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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시각의한계성.경계선(GRANS.BORDER.2018)

by 꿈꾸는구름 2019.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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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다음 발췌)

  '트롤'은 초기 북유럽 신화에서는 외떨어진 바위나 산, 동굴 등에 소규모 가족 단위로 사는 괴물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거나 우호적인 경우는 거의 없는 존재로 묘사된다. 후대의 스칸디나비아 지역 전설에서도 역시 인간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존재로 교회를 싫어하여 교회에 해코지를 하는 등 인간에게 해롭고 위험한 존재로 등장한다. 트롤의 구체적인 외모와 능력, 특징 등은 지역과 전승에 따라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커다란 혹이나 꼬리가 달린 흉측한 외모에 엄청나게 힘이 세지만 머리가 둔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로 햇빛과 접촉하면 돌로 변하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과 상당히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스코틀랜드 같은 지역에서는 거인이 아니라 흉측한 모습의 소인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일부 전승에서는 본래 모습은 흉측하지만 변신술을 써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인간의 아기가 되거나 아내나 남편이 되기도 한다. 인간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위험한 존재로 묘사되지만, 전승에 따라서는 귀여운 장난꾸러기, 혹은 인간과 친구가 되는 우호적인 존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트롤'로 시작하는 이유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트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영화의 엄청난 스포일러인데, 영화의 중심이 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를 먼저 밝히는 이유는 이 영화를 소개하는데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티나'역 '에바 멜란데르' (다음 발췌)

  '알리 아바시'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장르에서부터 제목과 같은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 있다. 분명히 로맨스 영화이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런 로맨스를 그리고 있지는 않고, 굉장히 낯설고 기괴하기까지 하다. 너무나 낯선 모습에 어쩌면 매우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 두 주인공의 사랑과 동지애라는 두가지 감정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감독의 연출은 굉장히 섬세하게 진행된다.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순수한 모습과 불쾌감을 느낄만한 거북스런 장면으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한다. 참고로 이 영화는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부분에서 수상을 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주인공 '티나'의 외모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언뜻봐서는 우리가 사회에서 익히 알고 있었던 이분법적인 성별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외모를 가졌다. 여성으로 보이지만 '티나'의 외형은 어느 남성보다 건장한 골격을 가졌고 외모도 굉장히 특이하다 못해 조금은 낯설기까지 하다.

'티나'와 '보레(에로 밀로노프)'의 첫 만남 (다음 발췌)

  냄새로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지닌 '티나'는 출입국 세관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녀의 업무는 '신고할 품목'이 없다고 신고한 사람들을 냄새로 탐문하고 수색하는 일이다. 외관상으로는 범죄자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 그 사람이 느끼고 있을 '수치심''불안감''분노'와 같은 감정을 냄새로 알아 낼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은 업무에 적합했고, 그녀는 능력을 인정받는다. 앞서 말했듯이 '티나'는 인간들 속에 살고 있는 '트롤'이었기에 그들의 행동을 따라하고 학습해 왔다. 친절하다 못해 너무 따뜻하고 착한 그녀는 인간 세계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움직인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일상적인 말 한마디 걸지 않는 직장동료, 경제적으로 그녀를 이용하는 허울뿐인 동거인 같은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 뿐이다.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그저 '외모'만으로 판단하고 그녀를 배척하는 인간의 민낯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어느날 그녀 앞에 나타난 그녀와 매우 유사한 '보레'라는 인물에 의해 그녀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교감을 나누는 '보레'와 '티나' (다음 발췌)

  '보레'는 '티나'에게 자신들이 '트롤'족이라는 걸 알려주고 그녀가 지금껏 학습했던 인간의 행동과는 다른 '트롤'의 본능에 끌리는 행동들을 알려준다. '보레'는 '티나'에게 벌레를 먹어보라고 하며 생으로 삼킨다. 그녀가 그동안 벌레에 대해 호기심어린 눈으로 보아 왔던 이유가 설명되기 시작한다. '트롤'은 인간의 기준과는 다른 성별도 가지고 있다. 인간의 기준으로 남성에 가까운 '보레'가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고 출산을 하며, 여성에 가까운 '티나'가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남성의 역할을 한다. 그들은 성관계를 갖지 않으면 아기를 출산하고 성관계를 가지면 출산을 하지 않는다. 인간의 습성과는 정반대이다. 두 주인공의 숲속 정사장면에서 흡사 맹수와도 같은 포효를 하면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보며 불편함을 느꼈을 관객들은 꽤나 많았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일것이라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간의 기준에 의해 학습을 해왔고 '트롤'의 모습에 당황하거나 불편해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들이 우리를 불편해 하는 것처럼. 

자연에서 평안을 느끼는 두사람 (다음 발췌)

  '보레'의 등장은 '티나'의 경계선 위의 삶을 흔들리게 한다. '보레'는 '티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 왔다. 인간의 행동양식을 따라하지도 않고 오히려 인간들을 혐오하며 복수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트롤'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인 '보레'.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인간의 기준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비록 자신의 정체성은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인간들속에서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말이다. 그녀가 인간에게서 배운 행동방식중 하나는 '윤리적 판단'이다. 사회적인 고민과 법적인 절차를 거쳐 나온 윤리적 판단을 하게 된 '티나'는 이성과 본능의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그녀가 검거한 '아동포르노' 범죄자와 '보레'가 연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결국 고민에 빠지고 '이성'을 앞세워 '보레'를 검거하기로 한다. 우여곡절끝에 '보레'를 검거하게 되지만 '보레'는 탈출을 하게 되고 '티나'는 다시금 홀로 남게 된다. 끈질긴 '보레'의 회유에도 절대 넘어가지 않았던 '티나'는 그녀가 자란 인간사회에 속해 살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비록 인간들의 편견과 차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 (다음 발췌)

  자신이 인간의 기준으로는 못생겼다고 평생을 믿고 살아왓던 '티나'는 끝까지 인간들을 지켜주려 했다.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으며 '트롤'인 그녀가 '인간성'을 지키고자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려주고 자유로움을 알려준 '보레'이기에 누구보다 함께 하고 싶었던 인물이었지만 본능에 충실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던 삶을 포기하고 다시금 그녀는 '경계선'위로 돌아오게 된다. '보레'는 '티나'의 집 앞에 아기가 든 상자와 엽서를 한장 남긴다. '트롤'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했던 핀란드의 엽서이다. '티나'의 선택은 어떻게 되었을까. '티나'가 걷고 있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은 '트롤'인 그녀만 걷고 있는건 아닐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약자들 소수자들, 그들이 어떻게 사회와 분리되어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 이외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시선들과 편견, 차별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는 한번 쯤 생각해 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자유로운 두 사람(트롤) (다음 발췌)

  '경계선'은 두 캐릭터의 여러 상황과 사건들을 다소 기괴스럽게 보여주면서 몇 가지 질문들을 관객들에게 던져준다. 매우 생소하고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장면들이 불편했던 건지 아니면 내 안에 자리잡고 있던 편견과 위선이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인지는 여전히 헷깔리는 부분이 있지만 그러한 모든 불편함을 끝내는 숙연함으로 만들어 버리는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을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각'이라는 절대적이지만 동시에 상대적인 경계선의 잣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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