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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위트란이런것.록스탁앤투스모킹배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1998)

by 꿈꾸는구름 201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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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포스터 (다음 발췌)

실제적 주인공인 문제의 두정의 장총 (다음 발췌)

  '가이 리치'라는 이름을 알린 그의 첫 데뷔작이자, 독특한 구성으로 참신한 인상을 주었던 작품이다. 종로에 있던 어느 허름한 예술 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감독의 재기발랄함에 매료되었던 바로 그 작품이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배럴즈'는 독특한 제목 만큼이나 현란한 플롯에 방점을 둔 작품이다. 일반적인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고, 서로 다른 인물들이 세 가지의 소재를 놓고 벌이는 에피소드가 시트콤처럼 전개된다. 영어 '록(Lock)'은 영국은어로 '마약'을 뜻한다. 영화에 나오는 '도그(프랭크 하퍼)'가 훔치고 다시 '에디(닉 모런)'이 훔친 'J(니콜라스 로우)'의 마약은 그 배후에 '로리(바스 블랙우드)'라는 조직 두목이 있었다. 이를 모른 채 에디는 훔친 마약을 로리에게 되팔려한다. 

동네 한량 네 친구들, 영화의 중심 인물들 (다음 발췌)

  '스탁(Stock)'은 '돈'을 뜻한다. '에디(닉 모런)'는 '해리(P.H. 모리아티)'에게 50만 파운드의 도박빚을 갚아야 한다. 에디는 '도그(프랭크 하퍼)'의 집에 침입하여 돈과 마약을 훔친다. 이 돈과 마약은 이전에 도그가 '윈스턴(스티브 맥킨토시)'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배럴(Barrel)'은 총신을 뜻한다. 에디 일행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총을 구입하는데, 이 총은 해리가 구입하려던 것이었다. 해리는 파트너인 '배리(레니 맥클레인)'를 시켜 총을 가져오게 하고, 배리는 '레니(스티븐 캘린더-페리에)'를 시켜 총을 가져오게 한다.

조금은 어설픈 갱스터들 (다음 발췌)

  이렇듯 이 영화의 제목은 이 모든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다시 풀어 말하자면 곧이 곧대로 '마약, 총 그리고 총 두자루'에 대한 영화이다. 처음 들었을때는 매우 복잡한 제목이라고 느끼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의 내용에 모두 포함된 내용이기에 바로 기억에 남게된다. 제목의 유래를 다른 관용구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Lock은 총의 발사장치를, Stock은 개머리판을, Barrel은 총신을 뜻하며 숙어로써 '전체, 전부'라는 뜻을 갖게 된다. 발사장치, 개머리판, 총신이 모여 전체를 이루듯, 서로가 서로를 모른채 얽히고 설킨 인물들은 영화의 후반에 이르자 서로 충돌하는데 엇갈리는 조각들을 짜맞춰 퍼즐을 완성하는 느낌이 들게된다. 

동네 바에 모여 작당을 하는 네 친구들 (다음 발췌)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기회와 위기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주인공 친구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리의 욕망이 얽혀 그들이 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이야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띠고 영화는 리드미컬해진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인과관계가 만들어지는 원동력 역시 인물들의 욕망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들이다. 매우 복잡해 보이는 구성은 참신한 초보 감독의 재치로 보이기도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영화의 한계를 규정짓게 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단역이었지만 인상적이었던 '빅 크리스'역의 비니 존스 (다음 발췌)

  강점으로 보이던 복잡한 플롯은 막판으로 갈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힘이 빠진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지 한계를 시험하고 맞부딪치려는 에너지 보다는, 마치 예정 회차보다 길어지는 드라마처럼 불필요한 사족들이 늘어나면서 정교하지 못하고 응집력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극중 여성 인물중 하나인 글로리아(수지 래트너)는 숨죽이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 총을 난사한다. 극중 주인공도 아닌, 화면 바깥의 제 3자도 아닌, 후반부가서야 겨우 몇 초간 얼굴을 비추는 '앨런(앨런 포드)'이라는 인물이 왜 내레이션을 맡아야 했는지 우리는 알 수 가 없다. 

'에디'역의 닉 모란 (다음 발췌)

  그리고 마약, 총, 음주, 도박 등 1990년대 말 영국청년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당시 현실이 어떠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비슷한 사회적 분위기를 담고 있는 1996년작 '트레인 스포팅'이나 티비 시리즈인 '스킨스'가 생각이 났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도덕이나 풍속이 어려워진 퇴폐적인 사회상을 청년들의 생활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던 그 시기를 반영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가 그땐 그랬던것 같다.

결말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발췌)

  결말이나 전체적인 맥락을 봤을 때 영화의 시대적인 배경에 대한 그리고 주인공은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비관적이고 자조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유머가 섞여 있긴 하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영화이다. 빠른 템포와 전개, 경황없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극중 인물들,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폭력장면들은 스타일의 과잉이지만 덕분에 '보는' 재미는 있다. 머릿속에 분명히 각인된 장면들도 있지만 그 장면이 '전체'로서의 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힌 실타래 같은 플롯의 밸런스와 매우 스피디한 진행, 감각적인 화면연출, 그리고 음악까지 산만하지 않은 간결함으로 CF감독 출신다운 역량을 보인 가이리치는 '천재'라는 평을 들었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이제 막 시작점에 선 '신인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에 단점이 없지는 않으나, 그가 가진 새로움들이 그 모든걸 덮을 수 있었다.

이 총의 운명을 아직은 모르는 친구들 (다음 발췌)

  결론적으로 작품성이 좋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젊은 감독의 패기와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지금은 헐리우드이 대표 배우가 된 제이슨 스타뎀의 데뷔작이기도 하고, 지금은 익히 알려진 무명시절에 출연한 다른 배우들의 모습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본 브래드 피트가 가이리치 감독의 후속작인 '스내치'에 아주 저렴한 출연료를 받고 출연하기도 했다. 마지막 장면이 지금도 궁금한데 과연 다리위에 떨어진 그 총을 '톰'은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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