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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왜부산이었을까.부산행(TRAIN TO BUSAN.2016)

by 꿈꾸는구름 2019.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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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우리나라에서 '좀비'라는 소재는 그리 많이 쓰이지 않은 소재였다. 특히나 제작비용이 많이 드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좀비가 외국에서 만들어진 캐릭터이고 이미 많은 영화에서 소재로 채용되었기 때문에 굳이 우리나라에서까지 만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외국산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우리나라에 좀비가 나타난다는 사실에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저예산 영화나 재기발랄한 독립영화에서 간혹 사용되는 소재였을 뿐이다. '부산행'이 제작된다고 했을때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재에 대해 궁금해하는 호기심이 생겼을 것이다. 과연 한국인의 정서에 이 외국산 캐릭터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주입시킬 수 있을까? 연출자인 연상호 감독은 특유의 날카롭고 비판적인 사회시각과 낯 뜨거운 한국의 자화상을 자연스럽게 좀비물에 녹여서 한국 관람객들이 영화를 보았을때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했다. 이러한 결과 흥행의 척도인 천만관객을 돌파하는 영화가 되었으며, 후속편의 제작도 가능하게 하였다.

부산행 열차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린 '심은경' (다음 발췌)

  '부산행'은 '서울역'이라는 프리퀄 애니메이션이 존재한다. 영화의 도입부에 기차안으로기차 안으로 들어오는 감염된 소녀가 어떻게 감염되어 기차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인데, 이 영화의 바로 직전 이야기를 다룬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서울역'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부산행'을 관람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더 상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찾아 볼 만하다. 그리고 감염된 소녀를 연기한 배우는 바로 '심은경'이다. '서울역'에서 감염된 소녀의 목소리 연기를 한 인연으로 특별 출연하게 되었다고 한다. 짧았지만 매우 강렬하게 등장했던 첫 좀비가 기억에 많이 남았던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주인공 석우역 '공유'와 수안역 '김수안 (다음 발췌)

  부산행에는 여러 인간관계가 등장한다. 경제적으로는 여유롭지만 일에 바빠서 가족들과 잘 지내지는 못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가 서운한 딸. 굉장히 터프하게 생겼지만 아내에게는 세상 자상한 남편과 누구보다 씩씩하고 현명한 만삭인 아내.또래의 선망의 대상인 어여쁜 소녀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소년. 항상 퍼주기만 하는 언니 할머니와 그런 언니가 불만이면서도 가슴 한편에 고마움을 간직한 동생 할머니. 전 세대를 아우를수 있는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관객의 공감 폭을 최대한 넓혔다. 편협하지 않은 인간관계 구성으로 공감폭을 넖힌건 감독의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들과 대립되는 인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가득한 인물 (용석 역 김의성)과 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많은 대중들. 개개인의 성향은 어떨지는 몰라도 개인이 대중이 되는 순간 판단력은 흐려진다.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법칙'이 얼마나 위험하고 편협되게 치우쳐 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아내에겐 부드러운 상화 (마동석)과 그의 아내 성경 (정유미) (다음 발췌) 

  이러한 부분들이 현재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점들을 아프게 건드리는 부분이다. NYMBI(Not In My BackYard)로 비견되는 이기주의적인 성향들이 대중이 되었을 때 어떻게 분출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의견들이 과연 정당하게 작용이 되고 옳은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들을 가지게 한다. 오락성이 다분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이러한 요소를 과감히 도입한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보낼만 하다. 관객은 그러한 장면이 나올 때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또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 시작 부분에 대해서도 제약 회사의 무단 오염수 방출로 야기된다는 설정은 비단 멀리 있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무단 방출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비일비재한 사회적 문제이다.

연기 논란이 있었던 진희역 (안소희) (다음 발췌)

  여러 사회문제들을 요소요소 집어내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부성애', '모성애', '부부애', '형제애', '우정', 등 지구의 인류학적 역사를 통해 사회를 지키고 유지해 왔던 기본적인 요소들을 강조한다.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요소들이기에 관객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다. 조금은 과한 장면 연출이 오히려 반감을 조장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리고 가져야 할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들을 강조하고 되새기게 하는 연출이었다. 또 '부산행'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특히나 주연배우들이나 조연들을 제외한 '좀비떼'들의 연기가 말 그대로 압권이었다.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엑스트라들의 열연은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서 영화의 공포감을 조성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우들의 움직임을 위한 '움직임 연출자'를 따로 두었다고 했는데, 좀비가 영화에서나 보던 캐릭터이기에 실제로 움직임이 어떨지를 연구해서 연기자들에게 직접 지도를 한 부분은 효과가 있었음을 증명했다.

