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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원작의힘으로버티다.남한산성(南漢山城.The Fortress.2017)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조선의 아니, 대한민국이 자리하고 있는 이 국토에 있었던 나라들 중에서 유일하게 패배를 당했던 치욕적인 역사가 바로 '병자호란'이다. 후금이 세운 '청나라'는 조선에게 군신의 관계를 요구하며 집요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이에 조선의 왕인 인조와 대신들은 즉답을 피하며 대응에 전전긍긍하기만 한다. 조선의 미적지근한 대응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2대 칸인 홍타이지는 조선에 최후의 통첩을 보내게 된다. 세자 중 한 명을 청나라에 인질로 보내고 청나라를 아버지의 나라로 섬기라는 것이었다. 이에 조정의 의견은 둘로 나뉘게 되는데, 청나라와 일단은 좋은 관계를 맺어 훗날을 도모하자고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파'와 명나라와의 의리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화친을 배척하는 '척화파'로 나뉘게 된다. 인조는 고민 끝에 척화파의 손을 들어주게 되고 청나라와의 전쟁을 준비하게 된다. 각 지역의 병사들은 성안으로 들어가 전쟁에 대비를 하지만 청나라는 강물이 얼어붙는 겨울을 틈타 단 '5일'만에 한성까지 쳐들어 오게 된다. 이에 대비할 시간이 없었던 인조는 강화도로 피신할 길이 막혀버리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게 된다. 청나라의 12만 명이 넘는 군사에 정말 포위되어 한 겨울 47일간의 항전을 그린 영화가 바로 '남한산성'이다.  

남한산성으로 피신하는 조선의 조정 (다음 발췌)

  원작인 김훈작가의 '남한산성'의 분위기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려는 듯한 감독의 노력이 보이긴 했으나 '보이는' 예술인 영화가 가진 최대한 장점만을 살렸을 뿐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스크린에 보이는 미술은 정말 대단하다 할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한 겨울의 남한산성의 분위기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장면들은 영화의 집중도를 높이는데 한 껏 도움을 주고 있지만 정작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고 가야 할 스토리 부분은 매우 취약하게 전달이 된다.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사전 지식을 어느 정도는 관객들이 가지고 영화를 관람했을 텐데, 영화의 주인공인 세 사람의 개인 관점만을 놓고 대립하는 과정만을 그리고 있어서 정작 주인공들의 심리와 상황에 전적으로 집중이 되질 않았다. 

'척화'를 주장했던 예조판서 김상헌 (김윤석) (다음 발췌)

  또한 대배우라 불리우는 김윤석은 사극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을 한 것이었는데, 그의 평상시 발성과 발음이 거의 그대로 사용이 되어 '대사'가 중요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영화에서 관객에게 전달이 잘 되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그로 인해 '김상헌'이라는 인물이 '최명길(이병헌)'이라는 인물과 대립하는 과정이 심도 있게 전달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났으며, 이는 관객의 집중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물론 김윤석의 발성과 발음이 조선시대의 그것과 다르다는 주장을 펼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당시의 어떠한 자료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그와 동시에 '최명길'을 연기하는 이병헌의 연기가 전적으로 옳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김윤석의 대사보다는 잘 들린다는 점이 다를 뿐 그의 연기톤도 조선시대의 발성과 발음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김윤석이라는 대배우가 그간 보여주었던 대사톤과 발성으로 이 영화에서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고, 다른 영화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했던 약간의 웅얼거림과 부정확한 발음이 이 영화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화친'을 주장했던 이조판서 최명길 (이병헌) (다음 발췌)

  연기라면 이제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명연기를 펼치는 '이병헌'은 절제된 표정연기와 아우라를 김윤석과 비슷한 톤으로 가지고 가면서도 정확하게 들리는 발음과 발성으로 '최명길'의 신념을 잘 표현해 주었다. 조선의 조정에서 누가 맞고 틀리고는 중요하지가 않다. 그저 그러한 위기에 처한 나라가 안타까울 뿐이며, 그런 상황이 되도록 국방을 소홀히 한 모두의 잘못이겠지만 도망으로 현실을 회피하려는 조정과 임금인 '인조'의 상황이 같은 역사에서 살고 있는 한민족으로서 한숨섞인 자조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기구한 운명을 맞이한 인조 (박해일) (다음 발췌)

