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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1인치의정체성.헤드윅(Hedwig;AndTheAngryInch.2000)

by 꿈꾸는구름 2019.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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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재개봉용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어린시절의 한셀 (다음 발췌)

  먼저 고백을 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조금 더 엄밀하고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약간의 격멸과 약간의 역겨움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이것은 종교적이거나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니고 학창 시절 개인적 경험에 의한 것이다. 이성에 한참 관심이 많았던 사춘기 고등학생 시절, 같은 반 친구(남자)에게서 편지를 받았었고 그 내용은 나를 좋아하고 있으며, 밖에서 따로 만나자는 것이었다. 동성애에 대해 그리 많이 알려지지도 또 밖으로 드러내지도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사회에 반하는 그 친구의 행동은 감성이 더 섬세하고 날뛰던 시기를 지나던 나에게 굉장한 충격이었고,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공포'였다. 그 친구를 이해하려는 생각은 절대 할수가 없었으며, 나에겐 그저 역겹고 혐오스러운 괴상한 '남자아이'였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성적 소수자에 대한 권리와 자유를 주장하는 요즘의 분위기도 나에겐 조금 버거운 상황이다. 그렇기에 트랜스젠더가 나오는 영화는 본 적이 없었는데, 같은 이유로 이 영화를 보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배우 존 카메론 미첼 (다음 발췌)

  영화 포스터에 분명 여장을 한 것같은 남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이 있었으니 영화를 고르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까지 정말 많은 결단이 필요했다. 과정이 조금 요란하기는 하나 이건 '트라우마'에 해당되는 상황이기에 여느 영화를 보는 것처럼 쉽지는 않았다. 어렵게 마주한 영화이기에 영화가 주는 의외의 재미에 '트랜스'라던가 '동성애'적인 코드는 그저 한낱 선입견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느꼈으며 '선입견'의 무서움을 다시금 절감했다. 영화는 감독겸 주연배우인 존 카메론 미첼이 자신의 다양한 재능을 한껏 뽐내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모든 OST는 존 카메론 미첼이 직접 불렀으며 록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을 보여준다. 

주인공 헤드윅 (전 카메론 미첼) (다음 발췌)

  '헤드윅'은 운명이라고 믿었던 연인 '토미'에게 배신당한 후 잃어버린 진정한 반쪽을 찾기 위해 밴드 앵그리 일 인치와 함께 끊임없이 노래하는, 세상에 버림받은 아름다운 록스타 '헤드윅'의 이야기이다. '헤드윅'은 '헤드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 진정한 록 스피릿과 영화의 상징적인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명품 OST, 글램록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황홀한 비주얼까지, 높은 완성도와 폭발적인 에너지로 록 뮤지컬 영화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걸작으로 꼽힌다. 개봉 당시 평단의 뜨거운 호평과 찬사를 받았으며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관객상, 베를린 국제 영화제 테디베어상을 수상해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는 2002년 8월에 개봉을 했었고, 국내에도 큰 이슈가 되어 아직도 팬덤을 형성하고 있으며 2017년에 재개봉하기도 했다. 또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뮤지컬이 원작인 영화이다. 1998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고, 2014년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토니상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조명상 등 4관왕을 차지하는 등 금세기 최고의 록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2005년 첫 뮤지컬 공연을 시작으로 조승우, 조정석, 송창의, 윤도현, 오만석, 김동완, 변요한 등 유명 배우들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인기를 끌며 매해 흥행에 성공했다.

