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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Netflix에서영화의길을묻다.로마(ROMA.2018)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아카데미 10개 부분 후보에 오른 이 작품은 2018년 최고의 작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던 촬영 감독인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다른 일정으로 촬영을 하지 못하게 되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직접 촬영까지 맡아서 영화를 제작하였다.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고요히 관조하는 장면이라든지, 해변에서의 롱테이크 장면 등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카메라를 직접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그것과 다름없는 바이브를 자아냈다. 이 영화로 인해 처음으로 연출, 각본, 제작, 편집, 촬영을 모두 혼자 소화해 냄을로써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된 영화라 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아카데미 10개부분 후보로 이어졌다. 영화의 줄거리는 너무도 단순하여 멕시코의 상류층 백인 가정에 입주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클레오'라는 여성의 이야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런 단순한 이야기에서 그렇게나 많은 의미를 담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로마'는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직관적으로 삶의 희노애락을 그려냄과 동시에 다양한 은유와 상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삶의 교훈을 묵직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나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은유와 상징들은 등장인물들의 일상생활속의 모습에 있는 듯 없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아트무비가 아니라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하나씩 그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깨닫게 되는 은유와 상징들 덕분에 한층 더 재미와 감동, 그리고 여운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70년대 멕시코 남성들의 위선과 가식, 허세 등을 감독이 어린시절에 느꼈던 그대로를 담고있기도 하는데, 겉으로는 세상 둘도 없는 신사인척 굴지만 알고 보면 유치하고 졸렬하기 그지없는 위선덩어리인 '안토니오(페르난도 그레디아가)'와 클레오에게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이지만 임신사실을 알게되자 천하에 둘도 없는 인간 쓰레기로 급변하는 '페르민(호르헤 안토니오 게레로)'을 통해 보여준다. 남성이면서 그 시절 자신이 느꼈을 성인남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게 편하지만은 않았겠지만 감독은 담담하게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사실적으로 영화에 담고 있다.  

'클레오'(알리차 아파리시오)의 바쁜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 (다음 발췌)

  1970년대 멕시코시티의 '로마'라는 곳에서 입주 가사 도우미로 근무를 하고 있는 인디오 아가씨 '클레오'는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일어나 청소, 요리, 빨래 등 고용주 가족들의 의식주는 물론이거니와 고용주 자녀들의 등하교와 양육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모든 부분에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삶은 힘겹고 고달프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영화에는 아침마다 콜로니아 로마 거리 곳곳에서 집 앞을 쓸 고 있는 인디오들, 클레오와 마찬가지로 옥상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이웃 주택의 인디오 입주 도우미들, 인디오 소작인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백인 지주 등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16세기에 스페인이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을 침략한 이후 수백년동안 이어져 온 백인과 인디오 간의 계급 제도가 1970년대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유년기를 보낸 그곳에서 감독의 기억에 남은 잔상들은 멕시코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감독은 이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으려 노력했다. 

아이와 눈을 맞추어 '시체놀이'를 함께하는 '클레오' (다음 발췌)

  영화에서 주인공 '클레오'를 둘러싼 환경은 가로방향, 수평방향(촬영기법으로 'panning(패닝)')으로 그려진다. 패닝 촬영기법은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시킨채 카메라를 그저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는 촬영기법인데 다람쥐 쳇바퀴돌 듯 매일 똑같은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클레오'의 삶을 표현해 내는데 감독은 이 방법을 사용하여 효과를 극대화 했다. 그리고 대부분 환경의 변화, 자극, 사건, 사고는 오른쪽에서 왼쪽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보여지다보니 무의식적으로 화면에 이러한 방향성이 보일 때 주인공이 정신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미가 담긴 촬영 기법이기에 반복이 주는 학습효과로 인해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동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반면에 '클레오'의 개인적인 삶은 세로방향, 수직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에는 특히나 '클레오'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장면들이 수차례 등장을 하는데 계속해서 밑으로 침잠하는 듯한 그녀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그녀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임신에 대한 불안, 남자친구의 배신, 사산의 아픔등과 겹쳐지면서 한없이 슬픈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가족의 단란한 한때 (다음 발췌)

  집주인 부부의 이혼으로 인해 아이들의 아버지가 짐정리를 하는 동안, 어머니와 자녀들 그리고 클레오는 바닷가로 여행을 간다. 즐겁게 수영을 하던 중 '파코'와 '소피'가 물에 빠지게 되는데 그 순간 클레오가 파도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영을 못한다고 바다에 들어가지도 않던 그녀가 발걸음을 세차게 화면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파도를 향해 나아가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감동적이었다. 앞서 등장했던 장면들처럼 그녀를 막아서는 파도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몰아친다. 이렇게 그녀를 반대 방향으로 밀어내려는 파도를 헤치고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니, 단순하게 아이들을 구하러 가는 목적 이상이 느껴졌다. 그동안 그녀를 압박해오던 모든 것들에 대한 저항이자 극복의 의지로 보였다. 그리고 카메라를 그런 그녀를 따라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카메라가 움직이는 장면은 이전에도 몇차례 등장을 하는데 주로 '클레오'가 일상을 보내는 장면이 아닌 일탈을 하는 장면에 등장을 했다. 그녀의 직장인 집안이 아닌 거리에 나선 장면에서 클레오를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그녀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간의 갈등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클레오' (다음 발췌)

  '파코'와 '소피' 그리고 '페페'와 엄마까지 모두 부둥켜안고 '클레오'에게 고맙다고 연신외치며 서로를 보듬어 주는 중에 '클레오'는 갑자기 사산된 자신의 아기이야기를 꺼낸다. 자기는 아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아기가 태어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아기에게 미안하다고 울먹이면서 말이다. 모두 눈물을 흘리며 '클레오'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였다. 모두 부둥켜 안고 있는 장면은 마치 하나의 산과 같은 이미지로 보이는데 우리의 삶도 그렇게 하나로 뭉쳐 서로 도와가며 보듬어주며 살아가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 온 집에서 '클레오'가 처음으로 옥상을 향해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여기에서는 장엄하거나 감동스런 BGM은 흘러나오지 않는다. 개짖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차가 지나가는 소리, 이웃집에서 누군가 이야기하는 소리, 그저 평범한 일상의 소리들이 들리고 그녀는 묵묵하고 담담하게 옥상으로 걸어 올라갈 뿐이다. 음악이 없어서 더욱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 오로지 그녀의 모습에만 집중하게 되었고 그래서 감동은 배가 되었으며, 이것은 감독의 영리한 선택이었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클레오' (다음 발췌)

  영화의 시작에 '리보에게'라고 자막이 뜬다. '리보'라는 인물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유년시절에 자신을 키워준 가정부 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그녀를 모티브로 삼았으며 주인공 '클레오'를 통해 묘사를 하고 있다. 리보의 존재가 쿠아론 감독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그녀를 얼마나 강인한 여성으로 기억을 하는지, 얼마나 존경하고 감사해 하는지 느껴지는 영화였다. 1970년대라는 격동적인 멕시코의 시대적 배경과 백인과 인디오라는 인종적 차별,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적 차별 등을 '클레오'라는 인물을 통해 아우르고 있으며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오히려 흑백화면과 영화적 촬영기법을 선보인 감독은 앞으로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화면에 이처럼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감독이자 촬영 감독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확인 시켜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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