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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욕망이만들어낸생명체.라이프(Life.2017)

by 꿈꾸는구름 2019.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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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많은 영화를 양산해내는 할리우드에는 '황금 공식'이라는 게 있다. 정식으로 공식화된 절대적인 공식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공식으로 이 방식에 근거하여 영화를 제작하면 성공적인 흥행과 평단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하게 된다는 암묵적인 공식이다. '80대 20'이라는 공식인데 '익숙한 80'에 '신선한 20'의 비율로 영화가 제작이 된다면 성공적인 상영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라이프'는 그 공식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영화로, 아주 익숙한 '클리셰'와 같은 80프로에 신선함을 20프로 더해서 영화가 완성되었다. 영화는 감독이 밝힌 바와 같이 전설적인 SF물인 '에일리언'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이다. 외계 생명체가 나오고 우주라는 열린 공간과 우주선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사투를 벌인 작품이다. 매우 친숙한 이 설정은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의 새로운 설정으로 인해 영화의 장르인 SF 스릴러에 부합한 영화를 탄생하게 하였다. 이 설정 부분이 '익숙한 80'에 해당한다면 나머지 '신선한 20'은 주인공이나 다름없이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인 '캘빈'이라는 캐릭터이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롭고 기이한 이 생명체는 영화의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유지해 나가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다. 

매우 사실적인 카메라의 이동과 배우들의 연기 (다음 발췌)

  영화의 시작은 우주 외부에서 유영하듯 카메라가 움직이며 우주정거장의 모습을 다큐적인 모습으로 보여준다. 거대한 시선으로 관망하는듯한 시선을 가지고 시작을 하는데 이는 관객에게 미래에 벌어질 사건에 대한 일종의 준비시간을 부여하는듯 했다. 화성에서 토양을 채취해오는 탐사선을 접하게 된 우주 정거장의 대원들은 화성의 토양에서 단세포 생물을 발견하게 되고 인류 최초로 외계 생물과 접촉하게 된다. 영화를 연출한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은 이 영화가 몇백 년 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일'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내일 당장 외계 생물체와 접촉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감을 주기 위해 우주정거장을 묘사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으며, 덕분에 매우 사실적인 장면들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그들이 채취한 생명체는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알려지게 되고 지구와 우주 정거장의 대원들은 새로운 생명체의 발견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우주정거장에 가장 오래 머무른 데이빗 조던 역 '제이크 질렌할' (다음 발췌)

  지구인들은 새로운 생명체에게 '캘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되고, 대원들은 캘빈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하게 된다. 만약 외계 생명체가 실제로 발견되어도 같은 반응일지 정확하게 상상이 되진 않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아마도 '캘빈'이 '지적'이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 '단세포' 생물체이기에 일종의 '안도감'을 가지고 그의 존재에 대해 환영을 하게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에일리언'과 같은 외모에 '프레테터'와 같은 공격성을 가진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 것이었다면 어땠을지. 인간의 습성은 그렇게 얄팍한 것이다. 그게 인간적인 반응이기도 하겠지만. 우연한 사고로 다시금 동면에 빠지게 된 '캘빈'을 과학자인 '휴(앨리욘 버케어)'가 전기 충격을 주어 다시 깨우게 되고 다시 깨어난 '캘빈'은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되어 대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원래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전력질주를 한다. 우주선이라는 '폐쇄적'이고 '협소한' 공간에서 그 능력의 한계치를 가늠할 수 없는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는 스릴러물로 변모한다.   

첫번째 희생자인 로리 애덤스역 '라이언 레이놀즈' (다음 발췌)

  '캘빈'은 일종의 포식자이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사이코적인 요소를 갖춘 병적인 살인마가 아니라 그저 기본욕구인 '식욕'을 해결하기 위해 약자인 인간을 공격하는 상위 '포식자'일뿐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캘빈'은 살인자나 살인마가 아니다. 이 모습은 지구에서 인간들이 행하고 있는 모습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지구에서 인간들은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 서서 지구의 모든 자원들, 하위 생명체들을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고갈시키고 목숨을 빼앗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캘빈'과 동일하게 하위 생명체에 대한 아무런 개인감정이나 목적성은 없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영화의 제목이 '라이프' 즉 '생명''삶'으로 정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생명'의 유지, '삶'의 의지에 관한 이야기일 뿐. 그렇게 따지면 수많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영화인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에일리언들도 마찬가지 경우이겠지만 말이다. 오직 인간만이 전 우주에서 유일하게 고귀하고, 존엄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면 동의하게 될 것이다.    

