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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희망을만들어가는처절한여정.더로드(TheRoad.2009)

by 꿈꾸는구름 2019.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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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었다. 미국 작가인 코맥 맥카시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인 도서는 미국의 권위있는 상인 '퓰리쳐상'을 수상했으며 베스트 셀러로 꽤 오랫동안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원작을 먼저 읽던 영화를 먼저 보던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영화는 원작의 세계와 인물들을 그대로 시각화 했으며, 원작이 주는 감동과 메세지를 최대한으로 옮겨 놓았다. 그렇기에 원작과 영화 중 어느것을 먼저 접하냐는 별로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 더 로드'는 원작과 영화 모두 오랫동안 기억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나긴 여정을 함께하는 남자(비고 모르텐슨)과 아들(코디 스밋 맥피) (다음 발췌)

  암울한 잿빛으로 변해버린 세계에서 남자(비고 모르텐슨)는 하나뿐인 아들(코디 스밋 맥피)을 데리고 '따뜻하고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남쪽으로 힘들고 처절한 여정을 이어간다. 그들에게 희망은 현실보다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현실은 너무나 춥고, 항상 굶주리고, 고통을 견디다 못해 사람들까지 식량으로 생각하게 된 '나쁜 사람들'을 피해 도망다녀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다. 남자는 아들에게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이야'라고 속삭여 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 그들은 '희망'을 찾아가는게 아니라 여정속에서 만들어가고 있었다. 남자에게 아들은 '희망' 그 자체였으며 그가 처절한 현실속에서 견딜 수 있게 해준 이유이자 목적이다. 아들 역시 '변하지 않는 인간성'을 가지고 무섭도록 변해버린 현실 속에서 자신을 보살피고 지켜주고 있는 아버지가 '희망'일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남쪽'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사실 바로 곁에 있는 '희망'을 의지하며 새로운 희망을 매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희망을 포기해 버린 엄마(샤를로즈 테론) (다음 발췌)

  영화에서는 희망을 놓아 버린 사람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남자의 아내이자 아들의 엄마인 '여자(샤를로즈 테론)'는 이들이 여정을 떠나기 전 희망을 놓아버리고 홀로 어두운 바깥세상으로 사라진다. 너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의 연속인 현실을 피할 수 없기에 희망을 놓아버리고 포기해 버렸기에 참혹한 세상에 몸을 던진 것이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을 아들과 하는 여정 내내 가지고 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와 아들이 여정중에 발견하는 헛간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 사람들도 희망을 놓아버리고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견뎌내야 할 현실이 너무나 가혹하기에 견뎌냐 하는 '삶'대신에 '죽음'을 택한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희망'을 버린 사람들은 인간성을 상실하고 사람들을 사냥하는 '인간사냥꾼'들과 사람들을 짐승처럼 가두고 식용으로 사용하는 '인육을 먹는 사람들'이다.  

고통스런 여정을 이어가는 두 사람 (다음 발췌)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도구'로 여기게 된 그들은 더 이상 사람으로서의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미래는 없기에 그저 현실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만을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을 잡아들이고, 잡아먹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인간성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고, 더 이상의 미래와 희망은 없는 것이다. 오로지 버텨 내야할 '현실'만이 존재 할 뿐이다. 가까스로 인육을 먹는 사람들의 집에서 빠져나온 아들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우리는 사람을 잡아먹지 않을꺼죠?' '물론이지''어떠한 상황에서도요?''물론''굶어 죽어가는 데도요?''그렇단다.' 남자와 아들에게는 '희망'이 있기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사람을 생존의 도구로 생각하는 '인간 사냥꾼'들 (다음 발췌)

