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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아련한기억이남은.집으로(2002)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재개봉 포스터 (다음 발췌)

  누구에게나 '외할머니'의 존재는 비슷한 이미지일 것 같다. 엄마의 엄마로써, 친할머니가 주는 느낌보다는 뭔가 '조금 더' 헌신적이고 '조금 더' 희생적인 그러한 느낌이 있다. 나만의 느낌일지는 몰라도... 영화 '집으로'는 그런 영화다. '조금 더'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그리고 시골내음이 가득한 '향수(노스탤지아)'를 마구마구 자극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상우의 할머니와 비슷한 초가집에서 생활하셨던 실제 외할머니가 계셨었기에 상우의 입장이 더욱 친밀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그 결과가 400만이라는 관객을 모은 이유일게다.

치킨을 사달라고 하자 닭을 삶아주시는 할머니 (다음 발췌)

  영화 제작 당시에는 대중의 관심이 매우 적은 영화였다. 소재도 그렇고 유명배우가 출연을 한것도 아니니까. 개봉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으나, 관람한 관객의 입소문에 의해 4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역주행' 영화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의외로 '캐스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역배우였던 '유승호'를 제외하곤 모두가 촬영지 현지에서 캐스팅한 일반인들이었다. 특히나 외할머니역으로 출연하는 '김을분 할머니'는 촬영 당시 77세로 연기일지 생활일지 모를 자연스러움을 보여주셨다. 거기에 감독의 영리한 장치라면 장치일 대사가 필요없는 '언어장애를 가진' 외할머니란 설정이 연기에 도움을 주긴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힘은 '자연'이다. 두 주인공을 온통 둘러싼 자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외할머니 집'이 주는 편안함을 고스란히 꺼내 보여주었다.

요강을 사용하는 손자를 걱정스레 바라보시는 할머니 (다음 발췌)

  스토리라인은 꽤나 단순하다. 시골에서 혼자 사는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서울 사는 아이의 동거이야기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던 두 사람이 함께 지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다루었다. 상우는 서울에서 온 아이답게 온종일 게임기만 가지고 논다.  상우에게 '바깥 세상'이란 존재하지 않는 세상과도 같았다. 오로지 '집안'에서 게임을 하며 혼자 보내는게 상우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시골'이라는 공간이란게 서울에서처럼 '집안'에서만 생활이 가능한 곳이 아니다. 화장실만해도 '바깥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곳이 바로 시골이다. 시골생활은 상우를 바깥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바깥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할머니와 시장에도 가고, 소와 마주쳐 위험에도 처한다. 모두 서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렇게 상우는 자연스럽게 '바깥세상'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해 가는 아이가 된다. 많은 에피소드들과 함께. 그 에피소드들 이란게 너무나 소소하고 사실적인 것이어서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일이란게 이 영화의 흥행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바로 커다란 공감대 형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지...하면서.

유승호의 귀염뽀짝했던 얼굴 (다음 발췌)
이 어린나이에도 연기를 잘했던 유승호 (다음 발췌)
가슴찡했던 할머니와의 이별 장면 (다음 발췌)

  외할머니의 집에서 여러가지 사건을 겪고 난 영화의 후반부의 상우는 이제 남을 배려하는 아이가 된다. '집안'에서만 생활을 했더라면 결코 배우지 못할 '배려'와 '공존'이라는 생활의 기본 원칙을 배우고, 이를 실천하는 아이가 된다. 할머니를 위해 모든 바늘에 실을 꿰어 놓고, 글을 모르는 할머니를 위해 밤새 자신만의 엽서를 만들어 할머니에게 드린다. 비상시에 사용하라면서. 상우가 처음에 할머니에게 왔을때는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이다. 오로지 자신밖에 모르고, 개인적인 생활을 해 왔던 서울아이가 더불어 살아가는 진정한 삶을 시골에서 배우게 된 것이다. 할머니와 이별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엽서를 전하는 상우를 보면서 성장한 아이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는건 대중예술을 다루는 영화감독의 입장에서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겠지만 이를 보기 편안하고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든다는건 다른 얘기다. 그런 점에서 '미술관옆 동물원' 이후 두번째 연출작이었던 '집으로'를 연출했던 이정향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은 영화에 빛을 발한다. 영화 '집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네 컷의 만화로 실렸다고 하는데, 미래의 우리아이들은 어쩌면 느끼지 못 할 '향수'라는 개념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배려, 함께 공존하는 법을 알려 줄 수 있는 소중한 영화이며 아련한 기억으로 남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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