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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현재를즐겨라.죽은시인의사회(Dead Poets Society.1989)

by 꿈꾸는구름 2019.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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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재개봉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정작 영화가 개봉되었던 90년에는 보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중학교 3학년생이었으므로 매우 안타깝게도 정작 이 영화를 보아야 했을 그 시기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여건은 안되었었다. 더군다나 내가 원해서 영화를 보는 일은 그 당시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시도조차 해보지도 못했다. 그때는 그랬다. 사실 그때 이 영화를 봤어야했는데, 한참 사춘기였던 그 시절에. 그랬다면 지금의 삶이 다른 삶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아쉬움이 늘 이 영화를 떠올릴때면 생각난다. 교감 선생님 앞에서 과감히 책상위에 올라설 용기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잃어버린 매우 순종적이었던 고등학교 3학년 즈음에나 친구들과 비디오로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그때도 안타까워 했었다. 조금만 일찍 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래서 인생은 타이밍이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가 주인공인 '키팅 선생님'으로 출연을 하고, 고등학생 역할이 아주 걸맞은 풋풋함을 가진 젊은 배우들이었던 '로버트 숀 레오나드','에단호크', '조쉬 찰스','게일 헨슨' 등이 학생역으로 출연했다. 

 

미소가 기억에 많이 남는 배우 '로빈 윌리엄스' (다음 발췌)

 

  미국의 명문 웰튼 아카데미에 새 학기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영어 교사로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이 부임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명문고를 오기까지 각자 나름의 유년 생활을, 사회적 기준에 맞춘 '정해진'코스를 지나왔을 명문고 고등학생들에게 키팅 선생님은 파격적인 수업 방식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업내내 아이들에게 쏟아내는 키팅 선생님의 주문은 하나같이 이미 성립되어 있는 가치관에 신경쓰지 말고 각자의 개성과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라는 말을 한다. 특별한 삶을 살아가라고 'make your life extraodinary'을 주문한다. 매혹적인 동시에 다소 위험한 이 발언은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몹시 중요하므로 키팅 선생님은 그가 추구하는 특별한 삶에 대한 부연설명을 한다.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다.' 특별한 삶을 살아가되, 그 특별한 삶의 목적은 시와 아름다움, 낭만, 사랑같은 인간의 깊은 곳에서 끌어오르는 열정으로 가득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래서 남들과는 똑같이 정형화된 삶에서 벗어나 특별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특별함은 절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 특별함을 거창한 일탈로 착각하여 삶을 어지럽힐 뿐이라면 그저 어리석을 뿐이다.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라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는 키팅 선생님 (다음 발췌)

 

  첫 수업시간에 책상 위에 올라서며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라는 말을 하는 키팅 선생님의 모습은 그의 교육관을 정확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진솔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장면들은 키팅 선생님이 그저 학문을 전달하는 전달자의 역할만이 아닌 진정한 삶의 조언자로써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느는 학생들에게 무모할 정도로 특별하게 살아가라는 것을 주문하는게 아니다. 인간을 획일화하고 도구화시키는 비인간적인 시대정신에서 벗어나라는 것을 주문하는 동시에, 각자의 개성을 찾고 특별한 삶을 찾아가기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데,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을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효율성을 이유로 획일화와 몰개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것들은 지극히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들로, 그것들에 대한 이해 또는 선호는 객관적일 수 없고 측정불가하기 때문에 개인의 개성이 가장 잘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교실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으나, 모든 학생들이 키팅 선생님의 말에 마음을 움직인건 아니었다. 마음이 맞는 몇몇 친구들은 예전에 키팅선생님이 만들었다는 비밀서클 '죽은 시인의 사회' 를 결성하여 자신의 삶에 대한 각자의 고민을 나눈다.

 

학생들의 비밀모임 '죽은 시인의 사회' (다음 발췌)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명문교에 다니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학생들은 다른 삶을 동경한다는 아이러니가 이 영화의 핵심적인 갈등요소이다. 각자 가지고 있던 그 자신만의 고민들을 비밀모임에서 얘기하고 나눔으로써 그들은 고민을 자신만이 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안도감과 함께, 상대방의 아픔과 고민을 공유하며 이해하고 함께 아파한다. 그렇게 시를 읇으며 사색을 하며, 진실한 대화들을 나누며 교실안에서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나누고 공유하며 성장해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삶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열정'은 가장 아름다운 감정인 사랑을 의미하는 동시에 고통을 위미하기도 한다. 열정(passion)이라는 단어에 함축되어 있는 이 두가지의 상반된 의미는 꽤나 큰 시사점을 재공한다. 표면적으로 이 단어가 예고하는 것은 열정을 쫓는 일이 결코 순탄치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열정을 쫓다가 좌절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닐 페리(로버트 숀 레오나드)'가 있고, '찰리(게일 핸슨)'는 전통에 도전한다면서 퇴학의 위기에 처한다. '녹스(조쉬 찰스)'는 사랑을 쟁취하려다가 바보가 되기도 하고, '토드(에단 호크)'는 누구보다 용기를 내서 존 키딩에게 마지막 인사와 존경을 표하지만, 보란듯이 권위를 거스른 그의 미래는 어떨지 알 수 없다.  

 

주인공인 닐(로버트 숀 레오나드)과 토드(에단 호크) (다음 발췌)

 

  그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실패는 '닐'의 자살이다. 닐은 자신의 꿈이 결국엔 좌절될 것을 예감하고 마지막 연극 무대를 끝으로 자살을 결행한다. 그의 죽음이 비록 평온했다 하더라도 그의 죽음은 어색한 면이 있지만, 획일화된 교육, 낭만과 사랑 등 인간의 열정과 개성을 가볍게 여기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장치로서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닐의 죽음이 '카르페 디엠'의 결말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닐의 죽음은 다분히 극적인 죽음일뿐이고, 영화에서는 심지어 그런 죽음마저도 삶이 아닌 모든 것을 떨치고, 삶이 다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는 고상한 시 한편으로 숭고하고 비장하게 장식해 놓는다. 카르페 디엠은 어리숙하게 열정을 쫓기보다는 현명하게 오늘에 충실하되 언제나 열정이 가득한 삶 자체를 희망하면서, 삶이 다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게 바로 가장 중요한 '현재'이겠고. '지금' 일것이다. 

 

키팅 선생님에게 보내는 존경의 표시 (다음 발췌)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 가에 대한 답은 본질적으로 삶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생동감넘치는 삶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에서부터 질문을 해 보아야 한다. 우리 인간이 마지막까지 삶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삶이 있는 한 여전히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우리가 이 지루한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 또한 희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희망을 갖게 될 때, 생기가 넘치고 현실에 충실하며 삶에 생동감이 넘치고 기쁘게 맞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카르페 디엠'은 삶이 존재하는 이상,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게 분명하다. 영화속에는 시구절을 인용한 주옥 같은 명 대사들이 차고 넘친다. 그 대상이 미국의 젊은이든, 한국의 젊은 청춘들이든 미래의 삶에 대해 고민 하고 있을 소중한 우리의 미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다. 우리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함께 보고픈 영화이다.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을까? 대답은 한가지 네가 거기에 있다는 것. 생명과 존재가 있다는 것. 화려한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 여러분의 시는 어떤 것이 될까. -월트 휘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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