  남자를 연기한 '비고 모르텐슨'은 '반지의 제왕'의 매력적인 캐릭터인 '아라곤'을 연기한 배우이다. 아라곤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에 다른 영화에서 보기는 힘들겠거니 생각을 했었는데 그가 명배우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 작품이 바로 이 영화이다. 희망을 얘기하는 낮고 갈라진 그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굳은 신념이 나타나고, 희망에 대한 믿음은 그의 확고해 보이는 표정에서 드러난다. 그의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처절한 모습으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루하루 먹을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모습을 위해 무려 20Kg을 감량하는가 하면, 대역까지 반대하며 1마일이 넘는 거리를 직접 걸었으며, 보는 이들 마저 뼈를 으스러지게 할 정도의 얼음같은 개울물에 몸을 던지는 연기까지 선보였다. 뼈만 앙상한 그의 전라모습은 배우 비고 모텐슨이 아닌, 잿빛 세상에 던져진 한 남자의 모습 그대로로써 비칠 뿐이다. 또한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바싹 마른 몸으로 가려진 외모 속에서도 시종일관 배우 비고 모텐슨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강한 눈빛연기는 생존을 향한 주인공의 처절한 외침을 그 무엇보다 소름끼치게 전달하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지하벙커에서 음식들을 챙겨 이동하는 두 사람 (다음 발췌)

  아들역을 연기한 '코디 스밋 맥피'는 촬영 당시 14세의 어린 연기자였으나 어린 나이가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창백한 얼굴과 애처로워 보일 정도로 깡마른 몸으로 주인공이 지켜내야 할 극중 아들을 훌륭하게 연기 해 내었다. 이후 미국에서 리메이크 한 '렛미인'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등 연기파 배우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두 사람 외에도 아내역을 연기한 샤를로즈 테론은 등장시간은 짧았지만 희망을 잃은 절망적인 모습과 남자가 회상하는 과거의 활기차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그들이 처한 처절한 현실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는 역할을 해준다. 또 노인으로 등장해 묵직한 무게감을 선사한 원로배우 로버트 듀발,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해 작은 여운 깊은 인상을 남겨준 가이 피어스 등이 그들이다. 그야말로 영화 [더 로드]는 배우들의 아름답고, 멋진 외모보다 더욱 눈부신 그들의 사실감 있는 '연기'로써 진한 감동을 주는 영화라 할 만하다.

그들이 걷는 미래는 어두운 터널과도 같은 것일까 (다음 발췌)

  남자는 순간순간 행복했던 순간을 꿈꾼다. 지금 함께 걷고 있는 아들처럼 자신이 지켜주고 싶었지만 그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떠나버린 아내와의 시간을 꿈속에서 떠올리는 것이다. 온톤 회색빛으로 가득한 화면 속에서 유일하게 다양한 컬러 빛으로 재생되는 그 순간만큼은 극중 남자도, 그리고 관객들도 잠시나마 작은 온기를 느끼게 된다. 잿빛 세상에서 아들을 지켜주려는 끝없는 부성애와 지켜주지 못한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은 생존과 현실, 기억과 현실에 대한 끝없는 중첩으로서 관객들에게 전달되어 진다. 그들은 마침내 그렇게 오고자했던 바닷가에 다다르지만 그들이 마주한 '희망'은 그들이 지나온 처참한 현실과 다를 바 없다. 그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남자는 그가 지니고 있던 병마에 삶을 마감하지만, 아들에게는 희망을 계속 이야기한다. '계속 걸어라, 그래도 살아라.' 남자가 아들에게 남기고픈 메세지이다. 

그들의 목적지인 바다에 도착해 황량한 바다를 허무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다음 발췌)

  아버지의 죽음을 뒤로하고 아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가이 피어스)에게 질문을 한다. “아저씨는 착한 사람인가요?”, “아저씨는 자식이 있나요?”, “아저씨는 사람을 안 잡아먹나요?” 아들이 생각하는 가장 착한 사람, 그리고 의지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처참한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 착한 사람, 또 자식을 가진 그런 착한 사람의 마음을 지닌 사람, 바로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들의 질문에 대해 따뜻하게 대답해주는 그 남자의 모습을 보는 순간, 관객들도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된다. 아들의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말이다.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의 바램대로 계속 걸으며 처참하게 변해버린 세상에서 삶을 살아갈 것이다. '희망'을 놓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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