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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서로를경외하는고수들.히트(1995)

by 꿈꾸는구름 2019.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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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2017년 재개봉 당시의 포스터 (다음 발췌)

  마이클 만 감독은 '믿고 보는 액션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필모그래피의 대부분을 다양한 장르의 액션영화로 메꾸고 있는 이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히트'는 액션영화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정석적인 액션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일반적인 영화에서도 적용되는 법칙이지만 영화의 흐름을 위해서는 촬영과 편집이 적절하게 분배가 되어야 한다. 특히나 긴장감을 조절해야 하는 액션 영화에서는 더욱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출이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마이클 만 감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기로서 액션의 시작과 함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끌고 가는 잘 계획된 연출로 액션의 묘미를 선사한다. 

LA 경찰국 강력계 수사반장인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 (다음 발췌)

  LA 경찰국 강력계 수사반장인 빈센트 한나는 범죄가 들끓는 대도시를 종횡무진하며 본능적으로 범죄의 냄새를 맡고 뒤를 쫓는 대도시의 외로운 사자 같은 인물이다. 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24시간 깨어 있을 것 같은 그의 의식은 때로 광기에 가깝다. 들여다보기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처참한 희생자의 시신을 보자마자 정확하게 사건의 본질을 감지하고 수사방향과 탐문 대상을 지시하는 프로페셔널한 리더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일중독에 빠진 고독한 중년은 세 번째 결혼 생활마저 흔들리고 있다. 일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프로이지만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한나는 누구보다 서툴다. 그는 단 한 번도 가정의 평안함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치밀한 범죄자 닐 맥컬리 (로버트 드 니로) (다음 발췌)

  한나와는 반대로 완벽한 치밀함으로 늘 완전범죄를 꿈꾸는 닐 맥컬리는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블루톤의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제된 카리스마가 잔뜩 배어 나온다. 욕망의 도시 LA에서 자본주의의 목돈이 모이는 숨통을 정확히 겨냥하는 도시의 사냥꾼 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중심으로 모여든 프로페셔널 갱스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멋지게 한판 해치우는 맥컬리는 자신의 사생활은 철저하게 망가진 한나와는 달리 자신의 동료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살뜰히 챙기는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에서는 매우 비슷한 두 사람이지만 사생활은 그야말로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로 마주하게 된 두사람 (다음 발췌)

  영화 제목 '히트(HEAT)'는 '열기'란 뜻도 있지만 '경찰의 감시망'을 뜻하는 갱스터 은어이다. 맥컬리 일당은 황량한 컨테이너 기지에서 거짓 범죄를 연출해 한나 팀의 수사망에 한방 먹인다. 한나팀은 연출된 가짜 기획인 줄 모르고 자신이 이끌고 있는 전 수사요원들을 맥컬리팀에게 노출시키고 만다. 큰 한건을 앞두고 한나의 수사팀과 맥컬리의 갱스터팀은 일진일퇴의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한나는 맥컬리와 우연히 마주치며 첫 대면을 한다. 서로를 한눈에 알아본 두 사람은 현실에서의 관계를 잠시 접어두고 마주 앉는다. 쫓고 쫓기는 두 사람이지만 묘하게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는 탄탄한 내공이 담긴 모습이 화면 가득 쟁쟁하게 번진다.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알 파치노나 여유 있는 미소를 띠며 대화를 이어가는 로버트 드 니로 역시 커다란 감정의 기복이 없이도 긴장감을 흐르게 하는 명연기를 보여준다. 당시 두 배우의 캐스팅 만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을 만큼 두 배우의 연기는 매우 훌륭한데, 이탈리아계로 동일한 핏줄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한 장면 같이 잡히는 앵글은 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누구하나 뒤쳐지지 않는 조연들 존 보이트, 톰 시즈모어, 데니스 헤이스버트 (다음 발췌)

  맥컬리의 당당한 선전포고에 초 비상이 걸린 LAPD의 밀착 수사망을 비웃듯 맥컬리 일당은 대낮 은행털이를 감행한다.은행의 보안장치를 손쉽게 제거한 다음 정장 차림의 3인은 대담하게 M16 소총으로 영업장을 순식간에 제압한다. 커다란 배낭에 고액 지폐를 가득 담아 하나씩 메고 나오는 3인은 너무도 당당하다. 하지만 이미 제보를 받은 LAPD 수사팀은 LA 도심 한 구역을 통째로 차단하여 일전을 벌일 준비를 한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LA 도심 총격전'이 시작되는데, 이 도심 총격전 장면은 미 해병대 훈련소의 시가전 교재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대 액션 영화의 교과서라고 불릴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다.

영화의 하일라이트 도심 총격전 (다음 발췌)

  이후 세계의 많은 감독들이 마이클 만 감독의 LA 도심 총격전 장면을 오마주 하여 차용한다. 한 장면도 세트로 작업하지 않았고, LA를 구석구석 뒤져 찾아낸 65곳의 로케이션 촬영지에서 직접 촬영을 진행했다. 실제 총격 사운드를 덧입힌 영화의 사운드는 현실감 그 자체가 살아나 '액션의 전설'이 된다. 영화에서의 총소리는 마치 음악과 같아 리듬을 놓치지 않고 영상을 이끄는 강력한 힘이 되어 화면 전반에 흐른다. 느슨하지도 빠르지도 않은 긴장감, 팽팽한 플롯에 군더더기 없는 영상미, 장중하고 임팩트 강한 음악, 마이클 만 감독의 남성주의 액션 스릴은 불꽃처럼 타오른다. 영화를 이끌고 가는 시나리오나 관객의 호흡을 쥐락펴락하는 화면 구도, 긴장감의 흐름을 놓지 않는 편집과 촬영. 어느 하나 뺄 수 없는 명작임에 틀림이 없다. 2017년에 국내에 재 개봉을 하였는데, 20년이 지난 시점에 보았어도 그저 감탄만 할 뿐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나(알 파치노), 빈센트(로버트 드 니로)는 분명 고수임에는 틀림이 없고, 또 한 명의 고수는 바로 감독인 마이클 만 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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