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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약빤연기로.독전(Believer.2018)

by 꿈꾸는구름 2019.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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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독전의 인상적인 포스터 (다음 발췌)

  류준열이 '이선생'이라는 게 감독이 바라던 반전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안타깝게도 영화의 시작 30분이 채 안돼서 그 '반전'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반전이 되어 버렸고 그 다음부터는 영화의 긴장감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서 그와 더불어 집중력도 함께 폭락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영화 관람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이 영화가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아니라 홍콩 영화인 'Drug War(毒戰)'의 리메이크 작 이라고 하니, 원작이 있는 영화였다는게 더욱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은 원작 영화를 보고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까. 특별출연을 한 차승원이 연기한 '브라이언'이라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가 등장하면서부터 영화는 더욱더 힘을 잃고 산으로 간다. 

영화의 주인공 '서영락'이자 이야기의 중심인 '이선생'역의 류준열 (다음 발췌)

  원작영화인 '마약전쟁(한국 개봉 당시 제목)'은 2014년에 국내 개봉을 하였지만 흥행 참패를 맛본 영화이다. 사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나도 근래의 홍콩영화엔 관심이 없었다 하더라도 처음 들어 본 영화 제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영 감독이 이 영화의 판권을 사들이기로 결심을 한 계기는 이 영화의 가장 뜨거웠던 시퀀스인 호텔 시퀀스 때문이라고 한다. 즉 조원호(조진웅)와 진하림(김주혁)그리고 서영락(류준열)이 한꺼번에 얼굴을 마주하는 시퀀스이다. 거의 모든 캐릭터의 소개가 이 부분에서 이루어지며 영화 통틀어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며, 배우들의 정말 '약빤연기'가 빛을 발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국내 최대 마약왕인 '이선생'을 쫓는 경찰 '원호'역의 조진웅 (다음 발췌)

  이 작품의 제작비중에서도 가장 많은 액수가 투입되어 꾸며진 호텔룸 세트는 미장센 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아쉽게도 유작이 된 '진하림'역의 김주혁의 연기는 폭발할듯한 눈빛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광기 어린 모습이 스크린 밖으로도 내뿜는 아우라가 엄청나서 보는 내내 자세를 바로잡고 봐야 할 지경이었다. 또 다른 한 사람 진하림의 애인이자 수하인 '보령'역의 '진서연'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간 주목받지 못한 한풀이라도 하는 듯한 그녀의 연기는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도 빛을 발한다.

영화초반 영화의 최대 긴장감을 유발시킨 '진하림'역의 김주혁과 '보령'역의 진서연 (다음 발췌)

  이 영화는 캐릭터들의 집합체인 캐릭터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스토리와 연출의 전개가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중에도 등장하는 캐릭터 누구 하나 흔하게 보기 어려운것들이어서 나중에는 피곤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중에 가장 핵심은 후반부를 거의 이끌어 가다시피 하는 기이한 캐릭터인 '브라이언'이었는데, 제벌 2세가 단지 마약과 종교를 위해 아버지를 살해하고 거대 기업을 가로챈다는 설정부터 납득이 안 가는데 그가 스스로 '이선생'이 되고자 하는 이유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기이한 캐릭터를 열심히 연기한 차승원의 노력은 가히 칭찬해줄 만 하지만 어떤 개연성도 찾기 힘든 그 캐릭터를 그가 과연 머리로 이해를 하고 연기를 했을지도 의문스럽다. 

가장 이상한 캐릭터인 '브라이언'역의 차승원 (다음 발췌) 

  따지고 들자면 '이선생'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이상했는데 국내 최대 마약조직의 대부라는 사람이 그렇게 어려도 되는건지, 도대체 그 나이에 (극 중 류준열의 나이를 가장 나이 들게 본다고 쳐도 고작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국내 최대 마약조직을 구축하고 이끌어갔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컨테이너로 국내로 밀입국을 하다가 그 안에서 마약에 찌들어 사망하는 부모를 보면서 마약왕을 꿈꾸었다는 설정도... 글쎄 그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만한 설정일지는 모르겠다. 류준열의 연기도 내내 그저 낮은 저음과 혼자만 심각한 표정으로 각 인물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이선생'이라는 대단한 인물이 가지고 있을 법한 카리스마라던가 광기 등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등장 시간이 너무 짧아서 매우 아쉬웠던 '오연옥'역의 김성령 (다음 발췌)

  결말이 전혀 다른 홍콩 원작이 '독전'보다는 미장센이 훨씬 절제되어 있으며 각각의 캐릭터들도 덜 도드라진다. 홍콩과 한국의 정서적인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내용면에서 볼 때 원작에서는 경찰이 먼저 접선해 행동을 모방하게 되는 '하하'라는 인물이 '진하림'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등 원작 영화가 캐릭터보다는 스토리에 좀 더 무게를 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전반부는 '독전'이 후반부는 '마약전쟁'이 그 흐름의 무게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독전'은 전반부에 힘을 너무 실어서 인지 후반부에서 힘을 못쓰는 모양새이다.

조진웅은 그냥 조진웅처럼 연기했다. (다음 발췌)

  영화의 오프닝과 결말 장면에 등장하는 설원 장면은 노르웨이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설원이 주는 느낌과 마지막에나오는 서영락과 조원호의 대화를 통해 전달되는 긴장감이 다소 맥없이 끊기는 엔딩이 아쉽기만 하다. 눈에 눈물이 가득 차 갑자기 ' 넌 살아가면서 행복한 적 있냐?'라고 묻는 '조원호'의 모습과 여기까지 와서 어쩌자는 거냐 묻는 '서영락'의 모습이 마지막까지 뜬금포를 날리는 감독의 연출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열린 결말'이라 하여 설원 위에 있는 집을 외부에서 보는 시선으로 롱테이크 속에 멀어지면서 울리는 총성 한 발은 감독이 의도한 바와는 달리 감독으로서 역할을 회피하려고 한건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하는 결말 장면이었다. 

영화내내 그저 심각한 연기톤만 보여준 류준열 (다음 발췌)

  분명 아쉬움으로 가득한 영화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영화 초반에 보여준 그 '몰입감'은 이 영화를 졸작으로 폄하하기에는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물론 어디선가 많이 봐온 시퀀스들이었지만 세 배우가 만들어내는 그 긴장감은 근래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명연기로 유작을 남겨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 '김주혁'님의 명복을 늦게나마 다시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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