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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알록달록하게그려낸 눈부신슬픔.플로리다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2017)

by 꿈꾸는구름 2019.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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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포스터 (다음 발췌)

영화에 등장하는 세 어린아이 스쿠티, 무니, 젠시 (다음 발췌)

  플로리다를 가 본적은 없지만 플로리다의 올랜도에 위치해 있다고 알고 있는 '디즈니랜드'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곳이다. 디즈니 영화를 볼때면 영화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디즈니랜드의 상징인 '성'을 알고는 있었다. 이 영화의 배경은 그 디즈니랜드의 맞은편에 위치한 '매직 캐슬'이라는 알록달록한 모텔에 장기투숙을 하고 있는 두 모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순수하고 천진난만하다. 싸구려 모텔에 장기투숙을 하며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홈리스의 생활을 하고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 흔한 그네나 시소 하나 없는, 오직 외형적인 색깔만 오색찬란한 이 황량한 곳에서 그들만의 놀이를 개발하고 나름 재미있게 친구들과 논다. 

무지개의 끝에는 황금이 있다고 믿는 아이들 (다음 발췌)

  아이들의 하루가 워낙 즐거워 보여 깜빡 현실을 잊을 뻔 했지만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록 처참한 현실이지만 그 마저도 영화는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부분이 좋았다. 이들은 불행하고 도움이 필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라고 대놓고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들의 삶을 평범한 삶과 다름없다는 듯이 보여주면서 그 안에 고달프고 애처로운 삶을 보여준다. 무니가 군말없이 혼자서 목욕을 하는 장면도 그 이면은 매우 슬픈 현실이 도사리고 있지만 무니는 모든걸 알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척 한 것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든 배경은 알록달록 이쁘기만 하지만 이 영화가 처한 현실은 너무 냉담하고 처참하다.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엄마인 헬리(브리아 비나이트) (다음 발췌)

  아이들의 뜀박질 속도로도 바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아이들의 놀이터인 디즈니랜드가 있고, 예쁜 아이스크림 가게나장난감 상점들이 있지만 무니와 스쿠티같은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그저 희망고문이 되어버린 그런 상점들의 예쁨은 아이들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아니 원래부터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것들이라는 듯 대하는 아이들의 자세부터 소름이 돋는다. 아이들은 그런 것들과는 달리 자신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폐가가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인다.

매주 방세를 내는게 고통인 헬리와 모텔 매니저 '바비(윌리엄 데포)' (다음 발췌)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 보는 삶의 세계가 더욱 처절하고 비참하게 보이는건 그들의 천진하고 순수함 때문이다. 어떠한 편견도 왜곡도 없이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현실 그 자체이기에 더욱 아프고 시리게 다가온다. 젊은 미혼모 엄마인 헬리는 춤을 추는 직업을 가졌었지만 2차(성매매)를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업을 잃는다. 비록 가난하고 고단한 삶이지만 그녀가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이자 자신만의 의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와의 우정도 끝이 나고 정부의 지원도 끊기자 그녀의 선택은 '매춘'이 되어버린다. 그 과정으로 가는 단계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보는이들의 가슴을 파고들지만 헬리는 끝내 울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아주 담담하게 볼 수 있기에 그녀가 처한 현실을 더욱 담백하게 받아 들일 수 있다.

그들의 삶과는 상관없이 플로리다의 자연은 너무 아름답다. (다음 발췌)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디즈니랜드를 건설할 당시의 프로젝트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집없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 복지 정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참으로 절묘한 제목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가지고 있는 두 이면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화려하게 치장된 외면과 안으로는 곪아서 썩어가고 있는 미국사회를 절묘하게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동전 구걸을 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다. (다음 발췌) 
아이들이 지나치는 많은 상점들은 그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인다. (다음 발췌)

  아이들이 뛰어서 지나치는 알록달록 이쁜 가게들은 더이상 그 화려함이 보이지 않게 된다. 오히려 그 화려함들은 을씨년스러운 기분이 들게 할 정도가 되고 그 앞을 지나다니는 아이들은 천진난만해서 더 슬프게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지나다니는 손님들에게 돈을 요구하고, 받아 든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 무니와 친구들을 보면서 그러한 행동들에 대한 잘잘못을 가르치는 어른들의 보살핌이 없다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어린아이들의 모든 행동들이 아슬아슬한 위험위를 걷고 있다는걸 깨닫게 된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위험천만하지만 그들이 갈 곳은 없다. (다음 발췌)

  아이들은 위험 천만한 세상에 살고있지만 어느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부모들은 일하러 직장에 가고 그 어린 아이들은 '디즈니 랜드'라는 환상적인 공간 바로 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무니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그렇게 슬퍼 보일수가 없었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해 울음이라도 터뜨렸다면 그렇게까지 무니에게 집중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지만 무니는 영화 끝까지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는다.

그들을 위한 불꽃놀이는 아니지만 그들도 그것을 보며 즐긴다. (다음 발췌)

  헬리의 매춘이 알려지고 끝내는 정부의 아동국이 나서며 두 모녀를 갈라놓으려 하자 무니는 아동국 직원을 피해 친구인 젠시에게 달려 간다. 그리고 무니를 맞이하는 젠시를 보며 무니는 처음으로 서러운 울음을 터뜨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던 무니가 친구와 떨어지는게 슬퍼서 통곡을 하는데, 그 눈물이 어찌나 아프게 다가 오던지. 젠시는 무니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뛰어간다. 두 어린 소녀가 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궁금했는데 그곳은 바로 너무나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던 어린이들의 공간인 '디즈니랜드'였다. 

영화의 배경장소인 매직 캐슬과 매니저인 바비 (다음 발췌)

  영화의 끝에 나오는 디즈니랜드는 영화에서 한번도 보여지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해서 너무도 충격적이고 아팠다.그렇게 가까운 곳에 아이들의 행복의 나라인 디즈니랜드가 있었다는게 이 장소가 플로리다의 올랜도고 바로 옆에 그 장소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니와 헬리가 겪고 있는 참담한 현실 바로곁에 디즈니랜드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미국사회의 소외된 사각지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기에, 두 소녀가 사라지는 디즈니 랜드의 '그 성'의 모습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재미와 환상의 세계가 아닌 처절하고 암담한 현실의 세계로 보인 것이다. '무니'를 연기한 배우는 이 작품이 첫 작품이었다는데 너무나 천연덕 스럽게 연기를 잘해서 미래가 궁금한 배우였다. 이제 겨우 10살도 안된 소녀인데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을 잡아 준 모텔 캐슬의 매니저 바비 역을 연기한 '윌리엄 데포'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 온몸에 전율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오랜 여운을 갖게 해준 매우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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