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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다시찾은열정의한걸음.쉘위댄스(ShallWeDance.1996)

by 꿈꾸는구름 2019.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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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열정'은 혈기왕성한 20대에만 생기고 간직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누구나 얘기를 하지 못했던 그런 이야기를 이 영화는 하고 있다. 중년의 '열정'에 관한 이야기, 바로 이 영화의 중심을 관통하는 메시지이다. 주인공인 '수기야마(야쿠쇼 고지)'는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중년의 남성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집과 직장만을 오가는 일상을 살아가는 매우 평범한 '중년'의 남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년'이라는 단어이다. 아주 일반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가정을 했을 때 적어도 어느 분야에서 20년 정도의 일을 했을 것이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십 대가 되었을 그런 나이이다. 그러한 삶을 '수기야마'는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왔다. 아침에 혼자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지하철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한산한 새벽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직장에서는 성실하고 능력 있는 상사로 인정을 받고, 아홉 시가 되면 어김없이 같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똑같은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는 수기야마 (다음 발췌)

  그러한 일상이 주는 '무료함'은 성실한 수기야마에게도 피할 수 없는 일상의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되돌아왔고, 평범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에 어떠한 재미와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수기야마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도중에 어느 댄스교습소의 창가에 선 여인 '마이(구사가리 다미요)'를 보고는 왠지 모를 설렘을 가지게 된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그런 느낌을 처음엔 스기야마도 애써 외면하려 노력을 하지만 이내 용기를 내어 그 설렘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댄스 교습소를 찾아간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댄스교습소에 덜컥 등록을 하게 되고 역시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댄스 교습을 시작한다. 댄스 교습소 강사인 '마이'의 교습을 받기를 원했지만 '다무라(쿠사무라 레이코)'의 교습을 받게 된다. 댄스를 처음 접하게 된 수기야마는 자신의 굉장한 몸치임을 알게 되지만 동료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자신의 노력으로 차츰 발전을 하게 된다. 매주 수요일마다 단체 교습을 받게 된 수기야마는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댄스의 매력에 점차 빠지게 된다.

매력적인 댄스강사인 '마이'역의 '구사가리 디미요' (다음 발췌)

  일상에서도 댄스 덕분에 활력을 찾아가는 수기야마는 점차 댄스의 매력에 빠져들어 자신의 일상에 댄스가 많은 부분을 차지 하게 된다. 무료하게 보내던 일상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스텝과 박자를 맞추어 가며 흥이 나는 삶을 채우게 되고 강습이 있는 매주 수요일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강습이 있던 어느 날 묘한 춤사위를 보여주던 어느 사내를 보게 되는데 그는 다름 아닌 회사 동료인 '아오키'였던 것이다. 평소에는 매우 소심하고 존재감이 없는 그였지만 댄스를 출 때는 매우 열정적인 사람이 되어 무대를 누비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오키' 역시 삶에서 댄스가 차지 하는 비중이 상당했으며 그로 인해 활력을 느끼고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댄스'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은 회사에서도 은밀히 댄스 연습을 하는 열정을 보인다. 그런 에피 소드 중에 보이는 매우 코믹한 장면들은 '아오키'역을 연기한 '다케나카 나오토'의 존재감이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진중한 연기뿐만 아니라 코믹한 여기를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 배우의 연기는 다소 오버스럽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극 중 캐릭터를 시각화하는 데는 매우 적절하다고 본다. '수기야마'가 조용하게 자신의 내면을 보이고 있다면 '아오키'는 매우 적극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직장동료이자 댄스 동료인 아오키 토미오 역 '다케나카 나오토' (다음 발췌)

  영화는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등장인물들에 아주 소소한 이야기들로 꽉 차 있다. 그런 소소함들이 만들어 나가는 특별함이 이 영화가 주는 매력이다. '댄스'라는 소재도 그저 소재로 쓰였을 뿐 영화에서는 사실 그리 큰 비중을 주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 플래시 댄스' 나 '허니'와 같은 그저 댄스 장면만 보아도 흥이 나고 설레는 그런 종류의 댄스영화가 아니라 댄스도 마치 삶의 일부분처럼 묘사가 되어 일상과 같은 느낌이고, 그런 일상에서 서서히 변해가는 등장인물의 모습에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그런 영화라는 것이다.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댄스들이나 음악이 주는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댄스'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만 본다면 조금은 특별한 댄스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대회준비를 하는 수기야마와 가르치는 마이 (다음 발췌)

  수기야마는 대회에 출전하기로 하고 파트너와 함께 열심히 준비를 한다. 그의 댄스 실력은 날로 일취월장하고 모두들 기대감 설렘반으로 대회를 출전하게 된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어 열심히 댄스를 선보이던 수기야마에게 자신을 응원하던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게 되고 이에 당황한 수기야마는 자신의 파트너의 치마를 밟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수요일마다 늦게 귀가하고 옷에서 낯선 여인의 향기를 맡게 된 수기야마의 아내가 수기야마를 의심해서 사설탐정에게 의뢰를 하고 댄스 교습을 알아낸 것이다. 아내와 딸은 단순 응원을 하기 위해 대회에 온 것이었지만 이를 전혀 모르던 수기야마는 '미안함'에 더 이상 댄스를 하지 않기로 한다. 고집에 센 수기야마는 자신을 용서하고 다시 댄스를 하길 권하는 아내의 청을 거절하지만 딸아이의 손에 이끌려 아내와 댄스를 추게 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중년 부부의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권태감'도 이 영화에서는 담아내고 있는데, 권태기를 느끼는 그들이 잘 못 된 게 아니라 그걸 해소하는 방법을 공공연하게 말하길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 두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삶의 또 다른 작은 언덕이다.

회사에서도 은밀히 댄스연습을 하는 두사람 (다음 발췌)

  수기야마 덕분에 댄스에 대한 열정을 찾게 되었다는 '마이'선생이 외국길에 오르기 전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기를 권유하지만 고집 센 수기야마는 이를 거절하지만 왠지 모르게 거리를 방황한다. 모두가 수기야마가 파티에 오기를 기다리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습관처럼 교습소를 올려다본 수기야마의 눈에는 ' 쉘 위 댄스? 수기야마 씨"라는 문구가 보인다. 파티 장소로 아슬아슬하게 도착을 한 수기야마는 마이와 마지막 곡을 함께 댄스를 춘다. 마이가 수기야마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 '쉘 위 댄스?'라는 대사는 마치 '삶을 의욕적이고 활기차게 살아보시겠습니까?'라고 들렸다.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는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고독하고 노력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의 무료함이 주는 커다란 짐도 이겨내야 한다. 이 영화는 그러한 세상의 모든 성실한 아버지와 남성들에게 주는 하나의 희망적인 메시지로 일상이 주는 소소함에서 특별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제작된 지 무려 20년이 넘은 영화이지만 여전히 영화의 매력적인 신선함은 이 영화가 주는 특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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