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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봉오동엔뭐가있었을까.봉오동전투(戰鬪, The Battle: Roar to Victory.2019)

by 꿈꾸는구름 2019.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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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제작되는 영화는 소재의 확실성이란 장점이 있지만, 역사를 사실적으로 구성해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과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결말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오히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는 이야기의 중간에 들어가야 할 연결고리를 역사의 흐름에 부합되면서 문맥상 튀지 않도록 잘 다듬어 이어가야 한다. 그러한 부분에서"만" 볼 때, '봉오동 전투'는 실제로 있었던 아픈 역사를 2시간 내내 지켜보고 있어야 할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역사적 사실과 지어낸 신파를 '적당히' 버무려 내었다. 사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화면으로 본다는 일은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보다 역사를 영화화하는 것이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일이긴 하다. 게다가 일제 침략이라는 우리의 가까운 역사를 우리 민족의 공공의 적인 '일본'을 상대로 다루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제작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요즘의 '반일' 분위기에서는 더더욱 조심해야 할 부분이고. 다른 부분을 논하기 전에 이 부분만 본다면 '봉오동 전투'는 모든 게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보이는 다행스러운 영화였고, 스토리 전개상의 감정의 오르내림 또한 관객과 배우가 하나로 이입될 수 있었다. 

봉오동 전투에 나선 독립군들 (다음 발췌)

  영화 속 유해진은 자신이 겪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얼굴에 새긴 인물로 등장한다. 마적 떼에서 독립군이 된 그 패거리들은 도적질은 하지 않고 배를 곯으면서도 독립군들을 돕는 일을 한다. 중간중간 보이는 조우진과의 케미는 없어도 될만한 코믹이었는데, 솔직히 왜 그런 장면 들을 넣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웃음을 바라는 관객들이 있을까 싶은데 굳이 코믹 요소를 중간중간에 넣은 의도를 잘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독립군들의 장엄하고 장렬한 분위기를 가져갔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여러 가지 관객들의 감정을 바란 감독의 의도가 조금 안타까웠다. 이러한 영화에 필수요소인 '신파'장면을 보더라도 우리는 직접 보고 듣고 겪지는 못했지만 많은 학습을 통해 알고 있을 법한 사실을 눈으로 보여줌으로써 감정을 끌어올린다. 그래, 물론 필요한 부분이다. 최후의 봉오동 전투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는 일본군에 최대한 반감정을 가지고 있어야겠지. 하지만 감독의 연출이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일본군으로부터 도망가다 잡혀서 목이 잘리고, 아이를 가진 임산부가 일본군에 의해 겁탈당하고, 눈을 가린 채 수십 발의 총알을 맞는 농민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간단히 해결하려고 했다. 이전에 일제 치하를 다룬 많은 영화들에서 보아왔던 장면이기에 전혀 새롭게 느껴질 게 없었다. 그저 '또 이런 장면 들이군...' 정도의 느낌이랄까. 물론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사실들을 폄하하거나 지나쳤다고 질책을 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일본군들의 만행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장면들을 수없이 봐왔을 관객들에게 새로운 방법으로 분노를 채워줄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감독이 얼마나 고심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많이 남아서 매우 아쉬웠다. 

황해철 역(유해진) (다음 발췌)

  배우들의 열연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훌륭하다. 이 영화가 만약에 흥행으로라도 성공을 한다면 모두 배우들의 덕분일 것이다. 코믹, 액션, 연기 모두를 보여준 유해진을 비롯해 내내 진지함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잡아 준 류준열, 생뚱맞은 코믹이 아쉬웠지만 유해진의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한 조우진. 그리고 목소리를 듣자마자 '최민식!!!'이라고 속으로 전율했던 홍범도 장군역의 최민식. 일본 내에서 반역자 소리를 들으면서도 잔인한 일본군 역할을 해 낸 두 일본 배우,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도 박수받을 만하다. 촬영지인 강원동 동강 일대 산속을 열심히 뛰어다닌 배우들과 조연들, 엑스트라까지 배우들의 고생스러운 촬영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안쓰러웠지만 역사 속에서 이루어졌을 일들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더 먹먹했다.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류준열) (다음 발췌)

  모두가 저마다 가슴 한구석에 씻지 못하는 개인적인 아픔을 안고서 독립군이 되었겠지만, 개인적인 감정들이 '독립군'이라는 다수의 무리가 되었을 때, 생겼을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되었을 것이다. 나홀로 느끼는 감정이 아닌 걸 알게 되었을 때 느꼈을 그 '반일감정'은, 내 곁에 있는 동료도 함께 가지고 있음을 그리고 함께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투지는 더욱 커지게 되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가지게 된 생각은 '누구나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저 상황에서라면?'이라는 의문 아닌 의문이었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모두'는 물론 아니었겠지만 '다수'가 그러했을 것이고, 그래서 역사는 지금처럼 이렇게 된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믿음과 신념은 누가 심어 줄 수 없는 것이고, 말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닐 것이다. 독립군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이 핍박당하고,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분노가 치미는 걸 보면 영화 속 유해진의 대사처럼 ' 어제의 농사꾼이 오늘의 독립군이 되는..' 일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영화의 두 주인공 유해진과 류준열 (다음 발췌)

  역사적으로 볼 때 봉오동 전투는 일본군을 한 최초의 독립군의 승리였고, 이어질 청산리 대첩의 전초전이었다. 그 봉오동을 향해 목숨을 던지며 일본군을 이끌고 들어간 독립군들은 봉오동에 무엇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곳에 무엇을 믿고 있었던 걸까? 아마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지만 위대한 일들을 해 내었을 때, 나라의 자주독립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믿음만이 있었을 것이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그렇지 않고서야 목숨을 던지고 총알을 피하며 그 산속을 뛰어다닐 수는 없었을 테니까.  

봉오동 자락에서 일본군에 맞서는 독립군들 (다음 발췌)

  봉오동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어벤저스 어셈블' 정도의 짜릿함은 아니었지만, 봉오동 자락을 포위해 일본군들을 섬멸하는 독립군들을 보며 작은 쾌감을 느낄 정도는 되었다. 이 장면만을 보기 위해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실망을 했겠지만 이 장면이 나오리라고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 장면 이전까지가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이 꼭짓점에서 카타르시스를 터트려야 했는데 그러기엔 제작비가 부족했나 보다. '와~' 할 정도의 장면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 아, 그래...'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봐야 했다. 봉오동 전투라는 역사적인 소재와 열연을 펼친 배우들을 생각하면 좋은 결말이 나길 바라지만, 영화적으로 많은 부분이 실망적인 게 사실이고, 감독의 연출력을 볼 때 아쉬운 부분이 다수 보인다. '국뽕'이라는 말로 모두 덮어 버리고는 싶지만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적자면, - 역사적인 사실을 다루는 영화라면, 특히나 일제 강점기와 같은 '아픈' 역사를 다루는 영화라면 관객들의 감정선을 하나로만 가져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어설픈 코믹은 반감만 생긴다. - 관객들이 배우들과 감정선을 이야기의 흐름과 함께 하나로 맞추어 나가야 하는데, '왜?'라는 질문이 생기기 시작하면, 영화에 대한 집중도가 심각하게 하락한다. 등장인물도 그렇다. 갑자기 나온 그 여자 배우는 누구지? 왜 쓸데없이 분량이 많고 맥락을 끊는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다. 역사를 잊으면 안 되니까.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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