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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출구없는추락.더스트인로스트(Hell or High Water.2014)

by 꿈꾸는구름 2019.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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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텍사스'라는 곳의 지역 성격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연관이 많다. 매우 거칠고 삭막한 사막지대와 건조하고 고온의 지역 특성은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까지도 변화시켜 자연과 마찬가지로 거칠고 강한 성격의 사람들이 많이 거주한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으므로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텍사스라는 곳은 미국 내에서도 '총기'사용과 소지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광활한 자연 덕분에 국가의 치안력이 행사되지 못하는 구역이 발생하기에 미국은 경찰, 보안관, 레인저 등의 다양한 형식의 치안력이 공존하고 있으며 아슬아슬한 교집합을 이루어 있는 곳이다. 이에 스스로의 안전은 스스로가 지킨다는 '자경'에 대한 인식이 높은 곳이 바로 미국이며, 그중에서도 지역적으로 '텍사스'라는 곳은 그러한 인식이 더 높은 곳이다. 그런 '텍사스'를 배경으로 이 영화의 이야기는 펼쳐진다. 미국의 '텍사스'는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감독의 자연스럽고 흡입력 있는 연출력으로 인해 낯설지 않은 지역적 특색을 매우 빠르게 인식할 수 있었고 영화적 사전 지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화 배경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한장의 사진 (다음 발췌)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들은 각본의 배경이 된 서부 텍사스의 실제 장소와 흡사한 지역을 찾기 시작했고, 멕시코 국경과 텍사스와 인접하고 있는 '뉴 멕시코'가 선택됐다. 그리고 국경지대에서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모리아티, 에스탄시아 같은 모습의 뉴 멕시코 지역들을 찾아냈다. 43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작렬하는 태양의 열기, 넓은 초원과 초원 끝에 펼쳐진 지평선, 바다처럼 광대한 사막 등이 아름답게 펼쳐진 완벽한 장소였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낸 로케이션 덕분에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서부 텍사스의 비주얼을 담아낼 수 있었다. 데이빗 맥킨지 감독은 세트 촬영을 기피하는 감독으로 자연 풍광을 자연스럽게 담기를 희망했다. 그러한 요구에서 로케이션 장소가 선택되었으며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훌륭한 역할을 해내었다. 영화를 소개하기 전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텍사스에 대해 정보를 전달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텍사스라는 지역적인 요소를 배제하고는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에서 '텍사스'라는 지역적인 특징은 하나의 소재라기보다는 주인공 같은 역할을 하기에 먼저 이해가 필요하다. 

주인공 '토비'(크리스 파인) (다음 발췌)

  주인공인 '토비'역의 '크리스 파인'은 겨우 2주간의 촬영시간이 허락되어서 영화 촬영 초반에 그의 출연 장면 모두를 한꺼번에 몰아서 촬영을 했다. '스타트랙'의 촬영이 예정되어 있어서였다고 하는데 덕분에 배우의 감정연기를 잡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연기자로서의 '크리스 파인'은 명연기를 펼치는 배우라기 보단 이미지와 거친 액션으로 만들어진 배우라는 느낌이 강했었는데 이 영화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매우 색다르게 느껴졌다. 삶의 무게에 치이고 지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이전의 영화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는 그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려 보였다. '토비'의 친형이자 사고뭉치로 등장하는 '태너'역의 '벤 포스터'는 오히려 '토비'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주연보다는 주목받는 조연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연급의 연기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언저리를 맴도는 듯한 느낌을 보여서 조금은 아쉬웠다. 

'태너'역의 벤 포스터 (다음 발췌)

  그리고 또 한명의 배우 '해밀턴'역의 '제프 브리지스'는 그의 관록만큼이나 굉장히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을 한다. 형제들의 연쇄적인 은행강도 행각을 뒤쫓는 형사 역할로,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관록 있는 수사를 펼친다. 인디언 출신의 그의 파트너에게는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일삼는 백인 우월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를 받아치는 그의 파트너의 모습에서 보이듯이 그의 행동에는 어떠한 악의는 없어 보인다. 여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그의 음색과 행동들은 텍사스에서 오래 거주한 원주민처럼 보였고, 시나리오 작가인 '테일러 쉐리던'이 실제 지역 보안관이었던 사촌형제들을 모델로 만들어낸 인물이었기에 사실감이 넘쳤다. 

