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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미장센의향연.올드보이(2003)

by 꿈꾸는구름 2019.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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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돌이켜 보면 '2003년'은 한국영화의 아주 중요한 한 해가 아니었었나 싶다.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재기발랄한 명작들이 줄줄이 개봉한 해였기 때문이다. '살인의 추억''지구를 지켜라''등을 이어 한국 영화라 하면, 오히려 외국에서 더 엄지를 치켜세우는 '올드보이'도 2003년에 개봉을 했다. 이미 전작 '공동경비구역JSA'와 '복수는 나의 것'에서 특유의 영화 화법과 미장센, 사실을 넘어선 극사실적인 묘사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고 있던 박찬욱 감독이 거장으로써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중요한 영화가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200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두번째 큰상-최고상은 황금종려상)을 받는다. 국내 관객에게도 호응을 얻었고(관람관객 326만명),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영화이다. 특이한 점은 2013년 재개봉을 해서 '국내 재개봉영화 역대 2위'의 흥행성적을 올린다. (국내 재개봉영화 흥행 1위는 이터널 선샤인)

10주년 재개봉 기념 스틸. 출연했던 전 배우와 감독이 함께 했다.(다음 발췌)

  '올드보이'는 기존에 한국영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섬세한 미장센과 영화적 각종 장치들이 풍부하게 자리 잡은 영화다. 주인공 '오대수(최민식)'가 15년간 갇혀있는 사설감옥의 기하학적 무늬의 벽지, 그리고 미도의 집과 미도가 입는 옷의 패턴도 기하학적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나오는 제임스 앙소르의 <슬퍼하는 남자 Man Of Sorrow>와 그 그림에 적힌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라는 문구, 오대수와 미도가 상록 고등학교를 찾아서 기억을 회상하는 장면에 교차 편집된 계단씬 등 영화 곳곳에 자리잡은 풍부한 미장센들은 영화를 즐기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주인공 오대수역의 '최민식' (다음 발췌)
미도 역의 '강혜정' (다음 발췌)
사설감옥의 이미지 (다음 발췌)

  대단히 많은 거론이 되었지만 이 영화를 생각했을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이 바로 원테이크로 무려 '2분 40초'간 촬영 된 '장도리 액션씬'일 것이다. 원래 이 장면은 철저한 콘티 짜기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이 오대수가 장도리로 상대방을 가격할 때, 맞는 부위가 마치 X레이 촬영 이미지처럼 옵티컬 처리가 되어 빠른 편집을 통해 삽입되는 약간은 만화 같은 형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촬영 일정에 쫓겨 촬영을 하고 있었고(지금생각해 보면 어찌나 다행인지....) 리허설을 하던 최민식을 바라보던 박찬욱 감독이 너무나 지쳐하던 최민식의 모습을 보고 처절한 캐릭터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자고 촬영 현장에서 결정하고 '원테이크 롱테이크'로 촬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영화사상 길이남을 롱테이크 액션신이 탄생했다. 박찬욱 감독의 번뜩이는 연출력과 배우의 영화 이해도가 훌륭한 장면을 만들어 냈다.

장도리 액션이라는 명장면이 탄생했다. (다음 발췌)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복수는 나의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 씨. 복수 3부작을 통해 보여주었던 인간 내면 관계에 쌓이고 얽힌 '치정'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 중 두번째 이야기인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그리스 신화로부터 모티브를 얻고, 미네기시 노부아키가 그린 동명의 일본 만화로부터 소재를 받았으며, 구원과 속죄라는 주제를 스릴러라는 장르로 풀어냈다. 박찬욱 감독이 그리스 신화 오이디푸스 왕을 읽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한 채 '근친'을 범하고 나중에 자신의 눈을 뽑는 오이디푸스처럼 오대수 역시 딸을 알아보지 못한 대가로 혀를 자름으로써 죗값을 치르게끔 만드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 올드보이는 분명 내용이 좋은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비록 이 영화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올드보이가 이토록 강렬하게 기억되고 회자되는 건 아마도 '리얼리티'가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가둔 사람을 찾아다니는 대수와 미도 (네이버 발췌)

  오대수의 경솔한 행동들이 '우진'(유지태)의 '누나'(윤진서)를 죽음으로 몰았고, 결과적으로 우진에 의해 대수는 뒤늦은 죗값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우진과 우진의 누나 역시 근친을 하는 사이였고, 이는 정당하지 못한 행동들이었다. 다만 우진의 개인적인 분노와 원한이 대수에 대한 복수로 이어졌을 뿐, 이는 어느 누구의 이해나 동조를 구하기는 어려운 행동과 결정이었을 것이다. 복수의 방법으로 대수 역시 자신의 딸인 미도와 근친을 하게 함으로써 우진이 겪었던 좌절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게 했다. 그렇다면 우진은 자신의 누나가 대수의 실수에 의해 자살을 해서 괴로운 것인지, 자신과 누나가 근친을 행해서 괴로운 것인지 불분명하다. 자살을 해서 괴로운 것이라면 대수의 목숨을 빼앗으면 그만인 것일 텐데 굳이 대수도 자신과 똑같이 근친을 시킬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괴로움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단순한 방법이었다면 이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행동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진도 자신과 누나가 행했던 '근친'에 대한 죄의식과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는 모든 계획을 완성한 후 권총으로 자살을 하는 장면으로 설명이 된다. 

모든것은 '우진(유지태)'의 복수극이었다. (다음 발췌)

  서두에 얘기했듯이 2000년대 이후 한국 최고의 영화로 자리잡고 있는 올드보이는 당분간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영화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은 모든 부분에 걸쳐 작품에서 흠을 찾기 힘들다는 것은 물론, 감독인 박찬욱과 배우 최민식 모두 절정에 있을때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쉽지만 그 사실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에게도 그건 행운이었다. 

영화의 엔딩장면 (네이버 발췌)

  영화의 엔딩에서 만감이 교차하는듯한 대수의 표정과 모든걸 다 알고 이해하는듯한 미도의 음성은 그 해석이 분분하다. 대수가 최면으로 자신의 기억을 지운 것이 맞느냐, 기억을 하고 있지만 우진이 그랬던 것처럼 알면서도 딸인 미도를 사랑하게 되어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냐는. 그와 함께 올드보이의 대부분의 장면이 어느 측면으로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것 역시 박찬욱 감독이 영화 전반에 마련한 관객을 위한 선물일 것이다. 화면의 독특한 느낌과 장면을 수놓은 유려한 미장센, 그리고 자연스러운 시간의 연출력까지 과연 관람객 평점 10점 만점을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따라 할 수 있는 영화는 많이 나올지는 몰라도 이를 뛰어넘는 영화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 2019년 5월 27일 새벽 프랑스 칸으로부터 엄청난 뉴스가 전해졌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했음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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