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는 아주 오래된 이슈입니다. 배터리 사업부문으로 분사해 상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고, 업계의 관심 또한 높았습니다. 최근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LG화학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에 등극하고,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분사설은 기정사실화 되었습니다.
16일 배터리 업계에 다르면 LG화학은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실적 악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분사 결정을 보류했으나 지난 2분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흑자를 달성하자 분위기가 반전되었습니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가 올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와 관련해 사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중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잠잠해졌었던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설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LG화학이 분사를 결정한 것은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급격히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시장에 맞는 생산규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신속하게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본부를 분사하는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긴급이사회의 승인을 받게 되면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 분사가 완료되고 이후 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배터리 사업을 최대한 육성하려면 LG화학 아래에 두고 그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온전한 경영권 지분을 유지하는 데도 [[물적분할]] 방식이 유리합니다. 다만 이는 [LG]나 [LG화학]의 주주입장에서는 썩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그룹내 최고 유망사업을 지주 밑이 아닌 자회사 아래에 묶어두면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인적분할의 경우 현재 사업에 대한 주주들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지만, 물적분할은 잘 나가는 사업부가 비상장 기업으로 독립한 후 유상증자나 조인트 벤처 설립 등을 진행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반발이 있는 것이 대체적입니다.
LG화학의 경우 막대한 개발자금을 투자한 전지사업부가 이제 막 수익을 내기 시작한 상황에서 물적 분할 될 경우 주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시각입니다. 한 개인 투자자가 청와대에 LG화학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린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입니다.
LG그룹의 입장에서는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 하는 것이 사업 육성에 가장 효율적입니다. 인적불할 방식으로 자회사로 거느리게 되면 그룹의 지배력이 33%로 줄어들게 됩니다. 예정한 증설 계획을 맞추려면 매년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지분이 희석되는 상장이나 재무적투자 카드는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나머지 67%의 주주들의 구성도 바뀔 가능성이 커 불확실성이 늘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 금리가 낮고 유망사업 투자수요도 많으니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무난히 이루어지겠으나 부채비율 급등은 감수해야 합니다.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LG그룹 입장에서는 전지 사업을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거느려야 그 지분을 활용해 투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조달한 자금도 온전히 전지사업 확장에 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거론된 외부 FI 유치나 IPO,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JV) 설립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은 모두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것이 전제였습니다. LG화학 주주들은 전지 사업 성장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게 됩니다. 그룹의 입장에서는 투자유치 후에도 안정적인 경영권 지분을 바탕으로 배터리 사업을 이끌 수 있습니다.
LG화학 자체만 보면 인적불할 시 배터리 사업이 옆으로 빠져나가 아쉬울 수 있습니다. 단 주력인 석유화학 사업은 건재하고, 아직 조명받지 못한 [바이오]사업이 제 2의 전지 사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LG화학은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모태격 회사인 LG생명과학을 2017년 다시 흡수합병한 바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25% 성장 중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388억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6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전기차시장의 성장세 및 수주잔액을 고려했을때 매년 30%이상씩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매출은 올해 9조원에서 내년 16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2024년에는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목표치도 제시한바 있습니다.
이 같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24.6%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은 각각 23.4%와 20.4% 점유율로 2,3위에 올랐습니다. CATL과 파나소닉 등 LG화학을 뒤쫓는 추격자들은 공장 증설, 사업확대 등 선두 탈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LG화학 역시 오래 말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간 100GWh로 늘리고, 오는 2022년에는 두 배가 넘는 220GWh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설비 증설에 올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LG화학이 투자 금액 중 상당부분을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분야에서 남긴 이윤에 의존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기존 방식으로는 향후 계획된 투자를 집행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것도 분사를 결정한 배경으로 꼽힙니다. LG화학은 상반기 41만대 전기차가 판매되며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으로 부상한 유럽에서 생산량 기준 70%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유럽 전기차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LG화학이 CATL을 넘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으로 등극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럽은 유럽연합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프랑스, 독일 등 각국이 앞다투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LG화학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그렇다고 LG화학이 중국시장에서 속수무책인것도 아닙니다. 외신에 의하면 LG화학은 중국 난징공장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해 테슬라의 [모델3]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모델3]는 지난달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11.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판매 1위에 오른 모델입니다. 브랜드별로는 지난달 상하이GM이 1만 8000대, BYD가 1만 4000대, 테슬라가 1만 2000대의 전기차를 판매 했습니다. 지난달 들어 중국 전기차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41% 상승한 10만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유럽시장과 반등한 중국시장 모두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영위하는 데 힘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도 LG화학이 분사를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은 다른 업체에 비해 한 발 더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양국재에 니켈 함량을 끌어올린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현재 LG화학은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배터리 물량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배터리 공급이 수요를 다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LG화학입장에서는 생산능력을 제때 키우지 못하면 경쟁사에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마저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LG화학의 위기감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LG화학은 전지사업부 분할과 IPO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의 적자, 그리고 코로나19 장기화 등이 장애물로 작용하면서 결정을 미루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올 2분기 배터리 흑자 전환등에 힘입어 다시 공격적으로 분사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LG화학은 2016년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시작으로 한국, 미국, 중국 등에 생산법인을 확보하고 잇고, 추가적으로 미국 GM과의 합작법인, 중국 지리차와의 합작법인 등도 예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LG화학은 시장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향후에도 해외 생산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향후 IPO 자금 등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고체/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점 등에 있어서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무인기에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해 비행 테스트에 성공한 LG화학은 2025년을 기점으로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어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R&D 자금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업체들간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이 치령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LG화학의 향후 R&D 투자 규모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성장세를 놓고 본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을 통한 자금 확보로 생산라인을 늘려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바른 판단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미 LG화학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인데,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으로는 물적분할이 이루어질 경우 주가하락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대 의견으로 실제 기업가치가 너무 저평가 되어있었기에 기업을 재평가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평가는 전지사업부의 지분율 희석에 따라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가장 정확해 보입니다. 17일 열리게 될 긴급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 될 LG화학의 [전지사업부] 분할은 유의깊에 살펴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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