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영화리뷰]통제하지못하는힘.아키라(Akira.1988)

by 꿈꾸는구름 2019. 10. 4.
반응형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아키라의 포스터 (다음 발췌)

  1988년은 일본 버블경제의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였다. 돈이 넘쳐나던 시기였기에 문화 분야에서도 투자금이 넘쳐났는데 이 시기에 제작되었던 애니메이션들은 지금도 어려운 10억 엔이라는 제작비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었다. 15만 장이 넘는 작화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오늘날에도 미래에도 나오기 힘든 애니메이션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현재의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유일하게 지브리 스튜디오만이 작화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제작사가 3D 애니메이션과 작화를 적절히 섞어서 제작을 하기에 제작비는 많이 줄어들었으나 작화가 주는 그 섬세한 표현력과 특유의 느낌은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아키라 쇼크'라고 불리워질 정도로 일본을 넘어서 전 세계에 그 영향력을 끼친 '아키라'는 과학윤리, 정치윤리, 인간성에 대한 고찰 등과 같은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압도적인 완성도로 해외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알린 작품이 되었다.

네오도쿄를 폭주하는 카네다와 테츠오 일당들 (다음 발췌)

  개봉 이후 아키라는 다른 사이버 펑크 물들 뿐만 아니라 '매트릭스'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아키라는 기존의 일본 특유의 그림체와는 달리 인체는 실물의 비례와 구도에 따라 그려졌고 다양한 앵글로 잡히는 프레임의 장면은 원근감 등 실제 공간의 물리적 법칙과 어긋남이 없는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이다. 물론 이 모든 묘사를 사람의 손으로 그린 작화에 의해 표현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놀랄 일이다. 무엇보다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내러티브보다 강력한 이미지로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카네다' (다음 발췌)
실험체와 충돌을 하여 능력을 얻게 되는 '테츠오' (다음 발췌)

  '아키라'의 원작자이자 이 영화의 감독인 오토모 카츠히로는 일본 만화계에 충격을 안겨준 인물이다. 그의 그림, 그의 연출력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경지였으며 극 사실주의라 불릴 만큼 세밀한 묘사로 유명했다. '일본 만화계의 신'이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마저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그림을 보고 자신의 데생이 서툴다고 말했다고 전해지는데 그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그만큼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그림은 뛰어났다는 점이다. '아키라' 이후 등장한 만화가들은 '아키라'의 작화 수준을 따라가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 혹자는 '아키라' 이후 일본의 전체적인 작화 수준이 높게 요구되면서 일본 만화가들이 어시스턴트를 많이 쓰게 되고 결국 저임금 구조로 이어진다고도 분석했다

정부에 의해 초능력 실험체가 된 아이들 (다음 발췌)
비밀병기 실험을 지휘하는 대령 (다음 발췌)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은 혼자서 780페이지가 넘는 콘티를 그렸으며 모든 컷은 70mm 필름에 맞게 그렸고, 이전과는 다르게 성우들이 콘티를 보고 대사를 먼저 녹음하고 그 위에 완벽한 입모양을 그리는 '프레스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아키라'는 당시는 물론 현재에 제작되는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다이내믹한 액션을 위해서 초당 20 프레임의 영상을 만들어 내었는데 영화가 24 프레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키라'의 영상이 얼마나 독보적인지 알 수 있다.

테츠오와 맞서게 된 카네다 (다음 발췌)

  '아키라'의 치밀한 작화도 이에 걸맞은 연출력이 없다면 효과적이지 않았을 텐데, 감독이자 원작자인 오토모 카츠히로는 원작 만화에서도 이미 영화 같은 연출을 선보인 바 있다. 직접 감독을 맡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도 그의 장기는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특히나 거리를 폭주하는 오토바이의 속도를 묘사한 연출은 오토바이 잔상을 남기는 장면으로 이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명장면이 탄생을 하고 그 후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오마주 되어 사용된다. 우연히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 테츠오는 '아키라'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여자아이 초능력자에게서 정보를 얻어 그를 부활시키려 하지만 그에 앞을 가로막는 건 친구인 카네다이다. 어린 시절부터 카네다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테츠오는 친구인 카네다를 새로 얻은 초능력으로 제압을 하고는 '아키라'가 갇혀 있는 냉동장치를 지상으로 끌어올린다.

각성한 초능력을 마음껏 사용하는 테츠오 (다음 발췌)

  신체가 모두 분리된 채 봉인되어 있던 아키라를 테츠오가 부활시키고 자신의 힘을 컨트롤하지 못한 테츠오는 거대한 괴물로 팽창해 버리는데, 이때 테츠오의 모습은 다름 아닌 신생아의 형태이며 더욱이 그의 뇌파 패턴을 관찰하던 박사는 '우주의 탄생인가'라는 대사를 한다.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은 파괴를 통해 백지의, '무'의 상태로 만들어 처음부터 시작하자고 말하고 있다. 아키라는 더러운 세상을 파괴하고 새로운 세계를 재건해 줄 신이기도 하며, 그런 새로운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염원이 만들어진 에너지이기도 하다. 세상은 파괴를 통해서만 재생이 가능하니 말이다. 

자신의 힘을 억제하지 못하는 테츠오 (다음 발췌)

  '아키라'는 일본의 시대상을 적절히 녹여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2019년 공사가 한창인 올림픽 주경기장이며, 실제로도 일본은 2020년 일본 도쿄에서 '애석하게도' 두번째 올림픽을 개최한다. '환경'과 원전사고 처리가 부정확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 지금 올림픽이 열린다는 자체가 커다란 위험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고도성장 시기에 유년기를 보낸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은 과학과 미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아키라'의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새로운 기술과 과학으로 인한 미래는 한편으로는 장밋빛이었지만, 그 안에는 디스토피아적인 불안감도 도사리고 있었다.

세계 3차 대전이후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 아키라 (다음 발췌)

  '아키라'가 실사화 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10여 년 전부터 이어온 터라 신빙성은 많이 떨어졌지만, 영화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워너사가 유명 배우들의 콘셉트 아트를 선보이면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토르:라그나노크'를 연출했던 타이타 와이티티 감독이 영화 제작의 첫 단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며 아키라 팬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실사 영화화된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겠지만 단지, '공각기동대'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