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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고통으로치유하기.와일드(Wild.2014)

by 꿈꾸는구름 2019.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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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영화에서 셰릴이 걷는 PCT는 The Pacific Crest Trail의 약자로써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이르는 약 4,285km의 험난하기로 유명한 트레킹 코스이다. 일반인이 걷는다면 대략 180여 일 정도가 걸린다는 그 여정을 단 90여 일 만에 완주한 셰럴 스트레이드가 쓴 책 "와일드"를 주인공을 연기한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까지 맡았던 영화이다. 그러니까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많은 상처를 지닌 주인공 셰릴 (리즈 위더스푼) (다음 발췌)

  주인공 셰릴은 매우 불우했던 유년기를 보낸 여성이다. 가난하고, 술에 찌들고 폭력적이었던 아빠에 의한 공포스러운 가정분위기에서 자란 그녀는 다행히도 그러한 환경에서도 긍정적이고 밝았던 엄마 덕분에 희망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었고, 비로소 아빠의 그늘에서 벗어나 남동생과 엄마와 셋이 생활을 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더 힘든 가정 여건이었지만 그나마 행복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게 된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며 미래를 위해 준비해 나가던 두 모녀는 엄마가 병에 걸리면서 불행이 다시 시작된다. 갑자스러운 엄마의 죽음은 그녀를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하고 그녀는 자신을 내던지며 고통에서 회피하려 한다. 마약에 빠지고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지 않으며 생활을 하던 그녀는 이혼을 하게 되고, 친구를 만나 하소연을 하다가 문득 자신의 처지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긍정적이고 밝은 엄마 바비(로라 던) (다음 발췌)

  삶은 불우했지만 엄마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자신을, 꿈을 가지고 있었던 자신을 다시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된 셰릴은 우연히 보게 된 PCT 여행 책자를 보곤 트레킹을 결심한다. 그리고는 그녀의 여정이 시작된다. 30킬로가 넘는 배낭을 짊어지는 것부터가 고비였던 그녀는 출발한 지 5분 만에 자신의 결정을 탓하며 '언제든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을 되뇌며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기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도 돌이킬 수 없는 여정을 시작했음을 직감한다. 트레킹의 여정은 고난과 고통의 연속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당연시'했던 모든 것들이 소중해지고, 대수롭지 않았던 모든 일들이 그녀를 괴롭히며 불안에 떨게 한다. 무엇보다 그녀를 공포에 떨게 하는 건 방울뱀도 아니고 난생처음 보는 벌레가 아닌 바로 '사람들'이었다.

어려움속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엄마 바비와 아이들 (다음 발췌)

  그녀를 말로 희롱하는 남성 트레커들, 도움을 청하는 자신에게 과잉 친절하는 중년 아저씨. 누구를 믿어야 할지 그녀는 온통 불안함을 가지고 처음엔 사람들을 대한다. 하지만 그녀가 트레킹을 통해 치유가 되는 과정을 함께 하는 이들도 아이러니 하지만 바로 '사람들'때문이다. 영화에는 오랜 시간 수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인생 달관자'가 등장해서 셰릴에게 조언을 하지 않는다. 셰릴과 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일반 사람들이 셰릴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셰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 뿐 그녀에게 '인생이란'이라며 일장 연설을 하지 않는다. 그 점이 가장 좋았다. 그녀 스스로 방법을 찾고 자신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여준 것. 셰릴 스스로 치유해 가는 과정을 영화는 그녀가 걷는 속도만큼이나 느리지만, 또 그녀의 걸음처럼 강직하게 보여준다.

PCT를 걷는 셰릴 (다음 발췌)

  인생은 어차피 고통의 연속이다. 셰릴이 인생의 기로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녀가 완주를 했다고 해서 인생이 갑자기 확 변하는 건 아닌 것처럼 어쩌면 가장 평범한 인생의 여정을 그녀의 걸음걸이가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모든 게 두려웠던 그녀도 늦은 저녁 산 중턱에서 울리는 늑대의 울음소리를 따라 하며 웃음을 띠게 되는 모습처럼 고통과 공포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함께 해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순간 셰릴처럼 늑대 울음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연 경관은 아름다운 PCT (다음 발췌)

  셰릴의 여정과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교차해 주면서 보여주는데,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을 겪었을, 또는 미래에 겪을 수 있는 일들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PCT 대장정 중 만나는 많은 어려움들도 스스로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를 보고 있는 당신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영화 종반 트레킹 코스를 알려주는 지도를 찢어서 불태우는 셰릴의 모습에서는, 그녀가 이내 원했던 아름다운 길에 다달았음을 느끼게 되었다. 

많은 고민과 함께 자아를 찾아가는 셰릴 (다음 발췌)

  대장정의 종착점인 '신의 다리' 다다랐을 때는 셰릴은 완전히 변화해 있었다. 수천 킬로에 달하는 길에서 가녀린 그녀를 내내 짓누르고 있었던 무거운 배낭을 땅에 내려놓았을 때의 그녀의 기분은 과연 어떠했을까. 아마도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미래에 있을 모든 불행들도 그녀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미소처럼 하늘로 날려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대단한 스토리의 울림이 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광활한 대자연의 품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고통은 아주 보잘것 없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고통 속에서 오히려 고통을 치유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느리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준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지만 대장연의 풍광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여정의 마지막에는 웃음을 찾는 셰릴 (다음 발췌)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의지를 잃었을 때, 자아를 찾고자 할 때 보면 좋을 영화이다. 물론 그 전에 보면 더 좋을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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