영화를 이끄는 세 인물 (다음 발췌)

  자, 그럼 왜 부산이었을까? '부산행'으로 제목을 지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주인공들이 탄 기차가 부산으로 간다는 단순한 의미가 담긴 것 같지는 않고, 좀비 바이러스의 전염이 북쪽에서 시작을 했기에 그 종착지가 남쪽의 최남단 대도시인 부산이 마지막 보루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6.25 전쟁에서도 북한의 남침에 의해 남으로 남으로 전선이 밀리다가 끝내는 부산지역만을 남기고 전 국토를 북한군과 중공군에게 빼앗긴 아픈 기억이 있기에 자연스레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이 된 건지... 우리에게 '부산'이라는 지역은 최후의 보루, 마지노선, 같은 인상이 남모르게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따스한 감성을 더해 보자면 '따뜻한 남쪽나라' 같은 포근한 이미지랄지, 무언가 안도가 느껴지는 지역적 느낌도 있는 게 사실이다. 너무 도가 지나친 이미지 일지는 몰라도...

나이답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김수안 (다음 발췌)

  부산의 이미지를 어떻게 구상했는지는 감독이 밝히질 않아서 그 의도를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지만, 그간의 이미지로 대강 유추해 보자면 대략 그 정도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긴 부산행이던, 대구행이던, 광주행이던... 발생지인 북쪽의 경기도(라 예상되는데)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남쪽의 어느 도시였으면 되었을 거라 생각이 된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남쪽의 이미지가 구원 내지는 안식처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내재되어 있는 남한 사람들이니, 남쪽의 어디가 되었든 간에 그곳이 바로 구원처라고 생각을 하게 된 것 일게다.

우려했던것 보다 부성애를 잘 표현한 공유 (다음 발췌)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좋았다고 하겠다. 유부남에 아이 아빠 역할을 처음 하게 된 '공유'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자연스레 부성애를 표현했으며, 공유의 딸로 등장하는 '김수안' 역시 나이에 맞지 않게 감정의 표현을 매우 사실적으로 해내었으며, 주로 액션 연기를 선보였던 '마동석'은 그가 죽는 마지막 장면에서 훌륭한 내면연기를 펼쳐 관객의 감정을 건드렸다. 좀비와는 다른 의미의 악역을 하게 된 '김의성'은 비열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면모를 끝까지 보여주는 연기로 관객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으며, 자신도 보호받아야 할 만삭의 산모이지만 어린 '수안'을 지켜내는 모성애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준 '정유미'의 연기도 튀지 않는 선에서 매끄럽게 보여주었다. 연기 논란이 있었던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안소희'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논란이 될 정도였나 모르겠는데, 그저 신인 여배우로 연기를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성장해가는 신인 여배우 말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면 '신인'이라는 말이 붙을 리가 없지 않을까. 좀 관대했으면 한다. 요즘은 주가를 높이고 있는 신인 '최우식'의 연기도 공유, 마동석의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톤을 같이하는수준의 연기를 보여 줌으로써 될성부른 떡잎을 보게 해 주었다.

부산행의 속편 '반도'의 이미지 컷 ((주) NEW 제공)

  흥행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소재, 이야기의 구성, 뛰어난 연출력, 배우들의 명연기, 미술과 촬영 등 '부산행'은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적절히 결합되어 탄생한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요소들의 균형이 좋은 영화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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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행'의 속편으로 '반도'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이미지 컷이 공개되었다. '반도'에는 강동원, 이정현, 이레,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등의 배우들이 출연을 하며, 감독은 연상호 감독이 그대로 맡는다. '부산행' 이후 4년 뒤 이야기를 다룬다고 한다. 더 커진 스케일과 세계관, 좀비들로 얼룩진 반도에 발을 들이게 되는 주인공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개인적으로는 '에일리언 2'와 같은 통쾌한 복수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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