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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간절함이닿은곳.주먹이운다.(Crying Fist.2005)

by 꿈꾸는구름 2019.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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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데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필요하지만 '간절함'도 삶에 중요한 요소이다.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이 없다면 그만큼 삶에 대한 목표, 의미가 그만큼 작아지는 것이다. 영화 '주먹이 운다'는 '간절함'에 대한 얘기다. 최민식이 연기하는 '강태식'은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복서로 인생의 굴곡을 거치는 동안 삶의 간절함을 잃은 사람이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사람들에게 매맞아 주고 돈받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 연명한다. 류승범이 연기하는 '유상환'은 패싸움과 삥듣기가 일상인 동네 양아치로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수감된다. 소년원에 수감된 동안에도 상환에게 삶의 간절함은 없다. 

길거리에서 매를 맞고 돈을 버는 '태식(최민식)' (다음 발췌)
아버지와 맞담배를 피는 양아치 '상환(류승범)' (다음 발췌)

  비슷하지만 다른 이 두사람에게 간절함이 생기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가족'이다.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가족을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해 두 사람은 신인왕전에 도전을 한다. 잃기전에는 소중함을 모른다고 한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잃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다만 당연히 있어야 하는 존재로 알고 있지만 그들의 부재가 가져오는 커다란 상실감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그들의 인생에 다가온다. 그 소중함을 되찾으려 그들은 자신의 인생 앞에 놓인 과제에 도전을 한다. 하나의 영화이지만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서로 다른 인물의 진행 과정을 보여준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인생 막장의 39세 거리의 복서 '태식'과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싸우는 19세 소년원 복서 '상환'.

태식의 조력자로 나오는 '임원희' (다음 발췌)
상환의 조력자로 나오는 '변희봉' (다음 발췌)

  주인공을 연기하는 최민식과 류승범도 뛰어난 연기자 이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조연들도 하나같이 명 배우들이다. 변희봉, 나문희, 임원희, 천호진, 오달수, 기주봉, 안길강... 누구하나 떨어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낸 인물이다. 류승완 감독이 우연히 두 이야기를 따로 따로 듣고 둘을 한 무대에서 만나게 하는 그림이 재미있겠다 싶어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한다. 태식과 상환의 개인사에서 시작해서 링위에서 만나게 되는 결말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접점은 그 장면의 이전에는 전혀 없다. 그러나 묘한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두 사람 모두 결여에서 오는 삶의 빈 공간을 채우려 도전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유사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경찰에 쫓기는 상환 (다음 발췌)
아들을 만나는 태식 (다음 발췌)

  두 사람 모두에게 이길 수 밖에 없는, 이겨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두 사람 모두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에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것은, 그들 각자가 가지게 된 '간절함'에 의해 과정을 최선을 다했고, 결말이 어찌 되었든 후회없는 순간으로 남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만큼 그들에게 '간절함'이란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덕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세상 어느 누구에게나 그럴테지만.

서로의 삶의 짐들을 떨치기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다음 발췌)

  태식과 상환이 결심을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장면들이긴 했으나 너무 지루하게 보여진 건 이 영화의흠이라면 흠이겠다. 드라마를 다루는 감독의 연출력이 아쉬운 부분도 이 부분이다. 류승완감독이 액션과 빠른 전개를 다루는데는 매우 강한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긴 호흡을 가지고 가야하는 '드라마'를 다루는 데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걸 다시금 보여주었다. 초중반의 영화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느린 호흡이 아쉬웠으나, 두 사람의 신인왕 결승전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여느 복싱 영화에서 보여지는 테크닉이나 화려함은 없지만, 아니 감독이 철저히 없앤 것이겠지만. 두 사람의 '간절함'이 처절하게까지 느껴진다. 매우 둔탁하고 거칠고 세련되지 않게 보인다. 영화 내내 감정을 이끌어 내는 많은 장면이 현실을 반영해서 공감을 이끌어 내지만, 감독이 계획한 이야기 구성의 힘만으로는 보기 어려웠고,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절반 이상의 역할을 한 것 같다.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실제 권투 시합을 보는듯 해서, 장면을 만들어 낸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개인적인 트레이닝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 눈으로 보였다. '간절함'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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