은 거칠고 몽환적인 느낌의 화면은 설레임으로 가득한 우즈키의 느낌을 잘 살렸다.

짝사랑하는 선배의 근황을 접하는 우즈키 (다음 발췌)
낚시 동아리에 가입한 우즈키 (다음 발췌)

  영화의 후반에 이르면 우즈키가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을 한 이유와 열심히 드나들던 서점의 비밀이 드러난다. 우즈키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고등학교 때 선배를 따라 도쿄에 오게 되었고, 선배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전해들은 '서점'을 수소문하여 열심히 드나들었던 것이다. 선배를 한눈에 우즈키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계속된 만남에 선배는 우즈키를 기억해내 알아보고 우즈키는 자신을 알아보는 선배를 보고 행복해한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서점에 들른 우즈키는 선배가 건넨 고장 난 빨간우산을 빌려쓰고 고장난 우산이 안쓰러웠던 선배가 자신을 위해 다른 우산을 골라주는 모습을 보고 '설레임'을 갖는다. 보통의 영화라면 여기에서 이야기가 더 진행이 되겠지만 이 영화는 야속하게도 이 장면에서 끝이 난다.

짝사랑하던 선배를 만난 우즈키 (다음 발췌)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시작'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사랑의 '시작'까지만 이야기가 진행된 것이다. '시작'의 설레임, 행복감, 기대감, 그런 감정들이 고조되었을 때,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영화는 마무리되지만 우즈키와 선배의 이야기는 계속되겠지... 사랑은 소풍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상 소풍날보다 소풍 전날이 가장 행복한 것처럼 사랑도 그 시작하기 바로 직전이 가장 행복한것 아닐까. 이와이 슌지 감독은 그러한 감정들을 이 영화에 담아내려고 노력한 것 같다.세상 모든 '시작'의 '설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이다. 선배가 준 빨간 우산을 쓰고 내리는 비를 올려다보는 우즈키의 마지막 표정은 바로 그 모든 감정을 담고 있었다. '4월 이야기'는 시작에 대한 '설레임'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런 설레임을 온전히 표현해 낸 '마츠 다카코'의 영화이기도 하다. 

사랑의 '시작'을 직감하고 행복해 하는 우즈키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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