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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무엇이인간을인간이게하는가.블레이드런너(BladeRunner.1982)

by 꿈꾸는구름 2019.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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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새롭게 제작된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s in rain. Time to die. " - 그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에서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 인간이 한 대사가 아니다 영화에서 '리플리컨트'라고 불리는 기계인간, 사이보그 '로이(룻거 하우거)'가 한 말이다. 인간보다 월등한 육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존재들은 나날이 황폐해져 가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어렵고 위험한 일들을 대신할 목적으로 인간들이 만들어 낸 '피조물'들이다. 자신들보다 강한 존재인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인간들은 이들의 수명을 4년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지구에 들어와서는 안되는 존재들이지만 6명(?)의 리플리컨트가 지구로 잠입하고, 이들을 찾아 제거(폐기)하는 임무를 지닌 특수경찰 블레이드 런너(Blade Runner)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영화 내내 자문하게 되는 질문은 과연 '인간적이란 건 무엇일까?'라는 다소 철학적이고 진지한 질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저런 대사를 하며 '죽는' 사이보그가 인간적인지, 저런 사이보그를 '폐기'시키는 인간들이 인간적인지.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1982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평단과 관람객의 철저한 외면을 받은 영화였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이 글을 쓰는 지금 '2019년'의 미래 지구를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이후의 많은 SF 영화들의 모티브가 된 영화이고, 교과서적인 영화라 여겨지고 있지만 매우 모호하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가득한 영화이기에 개봉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영화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단 한번 봐서는 그 깊이를 절대 알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모든 장면에 수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으며 그 작은 조각들을 조합해 내었을 때 그 의미가 겉으로 드러나는 매우 복잡 미묘한 영화이기때문에 단 한 번의 관람으로는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VHS가 살린 영화라고도 한다. 수십 번 같은 장면을 보고 반복해 온 마니아들이 그 많은 의미들을 해석해 내고, 세상에 알리고, 그 의미를 전달 받은 사람들이 재관람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이 영화는 진정한 가치를 인정 받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 

1982년에 상상했던 2019년의 모습 (다음 발췌)

  블레이드 런너는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소설과 영화간에는 상당한 자이가 있는데, 원작 소설보다 영화가 오히려 더 문학적 깊이가 있다. 영화는 원작 소설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큰 줄거리만 가져와서 완전히 새로운 내용으로 거듭났다. 데커드나 리플리컨트 같은 주요 캐릭터들은 소설보다 영화에서 훨씬 더 입체적으로 표현되었고, 소설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복잡한 내면과 고뇌, 그리고 존재의 이유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탁월한 영상과 어우러져 소설보다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되었다. 영화가 원작 소설을 뛰어넘은 매우 드문 케이스이다.

블레이드 런너인 데커드(해리슨 포드) (다음 발췌)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되었던 미래는 이미 현재가 되었다. 비록 영화가 그렸던 '디스토피아'와는 거리가 있지만, 영화에서 제시한 인공지능의 발달과 다른 여러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이에 따른 존재론적인 다양한 고민들은 여전히 유효하게 이 시대에 자리잡고 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각하고 생명에 집착하는 모습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가장 진화한 리플리컨트 '레이첼'(숀 영) (다음 발췌)

  1982년 개봉 당시 영화는 제작사의 간섭으로 인해 감독의 의도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게 편집이 되어 개봉되었고, 그 결과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참패했다. 시종일관 데커드의 나레이션을 통해 내면의 심리상태를 설명하고 복잡한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중요한 몇몇 장면들이 삭제되어 감독이 의도한 결말과는 전혀 딴판인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리들리 스콧감독은 시간이 흐른 후 원래 자신의 제작 의도대로 재편집한 감독판을 제작해서 재개봉했다. 감독판은 원래의 극장판과 극적인 차이가 있는데, 데커드의 정체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극장판에서 데커드와 레이첼은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감독판에서 엔딩은 확연하게 달라지는데, 블레이드 런너 데커드는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이 '리플리컨트'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식스센스'의 브루스 윌리스가 생각난다.) 그리고 데커드와 레이첼의 운명은 미스터리로 남겨진 채 영화는 끝난다. 감독판으로 재개봉한 블레이드 런너는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받으며 걸작의 반열에 올라가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데커드와 레이첼 (다음 발췌)

  이 영화의 매력은 다면적이고 심오한 철학적 주제들을 논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고 지속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평하기 좋아하는 비평가와 인텔리들이 한 마디씩 덧붙일 수 있는 요인들이 풍부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SF영화 역사상 가장 화제를 불러온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재에 대한 물음, 윤리, 환경, 계급 등 다양한 논쟁적인 주제들이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있기에 누구나 한 마디씩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리플리컨트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창조주로써 인간의 자격과 존재에 대해 한 번쯤 뒤돌아보며 생각하게 만든다.