  '인조'역을 연기한 '박해일'은 고뇌에 빠진 기구한 운명의 왕을 흔들리지 않는 일정한 톤으로 연기해 내었다. 두 충신의 각기 다른 충언을 듣고 판단을 해야하는 막중한 자리에서 느끼게 되는 중압감과 약소국의 아픔을 표현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쉽지 않은 연기였을 텐데도 두 명배우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며 무게 중심을 잘 잡아 주었다. 영화의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청나라의 압박감을 이겨내기 위한 왕으로서의 책임감과 백성을 생각해야 하는 한 사람의 따뜻함 감성이 잘 드러나도록 연기를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영화에서 그가 처한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지 못해서 인조가 청의 칸에게 머리를 조아릴 때 극 중 최명길 만이 눈물을 보인다는 것이다. 같은 민족의 아픔으로 관객들에게도 그 감정이 제대로 전달이 되었더라면 관객도 함께 눈물을 흘렸을 텐데, 그저 관망자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되어 그 아픔을 함께 할 수 없었다. 극의 흐름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생각이 되긴 하지만 많은 부분이 생략이 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청나라에 맞서는 조선군인들 (다음 발췌)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소품들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제작이 되었는데 특히 조선군이 사용하는 조총의 경우, 박물관에 전시 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철저한 고증과 세심한 제작과정이 만들어낸 결과인데 조총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군복과 영화의 후반에 등장하는 청나라와의 전투 장면에 보이는 남한산성의 '성첩'과 '여장(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은 여러 차례의 답사를 통해 정밀하게 제작이 되어 사실감을 높여 주었다. 또한 군사들의 투구와 갑옷은 당시 전쟁에서 사용했던 짐승의 가죽과 화선지 등의 재료로 6개월의 수작업을 거쳐 제작되었다. 이같은 제작진들의 노력의 결과로 극에 사실감을 더해주었다.

이시백 장수(박희순)과 김상헌 (다음 발췌)

  영화를 보노라면 그저 그 당시의 백성들의 아픔과 고난이 고스란히 보여서 약소국의 서러움이 어땠을지가 피부로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피난길로 인해 담요 한 장 옷가지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남쪽으로 급히 피신한 한 나라의 왕과 신하들의 피폐한 47일간의 피난 생활은 아마 영화보다도 더 궁핍하고 비참했을 것이다. 남한산성의 담벼락 뒤에서 차가운 맨땅에 앉아 청나라의 그 대군을 보고 있었을, 공포에 떨고 있는 백성들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최명길'과 '김상헌'이라는 두 인물의 대립처럼 보이긴 하지만 조선이라는 약소국이 처한 비참한 상황이 이 영화의 핵심 요소이다. 두 신하는 그저 생각이 다른 충언들을 했을 뿐이고, 임금인 '인조'는 많지 않은 선택지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것이 결국 청나라에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적이고 처참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았지만 '인조'도 반대를 했던 '김상헌'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결을 하는 '김상헌'의 모습에서도, 왕의 머리 조아림에 눈물을 보이고 통곡을 하는 '최명길'의 모습에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만은 동일하게 보였다. 

주장하는 바는 달랐으나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았던 두 충신들 (다음 발췌)

  영화는 매우 행복한 결말이 된 것처럼 연출이 되었으나, 실제 역사적으로는 매우 비참했다고 한다. 이러한 감독의 시선도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과연 그렇게 결말을 내야 했을지. 역사적 사실대로 결말을 내렸다면 관객들이 받아들이기가 거북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픽션보다는 사실을 전달했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더욱이 아픈 역사는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되풀이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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