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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그해변에서.덩케르크(Dunkirk.2017)

by 꿈꾸는구름 2019.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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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해안에 갇힌 병사 토미(핀 화이트헤드) (다음 발췌)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프랑스의 덩케르크 해안에 포위당한 연합군은 수많은 병사들을 영국으로 이송시킬방법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너무 많은 병사들이 해안에 고립되어 있었기에 막강한 해군력을 가지고 있던 영국마저도 이들을 안전하게 영국으로 이송해 생존시킬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때 나선 사람들이 민간선박을 가지고 있던 민간인들이었는데, 실제로 병사들 대부분은 군함을 타고 탈출을 했지만, 병사들을 구하고자 세상에서 가장 위험했던 그 해안으로 용감하게 나섰던 민간인들의 희생은 역사에 남았다. 역사에 기록된 '다이나모 작전'은 약 40만 명에 이르는 병사들을 영국으로 이송시키는 작전이었고, 이 작전의 성공으로 연합군은 훗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켜 전쟁의 판세를 뒤바꿀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그 당시 상황을 철저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조망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도, 악당도 등장하지 않는다. 인물보다는 '생존'이라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해안에 갇힌 수많은 병사들과 시체들 (다음 발췌)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는 무성영화같은 느낌도 든다. 오로지 배우들의 눈빛, 표정, 행동에 의해 그들의 감정들을 전달해주고 있으며 그로인해 관객들은 그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각 개인의 감정들을 쉽사리 대사로 해결하려 했거나 인물 간의 대립을 보여주었다면 이처럼 강한 몰입은 이끌어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관객들의 몰입감을 개개인들의 감정에 소모하지 않게 한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자살하는 병사를 바라만 보는 병사들 (다음 발췌)

  인간의 최소 본능인 '생존'앞에서는 철저히 개인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게 되는데,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 감독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해안으로 자살을 하기 위해 걸어들어가는 병사를 아무도 안말 린다던가, 부상당한 병사는 자리 일곱을 차지한다는 말을 하던가, 영국군만 탈 수 있고 프랑스군은 타지 못한다고 승선을 거부한다던가, 구멍 난 배에서 내릴 사람을 정할 때도 독일인의 피가 흐르는 병사를 지목한다던가, 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듣기엔 거북하지만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해가 되기에 부정적이긴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욕구에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해안에 고립된 채 자신들을 공격하는 독일군 폭격기를 발견한 병사 (다음 발췌)

  적군인 독일군은 영화에서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그 점이 현실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총소리에 도망가는 병사들, 적군은 보이지 않고, 옆에서 같이 뛰어가던 병사는 총에 맞아 쓰러지고, 그 병사를 돌아볼 틈도 없이 총을 피해 병사들은 죽기살기로 도망간다. 만약에 이 장면에서 총을 쏘는 독일군들의 모습이 교차되어 보였다면 이 장면에서 주었던 극도의 긴장감은 훨씬 반감되었을 것이고, 병사들이 느끼고 있을 감정을 덜 전달 받았을 것이다. 해안에 줄지어 서 있는 병사들은 비행기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주저앉는 것일 뿐, 절망적인 상황에서 고스란히 독일군의 폭격을 받아 피해를 입는다. 

해안에 끝까지 남는 볼튼 사령관(케네스 브래너) (다음 발췌)

  독일군은 보이지는 않지만 '공포' 혹은 '재난' 그 자체로 묘사된다. 보이지 않는 독일군을 절망적인 재난과 같이 묘사하고 나서는 연합군의 내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독일군을 악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기에 선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였고, 그들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서도 선악의 구분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그저 '생존'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감독이 밝힌 바대로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인간군상, 인간의 생존 본능에 집중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이런 게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불필요한 잔가지를 최대한 잘라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막힌연출력은 전쟁영화를 처음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역량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많은걸 결정하는 파리어(톰 하디) (다음 발췌)

  인간 본능의 부정적인 면만이 부각되는 영화는 아니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희생하는 파일럿, 위험한 장소로 떠나는 민간인 선장들, 덩케르크에서 떠나지 않는 사령관. 살기 위해 그 어떤 추악한 일도 저지르는 인간들도 등장하지만 인간이기에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인간들도 보여주면서 인간의 선함과 악함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를 맞춰 보여준다. 물론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선함을 지닌 인간들의 인간승리에 더 큰 초점이 맞추어진 영화이다. 인생에서와 같이 영화에서는 많은 선택을 하는 상황이 등장하는데 극 사실감을 표현하고 있는 영화의 특성상 인물의 바로 곁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듯한 몰입감을 주고 있다.

덩케르크로 병사들을 구하러 가는 민간선박 (다음 발췌)

  대부분의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구조이고, 그들에 의해 갈등이 생기고 해소가 되는 그런 방법을 선택한다.또 전쟁영화에서는 영웅이 등장하거나, 주인공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영화에서는 명백한 주인공도 등장하지 않고 공감할만한 인물도 없으며, 특별한 사연이 있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육해공 각각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사건'들을 따라간다.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는 구조가 아니기에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게 사실이지만 감독의 의도대로 사건에 중심이 되어 서술되는 영화이기에 인물에 대한 집중도는 덜어버리는게 맞다고 본다.

민간선박에 의해 구출된 떨고있는 병사(킬리언 머피)병사와 피터(톰 글린 카니) (다음 발췌)

  인물에 대한 감정을 덜어버리고 나면 더욱 객관적으로 역사적인 사실인 '다이나모'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전쟁을 체험하는 듯한 극도의 사실감도 얻게 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야기를 잘 쓰는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이야기를 배제하고 '사실'만을 다루는 신선한 방법으로 전쟁영화를 만들어 내었다. 다큐적인 느낌도 강하고, '한스 짐머'의 음악이 인물들의 대사보다도 더 강한 분위기 조성을 하고 있지만, 감독이 의도한 '생존 스릴러'라는 새로운 시도는 매우 참신했다고 본다. 많은걸 하고 싶었겠지만 모두 덜어내고 오로지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라 하겠다. 

병사들을 구해낸 민간선박의 선장 도슨(마크 라이런스)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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