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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낡았지만새로웠던.신세계(New World.2013)

by 꿈꾸는구름 2019.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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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강렬한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세 남자의 서로 달랐던 신세계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함축하자면 이렇다. 경찰이 중심이 되고 범죄조직에 경찰을 잠입시켜서 조직을 와해하려는 계획을 다룬 스토리는 이미 유명한 '무간도'라는 영화가 있었다.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간도의 '영향'을 받았다는 시인을 했다고 하니 두 영화 사이에 전혀 연관성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무간도'를 리메이크하여 '디파티드'라는 영화로 오스카 감독상도 받았으니 '무간도'가 영화사에 끼친 영향이 적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만큼 범죄조직에 경찰이 신분을 속이고 잠입한다는 소재가 참신하고 흥미로운 소재라 그런 것 같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500만 명에 가까운 흥행을 시켰으니, 평단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셈이다.

주인공 정청 역 황정민 (다음 발췌)

  영화 제목인 '신세계'는 경찰청 강과장 (최민식)이 기획하는 '프로젝트명'이다. 거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의 대표가 죽은 후, 그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내부 쟁탈전이 벌어지는데, 거기에 경찰들이 직접 개입해 '후계자'를 결정하려고 한다. 이자성(이정재)이라는 비밀경찰을 심어 놓은지 8년, 그리고 그의 형님이자 조직의 이인자 '정청(황정민)'의 오른팔인 그. 이들이 벌이는 조직싸움 속에서 이들이 그려내는 비정한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정청의 오른팔이자 경찰이라는 신분을 속이고 있는 이자성 (이정재) (다음 발췌)

  '부당거래''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박훈정 감독답게, 시나리오의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이 영화의 백미다. 일단, 각 캐릭터들의 이중성이 쉽게 갈피를 못잡게 한다. 경찰 강과장, 조직 이인자 정청, 그 사이에 끼어있는 비밀경찰 이자성. 처음에는 경찰은 선, 조폭은 악으로 구분되는 것 같지만, 인간은 누구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선이라 생각했던 이들의 비열하고 매몰찬 모습과 악이라 생각했던 이들로부터 의외의 모습이 보일 때, 극 중 인물들은 그 '악과 선의 경계선'이 흐려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부분들이 아마도 '신세계'가 가장 그리고자 했던 바가 아니었을까 싶다.

강과장과 정청의 만남 (다음 발췌)

  그런 이중적인 캐릭터들의 내면을 잘 표현하는 건 당연히 연기자들의 몫이다.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 박성웅 등 모두 베테랑 연기자답게 그 이 중성을 잘 그려내주었다. 선이라 생각했던 인물로부터 비열함과 배신감, 절대악이라 생각했던 이로부터의 의외의 모습,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그 감정을 전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초반부에 가장 소름 끼쳤던 건, 영화 배트맨의 '조커'의 느낌이 나는 연기를 보여준 박성웅이었고, 역시나 살아있는 연기와 캐릭터 구축은 황정민이 탁월했다. 황정민은 캐릭터 구축에 자신의 의견을 많이 내었다고 한다. 그리고,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 각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그 내면의 고통과 이중성을 드러내야 했다.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정청'과 '이자성' (다음 발췌)

  최민식은 절대선만이 아님을 드러내는,  이 모든 계획의 수장으로서 마치 부하마저도 '말판의 말'처럼 부리는 비열함까지 보여주었고, 이정재는 8년간 비밀경찰로써 조직의 안에서 불안감에 괴로워하고 정체성에 고뇌를 한다. 자기 자신도 아니고 그 누구의 이중 말처럼 살아온 그가 짝퉁이라도 진짜 명품 짝퉁 인생을 살고자 했던 게 이해가 갔다. 황정민은 항상 정겹고 능글거리는 겉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의 배신자를 처단할 때에는 잔혹감도 보여주고 있어 역시나 그의 내면에는 '악'도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성웅은 이 영화의 새로운 발견이었고, 개인적으로 송지효의 저음의 목소리와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의 심리묘사를 다룬 이미지들도 굉장히 많다. 촬영은 정정훈 감독 (다음 발췌)

  세 남자가 가고 싶었던 '신세계'는 모두 달랐다. 각자의 입장도 달랐고, 그 누구도 서로를 이해해 주지 않았던 비정의 세계에 몸을 이미 담근 터였다. 그 안에서 지시하는 사람도, 흔들리는 사람도, 절대적으로 믿어주었던 사람도 모두 앞날을 예측 못했다. 그 안에서 '믿음'은 유일한 희망처럼 보였지만, 그것마저도 한낱 실낱 같았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선과 악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믿고 따라야 할 것인가. 유약할 것인가, 강인해질 것인가. 다분히 영화사의 이름(사나이 픽쳐스)처럼 '사나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남성적인 색깔이 강하고, 조직폭력배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폭력 성도 다소 있다. 호불호의 취향이 갈리는 게 당연한 것이고, 조폭과 경찰이라는 매우 진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배우들의 명연기, 영화의 끝까지 쉽게 갈피를 못 잡게 하는 시나리오 등으로, 영화의 결말까지 보고 나면 그들의 싸움만이 말하고자 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선과 악의 경계가 흐릿해져 가는 이 세상에서, 이 남자들이 살아남는 법이다. 구조도 형식도 매우 낡은 듯한 모습이지만 그래서 또 새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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