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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인간의의지.레버넌트:죽음에서살아돌아온자(The Revenant.2015)

by 꿈꾸는구름 2019.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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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오프닝 시퀀스부터 압도적이었다. 강가에 주둔해 있던 사냥꾼들이 원주민들에게 공격을 받는 장면이었는데, 죽고 죽이는 잔인하지만 현실적인 장면들이 마치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아주 긴 롱테이크로 이어진다. 원주민들의 화살과 도끼를 피해 혼비백산해서 도망가는 사냥꾼들과 이들을 뒤쫓는 원주민들의 모습들이 화면안에 공존하면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긴박한 장면을 연출해 낸다. 앞으로 벌어질 156분간의 이야기를 준비하라는 듯 시작부터 숨막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숨막히는 오프닝 시퀀스 (다음 발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살해된 아들 '호크(포레스트 굿럭)'의 복수를 하기 위한 아버지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기나긴 여정을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은 서부 개척 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으로 유럽의 정복자들이 인디언과 싸우며 융화되는 과정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보니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과거를 이해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만한 영화이다. '레버넌트(Revenant)'는 '저승에서 돌아 온 자, 망령, 오랜 여행에서 돌아 온 사람을 뜻하는 단어이다. 제목이 영화의 줄거리를 정확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주인공인 '휴 글래스'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음 발췌) 

  8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무려 12개부분 후보로 지명된 작품이다. 또 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이 영화로 무려 5수끝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게 되며 그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였다. 특히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를 통해 연기 커리어가 집대성되는 느낌이 들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아들을 잃은 슬픔, 아들을 죽인자에 대한 분노, 복수심, 그리고 여러 고난들을 헤쳐나가기 위한 그의 의지는 단순히 얼음장 같은 물에 빠져서 수영을 하고,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말의 내장을 꺼내 나체로 그 안에 파고들어 간다는 등의 행동뿐만 아니라 절절한 표정과 눈빛으로 그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집중을 한 티가 역력히 났다. 또 디카프리오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톰 하디의 연기도 엄청났다. 특유의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비열함을 강조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으며, 주연배우인 디카프리오 못지 않은 표정과 눈빛 연기로 영화에서 악역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종반까지 끌고가는 저력을 보여준다.

'피츠제럴드'(톰 하디)에게 살해되는 혼혈 아들인 '호크' (다음 발췌)

  배우들의 열연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호평을 받은 건 바로 감독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뛰어난 연출력 때문이기도 하다. 감독은 자연에서 벌어지는 이 사건을 연출하기 위해 자연광만을 활용해서 이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조량이 적당치 않으면 하루에 겨우 몇시간 밖에 촬영을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의 이런 고집이 영화 화면에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으며, 차갑고도 냉혹한 그럼에도 아름다운 자연이 더욱 시리고 선명하게 드러난다.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연기를 해야했을 배우들도 대단하지만 그 추위를 함께 견뎌낸 촬영 스탭들도 대단하다. 촬영 후반부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예정 보다 빠르게 눈이 녹아 버려서 원래 촬영장소 보다 더 북쪽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고난이 이겨내며 살아남은 글래스 (다음 발췌)

  휴 글래스의 꿈에 대한 연출에 큰 호평을 주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는데 그의 감정 상태와 내면의 의식 등을 자연스럽게 확인 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이 영화를 단순한 복수극으로 보기에는 아까운 점이 많은데 자연에 대한 연출을 이렇게 장엄하게 해냄으로써 주인공이 극복한 고난은 더욱 대단하고 숭고하게까지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말그대로 아름다운 지옥을 제대로 연출을 해내야 그 속에서 돌아온 자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반대로 톰 하디가 연기한 '피츠제럴드'가 덮어놓고 악역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긴 한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인간이 해야 할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 중 하나였을테니까 말이다. 물론 대놓고 인종차별을 해대는 그의 모습에 동의는 할 수가 없지만 인간의 기본 욕구인 '생존'에 대한 수긍은 간다. 다만 실화에서는 휴 글래스가 자신을 버리고 간 동료들에게 복수를 하지 못하고 살아가다가 후일 인디언에게 습격당해 사망을 한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풍운아 같은 삶을 살았다.

'피츠제랄드'역의 톰하디 (다음 발췌)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보다 현실성을 부여해서 관객들을 유혹한다. 많은 영화들이 실화를 바탕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영화에 현실성을 부여하는데 이건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이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너무 터무니 없는 이야기들을 추가하고 각색을 하면 오히려 관객들은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 '레버넌트'는 이런 부분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각색을 해내었다. 중간중간 드러나는 극적인 요소들을 위한 각색은 영화를 위한 허용정도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수위이다.

또 하나의 주인공인 자연광으로 담은 '대자연' (다음 발췌)

  문화 상대주의의 시대에서는 이런 스토리의 연출에 많은 주의가 필요한데, 휴 글래스가 겪게되는 고난은 인디언인 아리카라족에게 습격을 당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만, 아리카라족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이다. 오히려 백인들이 그의 터전을 빼앗았으며, 단지 백인들이 납치해간 딸을 되찾으려고 그들을 뒤쫓는 것이다. 프랑스인들과 아리카라족장의 대화에서 백인들의 수탈에 대해 언급하며 자신의 딸을 구할 말을 요구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인디언들의 차갑고 준엄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또 후반에 글래스의 목숨을 구해주는 떠돌이 인디언이 등장하는데 사경을 헤메는 글래스를 정서껏 치료해 주고 홀연히 자신의 길을 떠난 그가 '나는 야만인입니다.'라는 푯말을 목에걸고 죽은 시체로 나무에 걸려있는 장면에서는 과연 누가 진정한 '야만인'인가 하는 물음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의 인생연기를 펼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음 발췌)

  단순히 한 남자의 복수극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원주민들과 정복자의 이야기를 장엄한 대서사시로 담아낸 영화라는게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대자연에 대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죽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과거의 회한 등을 주인공의 꿈으로 표현하는데 그 스산한 느낌이나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 그 느낌을 부각시켜 주었다. 또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이분법적으로 정복자와 피 정복자의 선악을 따질수는 없지만, 영화에서 목격된 것은 역사와 문명이라는 인류의 거대한 줄기에 매몰된 것들이었다.

사람들이 죽음을 헤치고 나온 글래스를 발견하는 장면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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