미란다 노스역의 '레베카 퍼거슨' (다음 발췌)

  자신을 깨운 '휴'를 공격해서 정신을 잃게 하고 그가 낀 장갑과 전기충격기를 이용해 영리하게 '인큐베이터'를 탈출한 '캘빈'은 '휴'를 구하러 실험실로 들어 온 '로리(라이언 레이놀즈)'를 공격해서 죽이고 몸집을 더 키운다. '캘빈'은 생명체를 섭취함으로써 몸집도 커지고 지능도 성장하게 되는 생명체였던 것이다. 로리를 처치한 '캘빈'은 흡기구를 통해 우주선 밖으로 나가게 되고, 지구와 유사한 환경에서만 생명유지가 가능한 '캘빈'은 자취를 감춘다. 급박해진 우주정거장의 대원들은 지구로 통신을 시도하지만 통신기구가 고장 나서 외부에서의 수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정거장의 대장인 '예카테리나(올가 디호비치나야)'는 자신이 외부로 나가서 통신기기를 수리하기로 결정을 한다. 우주 밖으로 나간 '예카테리나'는 수리를 하러 이동을 하다가 우주에서 '캘빈'을 마주하게 되고 '캘빈'은 우주복을 망가뜨려 냉각수로 그녀를 또다시 죽이게 된다. 우주에서 진입을 시도하던 '캘빈'은 외부 흡기구를 통해 우주선으로 진입하게 되고 대원들은 또다시 위기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문을 '닫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이는 외부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행위들이며 그 '안'에서 자신들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의식이 이런 행동들이 나오게 하고, 실제로도 그러한 행동들이 '캘빈'이라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게 한다. 

우주정거장의 대장인 예카테리나 골로브키나역의 '올가 디호비치나야' (다음 발췌)

  두 명의 대원을 죽음에 이르게 한 '캘빈'은 '휴'와 '무라카미 쇼(사나다 히로유키)'를 차례로 죽이게 되고, 남은 두 대원은 '캘빈'을 처치할 방법을 구상한다. 탈출선 한대에 '캘빈'을 유인해서 태우고 우주로 날려버리는 것이다. 두 대원중 '데이빗(제이크 질렌할)'이 '캘빈'을 유인해서 우주로 날아가기로 하고 '미란다(레베카 퍼거슨)'는 지구로 귀환할 탈출선에 타기로 정한다. 성공적으로 탈출선으로 유인한 '데이빗'은 탈출선을 출발시키고 동시에 '미란다'의 탈출선도 출발을 한다. 두 대의 탈출선은 동시에 우주정거장에서 분리가 되어 우주로 향하고 각각 목적지로 향한다. 카메라는 우주를 지나 지구로 귀환하는 탈출선을 따라 이동을 하는데 왠지 모를 '스릴감'과 '불안감'은 극대화된다. 지구의 한 바다에 착륙하게 된 탈출선으로 사람들이 이동을 하고 탈출선 안에 있는 '캘빈'과 '데이빗'을 발견한다. 반대로 '미란다'가 탄 탈출선은 그녀의 비명소리와 함께 우주로 사라져 버린다.   

'캘빈'을 살려내고 우주선안으로 들이는 과학자 '휴(앨리욘 버케어)' (다음 발췌)

  마지막의 이 반전에 대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많은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과학자인 '데이빗'이 지적인 호기심으로 '캘빈'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탈출선을 바꿔치기했다고 생각을 한다. 영화 내내 '캘빈'을 감싸는 과학자인 '휴'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탈출선의 문을 여는 사람들을 말리는 듯한 '데이빗'의 다급한 목소리와 불안한 표정이 그가 모두 꾸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모든 일을 지적 수준이 매우 높아진 '캘빈'이 꾸민 일이라면, 더 큰 반전이지 않을까. 영화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위에서 우주선을 멀리 내려다보는 매우 관조적인 카메라 샷으로 끝이 난다. 한 인간의 지적 탐구에 대한 욕망으로 만들어 낸 무시무시한 '우주 생명체'의 탄생과 얕은 지식으로 우주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인간들의 허영심이 만들어 낸 지구의 또 다른 종말을 예고하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영화의 황금 공식을 정확히 지키는 선에서 만들어진 영화답게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다수 출연한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다. '에일리언'과 '그래비티' 그 중간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 추천할 만한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SF 스릴러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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