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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가장먼곳에서.애드아스트라(Ad Astra.2019)

by 꿈꾸는구름 2019.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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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브래드 피트의 필모그래피에 우주에 관련된 영화가 없었다는 걸 알고는 조금 놀랐다. 워낙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을 해 온 배우라 당연히 한편쯤은 우주에 관련된 영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영화 '애드 아스트라'가 그의 첫 우주영화였다. '인터스텔라'의 매튜 매커너히, '마션'의 맷 데이먼, '퍼스트 맨'의 라이언 고슬링은 우주영화를 가지고 관객에게 찾아와 근사하고 인상적인 연기로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했던 배우들이다. 그 안에 이젠 브래드 피트도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비중이 매우 컸기 때문에 지금까지 익히 알고 있던 그의 이미지와는 조금은 다른 면모를 보인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그간의 이미지로는 잘생기고 매력적인 웃음을 가진 거기다가 비글미도 겸비한 배우정도로 생각이 되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정말 근사한 연기로 브래드 피트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간의 이미지를 벗어난 연기를 보여준 브래드 피트 (다음 발췌)

  영화 내내 화면위로 흐르는 그의 내레이션은 차분하고 낮은 톤의 목소리로 그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가 선보이는 작은 미간의 주름의 연기, 눈빛 그리고 행동들과 말투들까지 군더더기 없는 완벽함을 선보이며 관객의 집중도를 영화의 막바지까지 이끌고가는 중요한 연기를 보여준다. 어떤 경우에도(심지어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맥박수 80 이하를 유지하도록 훈련된 그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정적인 움직임으로 화면을 채우며, 그보다 더 정적인 나래이션은 외면에 보이는 그의 모습과는 다른 내면의 그의 모습을 또 다르게 연기하고 있다. 언제나 평가당하고 그 평가에 의해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는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그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의 굳은 신념은 아버지의 생존 소식을 접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스팩타클했던 월면차 전투장면 (다음 발췌)

  미국 우주비행사에 길이남을 영웅으로 불리던 아버지의 소식을 접한 그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달을 통해, 화성을 통해 해왕성에 이르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서지현상(전자파현상)이 아버지의 우주선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일급 기밀을 접한 그는 지체 않고 그 먼 여정을 시작하지만 달에서, 화성으로 가는 여정에서 의외의 난관을 헤쳐 나가며 해왕성으로 향한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로드무비에서 달의 해적들과 벌이는 월면차 전투장면과 화성으로 향하는 중에 만난 어느 조난선에서의 호러스러운 사건까지 연결 시켜 놓은걸 보면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감독이 고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을 했고 오락적인 장치들을 적절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효과가 영화의 특성상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보다는 전형적인 우주영화가 항상 보여주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짙은 외로움과 고독의 느낌은 매우 잘 살렸다.

화성에서 해왕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을 몰래 타려는 로이 (다음 발췌)

  아버지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녹음하다가 자신의 감정에 몰입되어 항상 유지하던 평정심을 잃은 '로이'는 프로젝트에서제외되고, 지구로의 귀환을 명령받지만 자신의 아버지의 진실에 대해 화성의 책임자인 '헬렌'에게 전해 듣고 그녀의 도움을 받아서 해왕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 몰래 탑승을 한다.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브래드 피트의 감정변화의 폭이 굉장히 두드러지게 되며 영화의 속도감도 그와 함께 상승하는데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해왕성으로 향하는 약 80여일 간의 여정을 혼자 하면서 겪게 되는 고독감과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은 로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 먼 우주에서 찾아 헤메인 것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해답을 얻고자 한다. 그가 찾아 헤메인게  그저 단순한 '지적 생명체'는 아니었을 터.

화성에서 해왕성에 있는 아버지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임무를 수행하는 로이 (다음 발췌)

  채워지지 않은 공허한 마음은 긴 우주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진실 앞에 서서 진정 자신이 원했던 것은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는 로이는 영화의 초반과는 달리 감정을 담은 눈빛과 표정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자신의 영웅이었던 아버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자신이 점점 그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사실에 감정의 문을 그 누구도 열지 못하게 닫아 버린 로이는 자신이 믿어 왔던 진실이 더 이상 진실이 아니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통해 감정의 문을 차츰 열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자 테스트에서 승인불가 판정을 받는 로이 (다음 발췌)

  단순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우주를 배경을 펼쳐 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 깊은 인간의 내면을 들춰 내면서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화려한 비주얼보다 근 미래를 배경으로 모든 것이 사실적이기에 주변 상황에 맞물려 더욱 몰입이 되었던 영화였다. 아버지를 만나고 지구로 홀로 귀환하는 그의 기나긴 여정이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듯한 공허함 속에 무미건조함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구 귀환 후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주변을 돌아보는 그가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고, 그 안에 감정을 다시 채워 넣고 자신을 떠났던 아내를 기다리는 로이의 마지막 모습은 영화의 마지막 5분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달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 (다음 발췌)

  아버지 역을 연기한 '토미 리 존스'의 짧았지만 강렬한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뭔가에 홀린 듯한 그의 눈빛 연기는 웬만한 내공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수준의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날카로운 매력을 선보이는 묵직한 존재감이 영화 안에서도 고스란히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동료이자 '로이'의 동행자로 나오는 '도널드 서덜랜드'도 짧은 출연 시간에 비해 인상적이었다. 두 명의 노련한 배우의 감초 같은 연기들이 영화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었다. 단 몇 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로이의 아내로 나오는 '리브 타일러'를 오랜만에 보는 감격도 누릴 수 있었다. 보기 전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겠다라며 내심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고, 그리 심오하지는 않은 철학적인 내용과 눈을 사로잡는 우주의 광활한 비주얼이 압도적이지는 않았지만 집중을 하게 하는 힘이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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