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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그렇게오래사랑이간직될까.번지점프를하다.(Bungee Jumping Of Their Own.2000)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서인우 역 이병헌 (다음 발췌)

  '번지 점프를 하다'는 개인적으로 삶에서 별로 의미를 두지 않는 두 가지를 소재로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다. '환생'과 '동성애', 이 두 소재로 인해 개봉 당시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고', 몇 년이 흐른 뒤에나 볼 수 있었다. 기억을 돌이켜 보면 아마도 여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은주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2005년이 지나서야 본 것 같다. 그렇게 개인이 가진 선입견으로 인해 늦게나마 이 영화를 접한 소감은, 내가 이 영화보기를 거부한 이유인 '환생'과 '동성애'라는 코드는 말 그대로 소재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리고 고지식한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나 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하며, 영화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는 순수한 '사랑' 그 자체에 있었음을 알았을때의 그 창피함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렇게 해서 사회를 바라보는 편견되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그런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서인우 역을 연기한 이병헌은 신인시절의 풋풋함을 가지고 있었으나, 개인의 낯 뜨거운 사생활을 연기력으로 덮어버리는 그의 신들린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순수한 짝사랑을 하기 시작한 대학생 서인우의 연기에서부터, 첫사랑에 실연을 당하고 모든걸 잊었다고 생각한 그때 자신의 앞에 나타난 말도 안되는 첫사랑의 그림자를 느끼는 중년의 남성 연기까지 그저 감탄하며 바라 볼뿐이다. 

인태희 역의 이은주 (다음 발췌)

  그리고 인태희 역의 이은주.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던 배우이기에 너무도 거짓말같은 자살 소식에 한동안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당찬 과학도의 연기를 보여준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카이스트'부터 눈여겨보아 온 배우인지라 남다른 팬심으로, 밖으로 드러날 정도의 열정적이진 않았으나 그녀의 연기에 내심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가 자살을 결심하고 쓴 유서를 나중에 보았는데 배우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강해야 하는지 그녀가 그런 결심을하게 된 동기를 가슴아프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종교적으로는 '자살'이라는 죽음이 '용서받지 못하는 죽음'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사후가 부디 편안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갑자기 뛰어든 우산속의 인연처럼 사랑은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온다. (다음 발췌)

  영화의 시작은 너무도 풋풋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의 이야기이다. 첫눈에 반하는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던 서인우는 국문학과 대학생이다. 어느 비오는 날, 자신의 우산에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나서는 버스정류장까지 우산을 씌워 달라고 부탁하는 당찬 그녀에게 서인우는 한눈에 반한다. 80년대 그때의 모든, 거의 모든 청춘들이 그러했겠지만 역시나 서인우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그녀와 헤어지고는 후회를 하며 그녀를 만날까 그녀와 만났었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려보지만 만나지 못한다. 얼마 후 학교에서 그녀를 우연히 본 서인우는 전공수업도 결석을 하며 그녀를 따라다닌다. 순수하고 적극적인 그의 구애에 인태희도 마음을 열게 되고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이 둘은 80년대 학번의 대학생으로 등장을 하는데 90년대의 학번인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향수가 느껴져 그 당시 대학생들의 순수함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지금과는 달리 왜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는데 서툴고 조심스러웠는지. 사회적 분위기가 그러했겠고, 자심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게 잘못된 일이라는 교육이 그러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한 분위기가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들이 비해, 그리 뒤덜어지고 후진(?)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나름대로의 낭만이란 게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낭만이 있었다. 8,90년대에는. (다음 발췌)

  그렇게 순탄할 것만 같던 두 사람에게 찾아 온 위기는 바로 서인우의 군입대였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가 가야하는 곳이지만 이 가야 할 곳 때문에 많은 인연들이 헤어짐의 아픔을 겪은걸 보면 군생활이라는 게 그 기간이 36개월이든 18개월이든 그 안에서 버틴 사람과 밖에서 버틴 사람 모두에게 손뼉 쳐줄 일이다. 서인우의 군입대로 인해 갈등을 겪지만 둘은 또 애절한 사랑만 확인하고 입대하는날 용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입대하는 날 당일 아침 용산역에서 인태희를 기다리던 서인우는 약속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그녀가 변심을 했다고 생각을 하며 첫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게 되지만, 사실 용산역으로 향하던 인태희는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서인우는 재대를 하고, 결혼을 하고 학교 선생님이 되어 첫사랑을 추억을 남긴 채 삶을 살아간다.

인태희의 모든걸 가진 서인우의 제자 임현빈(여현수) (다음 발췌)

  그러던 어느날 고등학교 교사가 된 그의 앞에 임현빈이라는 제자가 나타난다. 임현빈이라는 남학생은 인태희가 하던 행동(무언가 마실 때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는)을 하고, 그녀와 추었던 왈츠곡을 핸드폰 벨소리로 가지고 있고, 그녀가 평소하던 말투까지도 닮아있었다. 이 모든게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을 하던 서인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임현빈이 인태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그의 첫사랑이었던 인태희가 임현빈이라는 남학생으로 환생을 했다고 믿게 된 것이다. 과거의 사랑이 남아있음에 괴로워하고 현실에서의 처지에 괴로워 하던 서인우는 인태희의 존재를 부정할수록 점점 더 임현빈에게 빠져들고 결국은 학교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점에 임현빈은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을 따라 용산역으로 향하는데, 그곳에는 그를 기다리는 서인우가 있었다. 아니 인태희가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모습은 달라졌지만 너무 늦게 왔다고 미안해 하는 인태희와 그런 그녀를 오히려 위로하는 서인우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은 '사랑'이야기 였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과연 그런 사랑이 있을까. 시간이 흐르고 모습이 변해도 여전히 지니고 있는 사랑.  

용산역에서 인태희(임현빈)을 기다리는 서인우 (다음 발췌)

  그 이후의 스토리는 두 사람이 모습(성별까지)은 달라졌어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사랑으로 줄이 없이 '번지 점프'를 하는(동반 자살을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당시의 소재로는 환생, 동성애, 동반자살 등 파격적인 소재들의 연속인데, 표현하는 방법이 다소 과격하리만큼 낯설고 거칠지만 그 안에 오롯이 담고 있는 '사랑'에 대한 믿음은 감독이 묵묵하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환생이든, 동성애든, 동반자살이든 어느 하나 믿고 싶지는 않고,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랑'에 대한 거짓말 같은 믿음과 순수한 열정만큼은 이 영화에서 발견해야 할 보석 같은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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