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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달콤쌉사름한.달콤한인생(A Bittersweet Life.2005)

by 꿈꾸는구름 2019.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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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이 영화의 장르는 분명 '액션 느와르물'이라 표방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관계에 대한 '드라마적인 요소'가 매우 강한 영화이다. 오해, 질투, 시기, 연민, 그리고 복수라는 인간사에 이루어지고 있는 복잡한 관계들을 액션 느와르라는 도구를 이용해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 보면 정확하다. 물론 어떠한 장르의 영화든 스토리라인이 존재하여야 하므로 드라마적인 이야기구조가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겉보기와는 다른 영화 내적인 구조에 중심을 두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오프닝 장면을 살펴보자.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화면에 보이고 주인공 이병헌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을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그렇다. '동사서독' 오프닝 장면에서 보았던, '움직이는것은 깃발도 바람도 아니요. 그대의 마음이다.' 라는 자막과 매우 유사하다. 더욱 복잡한 인간사를 다룬 동사서독과 주제의 측면에서 그 맥을 같이 하는 영화라 볼 수 있겠다. 적어도 김지운 감독의 연출의도는 그러했을 것이다.

강사장역 '김영철' (다음 발췌)
선우역 '이병헌' (다음 발췌)
강사장 애인 희수역 '신민아' (다음 발췌)

  조직폭력배 보스인 강사장(김영철), 그의 오른팔이자 신뢰하는 부하인 선우(이병헌), 강사장의 애인 희수(신민아). 이 세사람의 연민과 질투, 그리고 오해와 배신, 복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강사장은 자신의 애인인 희수가 다른 남자가 생긴걸 눈치채고 '질투'를 하여, 자신의 부하인 선우에게 감시를 지시한다. 선우는 희수를 감시하면서 남다른 '감정'을 느끼고 처리하라는 강사장의 말을 무시하고 그녀를 놓아준다. 선우의 행동을 눈치 챈 강사장은 '배반감'에 선우를 처리하게 하고, 간신히 도망을 친 선우는 강사장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강사장을 찾아가 죽이려한다. 이렇듯 등장인물들의 감정들의 충돌이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이다. 액션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어 액션영화로 보이긴 하지만 기본 뼈대는 인간관계의 감정선이다. '나한테 왜그랬어요, 말해봐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많이 알려진 유명한 대사가 이들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이병헌과 김영철은 연기의 달인들 마냥 연기의 끝을 보여주었지만, 희수역의 신민아는 왠지 조금 이들과는 괴리감이 느겨질 정도로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모습이 이쁘기는 했지만, 그게 다였다. 이 당시에는 신인 여배우라서 그랬을 거라는 위안을 삼을 수 있겠지만 영화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특별출연을 한 백사장 역 '황정민' (다음 발췌)
살인 청부업자 오무성역 '이기영' (다음 발췌)
강사장의 또 다른 부하 문선역 '김뢰하' (다음 발췌)

  오히려 선우와 라이벌 관계로 나오는 백사장 역의 '황정민'이 특별출연으로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인상을 남겼다. 마치 어디서 진짜로 껄렁거리는 깡패를 데려다 놓은 마냥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이때만 해도 그리 지명도가 있는 배우가 아니었기에 관심을 받는 정도로 그쳤지만 명배우의 자질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당대 최고 배우인 이병헌과의 대결장면에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또한 강사장의 사주를 받고 선우를 죽이려는 킬러인 '오무성' 역의 '이기영'은 기존의 킬러들과는 다르게 매우 평범한 인상을 가진 킬러로 등장하는데 생각해보면 킬러라고 '특별하게' 생기면 안되는 게 맞는것 같다. 아무도 모르게 접근해서 아무도 모르게 상대를 제거하는게 '킬러'의 주된 임무일텐데 너무 도드라지는 외모나 '특별함'은 킬러라는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는게 맞는것 같다.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감독의 섬세함에 감탄할 따름이다. 강사장의 또 다른 심복 문석 역의 '김뢰하'의 연기는 두 주연 배우들 못지 않다. 연극으로 다져진 기본기는 영화연기를 함에 있어서 매우 플러스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강사장에게 붙잡힌 선우 (다음 발췌)

  영화의 결말은 선우도 강사장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만 서로의 오해는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끝을 맺는다. 작은 오해들이 불러 온 엄청난 결말은 영화의 아쉬움으로 남기는 하지만 결국 인간사도 작은 오해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일이기에 매우 현실적인 결말이라고 하겠다. 매우 단순한 스토리를 화려한 미장센과 액션장면으로 채워 넣은 말그대로 스타일리쉬한 액션영화이다. 김지운 감독은 지금까지도 작은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미장센의 끝을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세감독.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은 서로 비슷하지만, 또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 모두 미장센을 중시하는 스타일리쉬한 감독으로 진화중이라는 사실은 영화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후의 영화에서도 일관되게 보여주는 미장센을 중시하는 영화풍은 김지운 감독을 특징 지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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