데커드와 그의 동료 개프 (다음 발췌)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스타일이다. 영화가 풍기는 독특한 스타일. 어둡고 음울하고 추적추적 계속 비가 내리는 미래의 로스앤젤레스의 모습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완성되었다. 비와 안개로 탁하게 물든 길거리에서 빛을 발하는 네온사인과 신호등, 허공에 매달린 거대한 광고 스크린에 클로즈업되는 여인의 얼굴, 기업체의 로고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경찰차의 경광등 불빛의 이미지는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롯이 블레이드 런너에서 창조해낸 미래 도시의 모습이다. 지구를 떠나지 못한 루저들만이 남아있는, 더할 나위 없이 복잡하고 너저분하고 혼란스럽고 황량한 뒷골목 분위기의 음울한 도시를 보며 관객은 묘하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군중 속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고립된 개인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군더더기 하나 없이 오로지 비주얼만으로 이렇게 표현해 냈다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리플리컨트를 쫓는 데커드 (다음 발췌)

  인간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리플리컨트들에 대한 안전장치로 인간들은 '수명 제한(4년)'을 걸어 놓는다. 살아남아 지구로 잠입한 리플리컨트들은 그 수명 제한을 풀기 위해 제작자를 찾아가지만 해법은 없다는 말만 듣는다. 그리고 차례로 한 명씩 블레이드 런너인 데커드에 의해 '은퇴(retirement)'당한다. 리플리컨트를 추적하고 제거하는 데커드를 보며, 살고자 도망치는 리플리컨트를 보며, 누가 더 인간에 가까운지 꽤나 혼란스러웠다. 삶에 대한 의지는 오히려 리플리컨트들이 더 강했으며, 도망치고 있는 리플리컨트를 향해 무자비하게 총을 쏘고, 이미 총에 맞아 괴로워하며 죽어가는데도 총을 쏘아대는. 동료 리플리컨트의 죽음에 격분하여 자신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블레이드 런너를 공격하는 리플리컨트를 보며, 총에 맞아 바닥에서 괴성과 함께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리플리컨트를 보며, 또 그런 리플리컨트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확인사살을 하는 데커드를 보며, '과연 인간적인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계속되었다.  

리플리컨트인 '프리스(다릴 한나)' (다음 발췌)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언을 인용하여 말하는 리플리컨트를 통해 영화는 많은 것을 묻는다. 인간과 리플리컨트를 구분 짓는 경계와 기준은 무엇인가? 리플리컨트의 자아는 인간과 같다고 할 수 있는가? 형체만 인간 같은 것이 아니라, 리플리컨트는 기억을 토대로 감정을 만든다. 동료의 죽음에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친근함, 애정,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리플리컨트들이 가진 기억은 인간이 그들을 만들 때부터 이식시켜둔 기억이다. 그렇다면 영혼은 기억의 산물인가? 기억이 존재한다면 자아도 존재하는 것인가? 리플리컨트는 단순한 복제물인 것인가? 결국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리플리컨트들의 리더인 '로이' (룻거 하우거) (다음 발췌)

  감독의 재편집본인 '파이널 컷 버전'의 엔딩은 리플리컨트를 은퇴시키는 블레이드 런너인 '데커드'마저 리플리컨트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주면서 철학적 고민을 가중시킨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감독은 데커드가 사실은 리플리컨트였다고 논란을 종결시키긴 했지만 말이다. 맨 처음 언급했지만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이었던, 리플리컨트인 로이의 마지막 대사가 잊히지 않는다. 마지막 엔딩씬은 아마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멋지고 위대한 씬 중에 하나일 것이라 확신한다. 너무 강렬하게 와 닿아서 잊으라고 해도 잊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주연인 해리슨 포드와 숀 영도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로이 역을 연기 한 '룻거 하우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명대사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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