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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GOODBYE.로건(LOGAN.2017)

by 꿈꾸는구름 2019.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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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울버린과 프로페서 X(다음 발췌)

  엑스맨 시리즈를 모두 즐겨 본 나로서는 '마블'의 세계관을 사랑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곤 했다. 그중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는 다른 영웅들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스파이더맨', '슈퍼맨', '배트맨'은 시리즈마다 여러 배우가 돌아가며 연기를 했다. 하지만 '울버린'만큼은 휴 잭맨이 첫선을 보인 2000년부터 17년 동안 홀로 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리고 그를 제외한 다른 울버린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이미지는 곧 울버린 자체가 되었다. 휴 잭맨의 입장에서는 캐릭터로서 큰 사랑을 받는 게 영광이겠으나, 여러 가지 이미지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 같기도 했을 것이다. 그의 진심이 어떤지는 알수가 없지만 2000년부터 시작된 울버린의 역사는 어쨌건 17년이 지난 후 '로건'이라는 마지막 작품으로 막을 내렸다.

너무나 늙어버린 울버린 '로건' (다음 발췌)

  울버린의 마지막 이야기인 '로건'은 '울버린'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로건'이라는 본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만큼 이 영화는 영웅으로서 그가 아닌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울버린은 엑스맨 내에서도 가장 난폭한, 제어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내면은 따뜻함으로 가득찬 사내이다. 친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찔러 죽인 그에게 자비에 교수는 아버지 같은 존재다. 그는 자비에 아래에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동료와 형제를 보살피는 법을 배운다. 애정이라고는 없이 자란, 마음 한가운데가 고장이난 그가 사랑을 배우고 그들을 위해 절제하고 싸우는 법을 배워 온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았던 그도 늙는다. 상처를 입어도 당장 회복되는 능력을 갖췄지만, 이제 회복력도 더뎌지고 고통은 점점 몸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한편 자비에 교수는 치매에 걸려 멕시코 국경 인근의 거대한 철제 공간 안에 갇혀있다. 미 국방부가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한 그의 뇌는 제어력을 상실한 채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을 헤친다. 25년 동안 돌연변이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세상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돌연변이 세대의 마지막임을 직감하면서 힘없이 늙어가고 있다. 

울버린의 유전자를 가진 X-23 (다음 발췌)

  자비에 교수와 함께 바다로 나갈 배를 마련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 가는 '로건' 앞에 한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자신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자신의 삶과 똑 닮은 삶을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로라 X-23을 만난다. 그녀를 만든 거대기업은 그녀를 뒤쫓고 로건은 로라를 남아있는 다른 돌연변이 아이들이 지내고 있다는 거처로 데려다 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긴 여정을 함께 한다. 가까스로 거대기업의 군대의 포위망을 뚫은 로건은 소녀를 보호하고 있던 여성이 가지고 있던 휴대폰의 동영상을 보게 되는데, 그 동영상에는 거대 기업이 군대를 만들기 위해 어린아이를 상대로 돌연변이 유전자를 주입하고 억지로 폭력적 성향을 이끌어 내는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보다 못한 간호사들은 아이들을 탈출시켰고, 탈출에 성공한 아이들은 국경 너머 캐나다에 모여 있다고 말한다. 거대 기업이 그들의 뒤를 쫓는 가운데, 마지막 희망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여정을 함께하는 로건과 로라 (다음 발췌)

  '로건'은 다른 히어로물과는 확실히 다른 영화이다. 히어로물이라기 보단 드라마가 강한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나 영웅으로 불리던 캐릭터의 나약함을 전면에 내세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방식은 새롭다 못해 낯설다. 보통 히어로물은 인간적인 상처를 딛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구하고 정의에 봉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된다. 하지만 '로건'은 매우 다르다. 우리의 울버린은 더 이상 무적이 아니었다. 총알 하나가 그의 몸에 박힐 때마다, 날카로운 자상이 몸에 새겨질 때마다, 로건은 고통에 겨워 신음을 한다. 이미 희망도 잃고 알코올로 범벅이 되어 하루하루 연명하던 로건이 어느새 사력을 다해 싸워 나간다. 로건은 그런 자신을 발견한다. 완전하지 않은, 이제 사라져 가는 이들의 혈투는 너무도 간절하다.

울버린과 같은 무기인 '클로'를 가진 로라, X-23 (다음 발췌)

  극 중에서 울버린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소녀로 등장하는 '로라'라는 캐릭터 역시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여성과 아이는 보호받는 대상이지만 로라는 달랐다.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뒤를 쫓는 사람들의 목을 자르고, 머리를 떼내는 로라의 모습은 매우 낯선 캐릭터이다. 때로는 지쳐 있는 로건을 대신해 트럭을 몰기도 하고, 위태롭게 어른의 책임을 다하려는 로건을 다독이기도 한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서, 혹은 유전자 조작에 의해 공격적인 성향을 타고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사회성은 매우 결여된 모습을 다소 보이긴 해도, 외형은 어린아이지만 내면은 매우 성숙한 여성으로 보였다. '로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엑스맨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작업인지는 모르겠지만.

늙어도 울버린의 그 눈빛은 변함이 없다. (다음 발췌)

  영화 중간에 로건, 로라, 자비에 교수가 평범한 한 농가에서 하룻밤 머물게 된다. 고즈넉한 교외의 숲 속에 있는 집에서 이들은 따뜻한 저녁 식사를 대접받는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식탁에서 자비에 교수는 로건에게 말한다. ' 이게 바로 삶의 모습일쎄.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 집. 잠깐 숨을 가다듬고 한번 느껴봐. 자네에게도 아직 시간이 있어' 그 말을 듣던 로건의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아마 그런 건 그의 운명에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능력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불안감을 평생 안고 살아온 그이기에 그런 평범한 삶은 그저 사치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위해 싸워야 했던 그는, 마지막에는 다른 이들을 위해 싸우다가 숨을 거둔다. 아무래도 사랑이나 소소한 행복과는 먼 삶이었다. 죽어가는 순간에 로라는 그를 어루만지며 말한다. '아빠' 그는 눈을 감기 전 말한다. '이런 기분이었군.' 고단했던 그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로건'은 분명 엑스맨이라는 타이틀을 빼고도 독립적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영화였음과 동시에, 한 시리즈가 가질 수 있는 완벽한 마무리였다고 볼 수 있다. 영원히 죽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의 죽음을 보며 나름 젊었던 17년 전의 나에게도 작별의 인사를 보냈다. 잘 가요. 울버린.

GOOD BYE 로건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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