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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인생영화.보이후드(BoyHood.2014)

by 꿈꾸는구름 2019.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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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보이 후드(유년시절)'는 '리처드 링클레이터'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영화이다. '같은 배우들을 계속해서 기용하며 매년 조금씩 영화를 찍으면 어떨까?' 감독의 이러한 상상력은 현실이 되었으며 무려 12년 동안이나 동일한 스탭들과 동일한 배우들은 1년에 한번씩 만나 15분 분량의 영화를 찍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영화도 12개의 에피소들들이 시간순으로 나열된 형식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감독의 끈기와 배우들의 의리가 만들어 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특별함'이라고는 없다.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너무나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 너와 내가 겪었거나 겪고 있을 이야기들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특별하다'. 미국의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에서 자란 내가 격렬하게 공감하는 부분들이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평범함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 일것이다. 

주인공인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과 엄마(패트리샤 아퀘드) (다음 발췌)

  극중 주인공인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이 여섯살에 출연을 시작했고 18살이 되어서야 이 영화의 촬영은 끝이난다. 영화가 시작되었던 여섯살때에야 자신의 의지로 이 영화의 참여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겠지만 점차 성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 영화의 소중함과 함께 자신의 인생일부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엘라 콜트레인의 솔직한 심정은 어떠 했을까. 자신의 성장과정을 담은 홈 비디오 같은 이 영화가 자신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자신의 유년기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게 되어, 그리고 그 기록을 전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을까. 아니었을까. 공식적인 인터뷰에서야 이 영화의 촬영 경험이 삶에서 소중한 기억이고, 대단한 영광이라 표현을 했었지만, 실제로는 어떠했을지 모르겠다. 아빠역을 연기한 에단 호크는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배우로 확고한 가치관을 가진 배우로 유명하다. 감독과는 '비포 시리즈'로 알려진 '비포 선라이즈''비포 선셋''비포 미드나잇'에 출연을 하며 그의 '페르소나'로서 자리 매김하게 되었는데, 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기획의도를 듣고는 흔쾌히 출연에 동의하게 되고 그 후 12년동안 감독과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한다. 감독은 혹시나 자신이 영화를 촬영하다가 죽게되면 나머지 부분을 완성해 달라고 에단 호크에게 부탁을 했을 정도로 두 사람간의 유대 관계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아주 소소하지만 소중하고 특별한 우리의 일상들 (다음 발췌)

  엄마역을 연기한 '패트리샤 아퀘이드' 역시 이 영화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다른 배우와 스탭들가 호흡을 함께 했다. 영화의 마지막 촬여이 매우 아쉬웠다고 밝힌 그녀는 나홀로 영화를 더 찍고 싶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영화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이 배우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12년이 고스란히 담긴 이 영화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여배우로서 한 여성으로서 나이가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걸 생각하게 한다. 딸 역을 연기한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감독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실제 딸이며, 주인공 메이슨의 말괄량이 누나로 출연을 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그랬듯 하나밖에 없는 형제이지만 언제나 티격태격했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감독이 아빠인 탓에 사춘기를 지나는 무렵에는 영화에서 출연제외를 시켜달라는 다소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는데 감독이 꽤나 난감했을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의 형제들이 그러 하듯이 영화에서도 자연스럽게 메이슨과 멀어지는 과정을 통해 후반으로 갈수록 출연 분량이 줄어들어서 이내 영화에서는 볼 수 없게 된다. 우리네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말이다. 

메이슨과 아빠(에단 호크)의 일상 (다음 발췌)

  영화의 전개방식은 12개의 에피소드가 시간 순으로 자연스럽게 나열되어 있다. 배우들의 성장과 함께 영화의 시간도 흐르게 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영화 한편을 다보고 나면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배우들 처럼 나도 내인생의 영화 한편을 찍고 있었구나 라고. 자동차 뒷자리에서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형제와 티격태격한다든지, 자신을 괴롭히는 형제를 엄마에게 고자질하고 울고 불며 싸우고, 민감한 사춘기를 지나며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게 되는 아주 소소한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매우 '특별한' 이야기로 다가 오는 것은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인생'과 '일상'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소년 ‘메이슨’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을 통해 그만의 생각과 철학 그리고 감성을 키우며 홀로 세상에 발을 내딛는 어른이 될 준비를 한다. 영화는 그가 성장하는 시간을 따라가며 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는 마치 ‘메이슨’과 같은 경험을 하며 그와 함께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처럼 영화에 몰입하며 영화를 통해 자신의 과거 혹은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진실성'과 '현실감'이다.

함께 성장해가는 메이슨과 엄마(패트리샤 아퀘이드) (다음 발췌) 

  영화에서 성장해가는것은 비단 소년인 메이슨 뿐만이 아니다. 아빠와 엄마로 등장하는 두 배우들도 '성장'해 나가는 모습들을 보인다. 대학에 진핵하는 메이슨이 집을 떠나게 되자 그를 보내며 엄마가 하는말은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 ' 나는 인생에서 뭔가 더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 내 장례식만 남았어' 인생이 그런것이니까 엄마도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고 냉소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메이슨도 그것이 잔인한 현실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못한다. 인생이 그런걸. 그게 사실인걸. 귀여웠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이지만 나는 두 명배우들의 '늙어가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트루 로맨스' 속 매력적인 연기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여배우의 주름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며 매력이라는게 그저 외형의 아름다움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깨달았다. 그건 에단 호크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소소한 사실들이 영화의 에피소드들과 더해져 이 영화가 가지는 매력으로 표출된다. 

청소년기를 지나는 메이슨 (다음 발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평론가들의 '별점'이다. 일반적인 영화들은 관객의 평점이 영화평론가들의 평점 보다 높다. 영화를 분석하고 따지기를 좋아하는 영화평론가들은 영화를 깍아내리기를 즐기며 그게 그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실로 놀랍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관객의 평점 보다 영화평론가들의 평점이 월등히 높다. 참 보기 드문 일인데 그만큼 이 영화가 가지는 힘이 대단하고 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메이슨은 유년기를 지나 소년기, 청소년기를 거쳐 18세의 청년이 된다. 성인이 되는 입구에 서 있는 그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나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건 아름다운 영화의 배경만큼이나 아름다운 생각을 가진 청년으로 성장해 있는 메이슨의 '대사'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메이슨과 대학 친구는 대화를 나눈다. ' 그런말 자주 듣잖아 이 순간을 붙잡아라. 근데 난 거꾸로 인것 같아. 이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것 같아.' 

메이슨의 성장기이자 우리들의 성장기 (다음 발췌)

  인생은 '순간'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어 내는 아주 평범한 진리들을 매 시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가볍게 흘려 보낼 수도 소중하게 여기고 아낄 수도 있는건 오로지 우리의 선택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아주 평범한 순간들을 지켜 보면서 우리가 눈물을 흘리고 웃음지을 수 있는건 지나간 그 '순간'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지나왔을 보편타당한 이야기도 아주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말 그대로 '인생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내 인생의 유년기, 소년기, 청소년기, 청년기도 메이슨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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