남장 여자인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과 헤드윅 (네이버 발췌)

  자기 고백적인 내레이션과 자신이 만든 음악을 통해 헤드윅은 자신의 아픈 과거와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독에 살던 어린 시절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수많은 남자들로부터 성적으로 추행을 당하던 과거가 화면에 보이고 영화는 이내 밴드의 다음 공연장으로 이어진다. 'Origin Of Love(사랑의 기원)'. 이 노래의 가사를 통해 헤드윅은 이야기한다. 세상엔 원래 3개의 성별인 해의 아이, 땅의 아이, 달의 아이가 있었다. 이들은 각각 남자와 남자, 그리고 여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가 등을 맞대고 붙어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이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개념을 알지 못했다. 외로움을 모르는 그들에 대해 신들은 두려움을 느꼈고, 결국 제우스는 번개를 이용해 사람들을 둘로 나눈다. 반으로 나뉜 사람들이 서로의 반대 짝을 그리워하게 된 것이 사랑의 기원이라는 내용이다.  

헤드윅과 그의 어린 연인 토미 (다음 발췌)

  이 노래는 헤드윅의 많은 것을 설명한다. 헤드윅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도중에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와 결혼하기 위해 성전화 수술을 거쳐 트랜스 젠더가 된다. 하지만 이내 남편에게 버림받는다. 수많은 상처, 그리고 앞으로 계속되는 수많은 여정 속에서 그는 사실 이 노래에서 처럼 자신의 반쪽을 찾고 있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번개 모양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백허그를 하는 헤드윅의 모습은 하나의 거대한 은유다. 그녀를 운명의 반쪽으로부터 갈라놓은 번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조차 헤드윅은 그 흉터를 안고 살아간다.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구원을 찾는다. 구원은 모든 사람들에게 제각각 다른 모습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신, 혹은 믿음 일 수도, 누군가에겐 사랑, 또는 누군가에겐 창작일 수도 있다. 헤드윅 역시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들에 함몰되고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 나아간다. 때로는 파괴적이고 때로는 결코 자신에게 이롭지 않은 방식으로, 하지만 결코 멈추는 일은 없다.끊임없이 음악을 만들고, 사랑을 찾는다. 노래를 한다. 자신을 표현한다. 그리고 영화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그토록 찾았던 깨달음과 마주하게 된다.

헤드윅과 토미 (다음 발췌)

  음악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교양, 혹은 누군가에겐 오락, 누군가에겐 소음, 누군가에겐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부른다는 것은 결국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누군가는 그것에 공감한다. 혹은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은 어떤 방식으로든 의미를 갖는다.

록 스타가 된 토미 (다음 발췌)

  영화의 마지막 결말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장면으로 난 이영화를 용서하게 되었다. 다소 과격하고 히스테릭해 보였지만 헤드윅이 영화 내내 쓰고 있던 가발과 입고 있던 옷들을 벗고, 가짜 가슴 역할을 하던 토마토를 꺼내 터뜨리던 모습.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고 마주한 헤드윅은 '용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자신을 '인정'했다. 그렇게 자신의 반쪽을 채워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환상이 아닌, 계속 외면해오던 자신의 반쪽 모습을 인정함으로써 온전한 하나가 되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결국 자신이 보이고 싶은 부분들만 인정하고, 외면하고 싶은 모습들은 거부한 채로 계속 반쪽의 모습으로 살다가, 자신이 보기 싫은 부분 또한 나의 부분임을 인정하면서 온전한 하나의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

자아를 찾고 정체성을 찾은 헤드윅 (다음 발췌)

  헤드윅의 '1인치'는 너무나도 강렬하지만, 우리에게도 각자의 1인치가 있다. 각자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수치심, 열등감, 자학의 부분들이 바로 그 1인치이다. 절대 들키고 싶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 부분들 말이다. 그런 부분들을 감추고 반쪽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행여나 다른 사람들이 나의 그 부분을 알게 될까 열심히 감춰야 하고, 반쪽만 있기에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그 반쪽을 채우기 위해 애쓰고 노력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부족감은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나머지 반쪽을 돌아보기 전에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자신을 숨기고 있던 가발과 옷을 벗어던지고 나체로 걸어가는 장면처럼 결국 드러내고 마주해야 인정할 수 있고, 그렇게 온전히 하나의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헤드윅은 어느 한쪽의 영화가 아닌 모두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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