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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그때알았더라면.플립(Flipped.2010)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줄리(매들린 캐롤)'라는 소녀가 있다. 지금의 내 눈에는 너무도 이쁘고 똑똑하고 착하며, 예의 바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의 가치를 알고 있으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소녀이다. 옆집으로 이사 온 '브라이스(캘런 맥오리피)'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7살 때부터 브라이스를 쫓아다니지만 그런 줄리가 '어린' 브라이스는 부담스러워 도망 다닌다. 나이 어린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아무런 가치관도 성립되지 않은 시기이기에 세상을 보는 눈도 사람을 보는 눈도 아직은 없다. 영화는 두 아이가 만나는 7살 때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원작인 책에서는 배경이 현대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감독이 성장했던 195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이 성장해온 시기를 다루는 게 더 정확하고, 자신이 이해를 많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배경을 50년대로 설정한 것 같다.

어린 '브라이스(라이언 케츠너)'와 '줄리(모갠 릴리)' (다음 발췌)

  정작 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한 북미에서는 그저그런 영화로 조용히 사라져 버렸지만, 국내에서는 입소문을 타고 팬덤을 확보하여 결국엔 재개봉을 요구하는 목소리들도 생겼다. 관객 평점도 9점대를 훌쩍 넘겨버렸으며 영화를 '분석'하는 기자와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끈질긴 요구에 의해 2017년 극장에서 재개봉하기도 했다. 국내 팬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두 배우들의 열연과 로브 라이너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무엇보다 주옥같은 대사들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영화를 보게 된 나도 '인생 영화'로 꼽을 만큼 너무나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본 영화이며, 무엇보다 '아이'가 생기면 꼭 보여줘야겠다 싶을 정도로 성장기에 필요한, 인격을 형성하는 시기에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영화로 간직하고 있었다. 

'브라이스'의 향기까지도 좋아하는 '줄리' (다음 발췌)

  영화는 정확하게 두 아이의 관점으로 나누어서 서술해 나간다. '줄리'의 입장, '브라이스'의 입장으로 나뉘어 같은 상황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들도 각자의 아이들이 어떻게 그 사건을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같은 방식의 구성은 각 캐릭터들을 이해하는데 정확한 정보와 도움을 주는 형식으로 영화의 초반부터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너무나 '어린' 생각을 가진 '브라이스'와 '성숙한' 생각을 가진 '줄리'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으며, 나의 어린 시절과 너무 닮아 있는 '브라이스'의 행동과 생각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그때 알고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희망섞인 자조를 하면서. 

나무위에 올라가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체득하는 '줄리' (다음 발췌)

  '줄리'는 외모는 평범하지만 내면은 그 또래의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아이로 묘사된다.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나무에 올라가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스스로 체득하고, 그 나무가 잘리게되는 상황이 되자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용감하게 나무 위에 올라가 1인 시위를 한다. '과학경진대회'에서 닭을 부화시키는 실험을 해 1등을 하고, 그와 동시에 병아리를 얻게 된다. 자신의 집 뒷마당을 개조해 병아리들을 키워 닭으로 성장시키고 그 닭들이 낳은 계란을 팔아서 돈을 번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을 '줄리'는 매우 확신에 찬 상태로 해낸다. 그런 그 아이의 배경은 어땠을까. 줄리가 이렇게 '성숙한' 인격을 빠르게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아빠'때문이다. 다른 어른들이 보기엔 능력도 없고 무능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마찬가지로 '내면'이 훌륭한 줄리의 아빠는 딸과의 진솔한 대화들을 나누길 즐기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줄리가 삶에서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이 부화시킨 닭들이 낳은 계란을 선물하는 줄리 (다음 발췌)

  부모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부분이다. '아이'가 성장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부분도 좋았지만, 그와 함께 어른으로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하는 영화이다. 숲을 볼때 그 숲만을 보지 말고 그 숲을 이루고 있는 하나하나의 나무를 보라는 줄리아빠의 가르침은 성인인 나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었다. 나의 '아이'가 성장을 하면서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어서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간직하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였다.

'줄리'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빠(에이단 퀸)' (다음 발췌)

  영화의 끝은 우여곡절끝에 처음 두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줄리의 마당에 나무를 함께 심으며 '손을 잡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된다. 처음에는 '브라이스'가 '줄리'에게 손을 잡히지만, 마지막엔 '브라이스'가 '줄리'의 손을 잡는다. 이제는 '브라이스'가 '줄리'에게 마음이 더 가있는 것이다. 그만큼 '브라이스'의 내면이 더 많이 자란 것으로 표현된다. 사람을 볼 때면 그 외모가 아니라 내면을 보라는 영화의 가르침을 '브라이스'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다. 한참 사춘기 때 이 영화를 만났더라면 좋았겠다 싶었다. 그저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한 가르침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격을 구축하는데 훌륭한 조언들이 영화에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나에겐 그저 더 이른 시간에 만나지 못한 아쉬움의 영화로 남았지만, 내 '아이'에겐 훌륭한 조언자로서 역할을 해줄 영화로 손꼽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줄리'의 손을 잡는 '브라이스'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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