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답답한고구마라도삼켜야한다.나를찾아줘(Bring Me Home.2019)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배우로서 '이영애'라는 인물은 광고에 나오던 '산소 같은 여자'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이 '독특한'이라는 점이 영화배우로서의 그녀가 걷고 있는 길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녀는 매우 '의식적으로' 고정되지 않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고민하며 출연 영화를 고른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가 데뷔를 한 '산소 같은 여자'의 각인된 이미지가 너무 크게 그녀를 감싸고 있다는 걸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화배우'로서의 출연작 선정에는 그녀만의 일종의 철칙 같은걸 두고 선정하고 출연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신인시절 출연을 한 '인샬라'를 제외하면 '공동경비구역 JSA''봄날은 간다''선물''친절한 금자 씨'와 같은 굵직한 영화에 출연을 했다. 확실히 영화배우로서의 '이영애'는 드라마나 광고모델로서의 그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런 그녀가 14년 만에 선택을 한 영화로 이 영화 '나를 찾아줘'는 주목을 받았는데, 은퇴를 말한 적이 없으니 일각에서 말하는 '복귀작'이라고는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도 그녀는 의도한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6년전 아들을 잃어버린 '정연' (이영애) (다음 발췌)

  이야기의 구조는 일단 매우 단순하다. 6년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 '윤수'를 잃어버린 '정연(이영애)'과 '명국(박해준)'부부는 아이를 찾아다니는 '명국'과 그 와중에도 삶을 포기하지는 못해 직장에서 일을 하는 '정연'이 따로 생활을 하며 일상을 보낸다. 아이 찾기를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만두었던 일을 다시 시작해 보려는 '명국'에게 한통의 재보 문자가 날아오고, 제보를 따라 지방으로 향하던 '명국'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면서 홀로 남게 된 '정연'은 더욱 절망에 빠지게 된다. 바로 그때 아들의 특징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제보 전화가 걸려오고 정연은 그 길로 낯선 마을을 찾아가게 된다. 낚시터를 운영하는 작은 어촌마을에 도착하게 된 '정연'은 그녀를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고 뭔가 수상쩍은 낌새를 채게 된다. 그 마을을 담당하고 있는 '홍경장(유재명)'역시 수상한 기색을 보이고 '정연'은 확신을 가지고 아들을 찾는다.

'윤수'의 아버지 '명국'(박해준) (다음 발췌)

  영화에는 우리 사회에 속해 있는 악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그렇다고 그들이 특별하거나 남다른 외형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다. 그게 더 무서운 일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속한 '악인'들은 일반인들과는 전혀 구분이 안된다. 어쩌면 나조차도 너무나 쉽게 저런 부류의 악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형(박해준)의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실종된 조카가 있는 곳을 알려준 전화를 받고 이를 이용해 보험금을 뜯어내는 시동생, 유괴나 길 잃은 아이들을 가둬두고 아동 학대와 착취, 노동을 시키고 그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어른들,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가 입혀주고 재워주고 먹여주기까지 했는데 자신을 납치범으로 몰아세운다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사람들, 국민의 안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주어야 할 공권력은 뒷돈을 받아먹고 이를 은폐하려 애쓴다. 그들이 있는 공간인 바다낚시터는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지역이지만 아이들이 노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도 무관심한 사람들, 실종 아이를 찾는 전단지보다 자신의 낚싯대에 걸린 물고기가 더 중요한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매우 불편하고 힘든 일이었다. 

수상한 마을 사람들과 '홍경장(유재명)' (다음 발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소재가 충분히 '신파적'으로 흘러 갈 수 있음에도 의식적으로 이런 부류의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를 피해 간다. 과장된 감정이입을 강요하는 신파적인 요소를 감독은 최대한 배제를 시키고 너무나 무덤덤하게 일상과도 같은 실종아동의 가족들의 삶을 보여준다. 아이를 찾는 과정이 6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일상'과 같이 갈 수밖에 없기에 그러한 설정이 가능하겠지만 이러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최루성 신파와 대사, 설정을 버리고 실제적인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자연히 윤수 엄마인 '정연'의 행동과 노력이 허사가 되거나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이런 흐름과 설정이 답답하고 짜증 나며 재미를 못 느끼게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성을 감안하면 마음속 깊이 죄책감을 간직하고 있지만 생활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엄마. 잘 다니던 교사 생활을 접고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차 안에서 쪽잠을 자는 아빠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정연의 노력을 배척하는 마을 사람들 (다음 발췌)