베테랑 보안관 '해밀턴' 역 '제프 브리지스' (다음 발췌)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인 '테일러 쉐리던'은 자신의 어린시절 텍사스 사람들이 토지를 지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싸워온 과정을 보면서 '은행'이라는 것이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대상임을 깨닫게 된다. 국경 개발과 함께 원유를 발견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빈부 격차는 순식간에 벌어졌고,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인구 이동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도시는 점차 황폐해졌다. 또한 수세기 동안 평원을 지배한 토박이 원주민 '코만치'들의 전통적인 삶과 문화는 개발과 동시에 모두 파괴된다. 이 영화는 그런 모습을 지켜본 테일러 쉐리던의 유년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거대 은행에 의해 최소한의 생계비만을 대출을 받고 그 대출로 인해 자신들의 토지를 은행에 빼앗기고, 그 토지를 되찾기 위해 은행을 털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거대 자본의 등장으로 인해 '토지'위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평화를 빼앗기게 되고 자본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하수인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한 현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테일러 쉐리단은 경험을 글로 써 내려갔기에 매우 사실적인 묘사들이 영화 곳곳에 보인다. 

자신들의 '토지'를 지키기 위해 은행을 털게 되는 형제 (다음 발췌)

  어머니가 어렵게 지켜온 '토지'를 은행에 빼앗기게 되자 대출금 상환을 위해 '토비'는 은행강도를 결심하게 되고 자신의 사고뭉치 형인 '태너'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한다. 이미 많은 과거 행적으로 감옥을 드나들던 '테너'는 '토비'를 도와 마지막 남은 자신들의 자산을 지키려고 한다. 그들의 계획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 텍사스의 작은 은행들을 털어서 비용을 마련한다는 것. 뭉칫돈이 아닌 잔돈들을 털어서 추격을 피하고 그 돈들은 카지노에서 현금으로 다시 바꾸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범행을 자행한다. 시작은 순조로히 진행되는 듯 하지만 노련한 지역 보안관인 해밀턴의 추격을 받기 시작하고 다급해진 그들은 점차 대담하게 범죄를 저지르다가 사고로 사람을 죽이게 되고 그들은 점차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해밀턴의 끈질긴 추격으로 끝내는 발목을 잡히게 되고 총격전 끝에 형인 '태너'는 동생의 품안에서 죽음을 맞는다. 

조금의 황량한 텍사스 (다음 발췌)

  배우들이 실제 장소에서 촬영하여야만 본능적으로 살아 숨쉴 수 있다고 생각한 감독의 결정으로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했는데 이 영화에는 정반대의 편에 서 있는 두 남자가 환경 속에서 오는 압박감을 묘사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장소에서의 촬영은 더 중요했다. 하지만 은행 강도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은행은 많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텍사스의 얼마나 많은 은행들이 문을 닫았는지도 알게 됐다. 제작진은 버려진 은행들을 리노베이션 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적적으로 실제 웨스턴 뱅크에서 하루 동안 실내 총격 장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게 된다. 그로 인해 실감 나는 연출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데이빗 맥켄지 감독은 서부 텍사스의 풍광의 모습을 최대한 리얼하게 재현해 내기 위해 최첨단 디지털카메라와 시네마스코프 촬영 방식을 동시에 이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화면의 위아래를 줄이고 양 옆으로 화면 비율을 늘리는 와이드 스크린 방식인 '시네마스코프'는 넓은 공간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 특성을 살려 공간감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순간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기 위해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했다. 배우들이 언제나 일상 속에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고 인지시키기 위해서다. 실제 단시간 촬영으로 유명한 감독은 배우들의 감정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촬영 속도를 더 늦추고 감정만을 남긴 채 대사를 삭제하는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층 더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연기를 담아낼 수 있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텍사스의 풍경 (다음 발췌)

  가보지 못한 장소를 친숙하게 만들어 내는 것도 감독의 연출 역량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보이는 텍사스는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에서 보이는 정보만으로도 그곳이 어떤 곳이고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제작진들의 사실감을 전달하려는 노력도 영화 전반에 어렵지 않게 곳곳에 보여서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거대 자본과 그 앞에 작아지는 소시민들의 모습들이 씁쓸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아픔을 주긴 했지만, 또 다른 거대한 자연의 풍광과 그 안에서 나름 여유롭게 살아가는 텍사스 소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게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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