  바다 낚시터 사람들은 '정연'이 찾고 있는 대상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모두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모른척 눈을 감아버리고 귀를 닫아 버린다. 실종된 윤수가 '민수'라는 이름으로 감금된 채 학대와 착취를 당하는 그곳에서 아동학대를 통해 돈벌이를 하는 사람과 전과자라는 약점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 부당함과 불법을 알고는 있지만 자신과 자신의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믿음으로 눈감아 버리는 사람들은 진실과 정의를 외면한 채 모든 걸 그저 덮어버리려 한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정연'이 마을 사람들과 대결하는 구도로 진행이 되어간다. 여성이라는 육체적 약자의 위치이지만 그녀는 '어머니'이기에 그들을 상대할 용기가 생긴다. 네다섯명의 성인남성과 맞서 몸싸움을 한다는 설정이 조금은 현실성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아들을 잃은 어머니'라는 상황을 이입해 보면 어느정도는 이해가 될 듯도 하다. 그 외에 몇군데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몇몇 장면들이 등장을 하기는 하지만 상황을 전제하에 두고 본다면 그리 큰 문제는 없어 보이긴 한다. 감독도 그러한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정연' (다음 발췌)

  이 영화는 분명히 실종된 아이들에 대한 사회와 일반 대중들의 무관심에 경종을 일깨워주는 일종의 '계도성' 성격을 지닌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화의 제목이 '나를 찾아줘'이지만 영문으로는 'Bring Me Home'-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세요-이다. 실종된 아이들이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는 외침인 것이다. 자신을 잊지 말고 끝까지 찾아달라는 외침인 것이다. 그 의미를 알고는 처음 제목을 접했을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감독은 이를 '정연'이나 제 3자의 훈계성 대사로 전달하기보다는 '윤수'처럼 낚시터에 감금되어 있다가 정연의 도움으로 벗어난 '지호'가 '정연'에게 전날 밤 꿈에 '민수'형을 만났는데 하면서 전해주는 대사로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들을 잊지 말고 끝까지 '나'(실종아동들)를 찾아 집으로 데려다 달라는 메시지 말이다. 영화에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제방 위를 힘없이 걸어가는 '정연'의 모습에서 실종아동들의 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절망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윤수'라고 생각했던 죽은 아이가 '윤수'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애기발톱이 없었다.)는 그것이 다시금 '희망'이 되었을지 '절망'이 되었을지는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실종아동가족을 완전한 나락으로 빠뜨리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이 생기기도 했다. 

주인공 '정연'보다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홍경장' (다음 발췌)

  '스릴러'라는 장르를 기대하고 본 관객이라면 분명히 매우 실망을 할 법도하다. 숨죽여 몰입을 하게하다가 단서를 조금씩 던져주는게 아니라 초반에 거의 모든 사실이 공개되어 있는 상황이라서 스릴러에서 느껴야 할 긴장감은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다. 특히나 극의 중반이후로 가면 갈수록 그러한 느낌은 더 강하다. 그리고 스토리의 연계성도 떨어지는 단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우연에 기대어 진행되는 이야기가 역시나 후반부에 여러차례 등장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기도 한다. 보기만 해도 연약하고 게다가 또 지쳐있는 '엄마'라는 여성 캐릭터가 헤쳐나가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겨운 상대들을 사방에 포진시켜 놓고 주인공을 구성에 몰아넣는 상황을 만들어서 매우 답답한 느낌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박수 받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외면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용감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종아동물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가 그리 많지 않음을 감안해 볼 때 오랜시간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해 완성하고, 오랜 공백기를 거친 탑스타 여배우가 선택한 영화로 그 의미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영애'라는 배우를 다시 보개 되어 반가웠던 영화다. (다음 발췌)

  '나를 찾아줘'는 매우 절제된 연출과 편집, 촬영으로 현실성을 적절히 반영한 설정과 전개가 작품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류의 흔히 범할 수 있는 억지스러움, 개연성이 없는 최루성 신파, 훈계식 대사 등을 의식적으로 지양하고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설정 자체와 이야기소재가 영화적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적기에 관객들이 느끼는 답답함이나 불쾌감이 클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봐야하고 또 기억하고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할 문제를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영화의 완성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매우 '유의미한'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답답한 고구마라도 삼켜할 때는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