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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사랑에집중하면된다.조제,호랑이그리고물고기들(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

by 꿈꾸는구름 2019.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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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영화의 연출자인 '이누도 잇신' 감독은 40페이지도 안되는 소설로 영화를 만들었다.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소설이 짧긴하지만 더 정교하고 의미있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어 가슴에 더 와 닿는다고 한다. 하지만 연출자로서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알았기에 나같은 사람들은 영화에 더 매력을 느낀다.특히나 두 주연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의 사랑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노라면 '소설이 더 나아'라는 말은 손쉽게 흘려들을 수 있다. 

츠네오, 조제의 할머니, 그리고 유모차를 탄 조제 (다음 발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훤칠하고 훈남인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자발적인 바람둥이는 아니지만 사랑에 대해 책임감이나 진지함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그저 여자와 잠자리를 갖는 인기남이다. 우연찮게 동네에서 괴담으로 퍼지고 있는 유모차 할머니의 정체를 알게 되고 유모차에 탑승(?) 해야만 세상과 조우하는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 대면하게 된다. 어쩌면 조제의 음식 솜씨와 직면하는 것일지도. 높은 의자에서 다이빙을 해대는 조제의 모습과 뛰어난 음식 솜씨의 반전은 당연 츠네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사회복지의 길을 걷고자 하는 마음 착한 카나에(우에노 주리)의 조제에 대한 질투는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담는다.

츠네오와 조제 (다음 발췌)

  심해 속 어둠에 갇혀 있는 조제는 어쩌면 평생 보지 못했을 호랑이를 츠네오를 통해 보았고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카나에는 남자친구를 빼앗은 조제의 뺨따귀를 날리고 결국 인간적 죄책감에 일상이 엉망이 된다. 반면 조제를 늘 업어야 하는 츠네오는 "지쳤냐?"라는 동생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결국 조제를 떠나며 서럽게 눈물을 쏟아 낸다.
결국 우리 모두는 물고기들이다. 스스로든 타인이든 간에 만들어 낸 어떤 틀이나 제한으로 아주 깊은 심해에 갇혀 있는 것처럼. 그게 장애든 취업이든 꿈이든 그리고 죄책감이든. 그 제한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힘껏 물질을 해야 하는 물고기들.

츠네오역 츠마부키 사토시 (다음 발췌)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조제가 벽장의 좁은 이불칸에서 대부분의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던 삶에서 '사랑'인 츠네오를 만나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부러우면 너도 다리를 잘라!"라고 사랑에 당당한 조제의 뺨따귀를 날리고 돌아섰던 카네네는 자신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한 삶에 대한 성찰이었을수도 있다. 또 다르지만 삶에 당당한 조제에게 밖으로 나가는 법을 알려주려 한 츠네오는 손을 잡을 수는 있지만 책임을 진다는 건 좀 더 다른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조제가 장애인이면서 삶에 당당한 이유가 아니라 조제가 전동 휠체어를 달리며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장애가 특별한 게 아니라 사랑이 특별한 이유다.

사랑스러운 조제 역 '이케와키 치즈루' (다음 발췌)

  영화에서 조제의 다이빙이나 방바닥을 질질 끌며 움직여야 할만큼 흐느적거리는 다리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랑에 "원하면 해도 돼"라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쓸모없는 불구의 몸을 가진 녀석"이라며 사람들로부터 조제를 숨겨야 하는 할머니의 시선에서 바라봐야만 하는 장애가 아니라 자신이 잘하는 것 혹은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한 인정이며 삶에 대한 태도다. "당연히 내가 했으니 맛있지!"라며 꼴랑 계란말이 하나에 자신감을 묻히는 조제에게 어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쨌거나 조제의 장애가 조제의 사랑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폄하에 가까운 카나에의 분노 앞에서도 조제는 "억울하면 네 다리를 자르지!"라며 쿨함을 보일 수 있던 것은 어쩌면 그동안 자신이 갖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욕구였을지도 모른다.

일탈을 꿈꾸는 츠네오와 조제 (다음 발췌)

  남녀가 사랑하고 이별을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헤어지지 않고 미래를 함께하는 것이 좋겠지만 때로는 여러 가지 맞지 않는 남녀가 책임감만으로 함께한다는 건 더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으므로 헤어지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이런 면에서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 역시 이별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둘의 사랑을 "장애인을 데리고 논" 것으로 폄하하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싶다. 사랑에 특별한 미사여구를 넣을 필요 없는 것처럼 장애에도 특별한 미사여구를 넣지 않았으면 싶다. 아마 과거에는 보고 난 후 츠네오가 조제에게 도망치는 것을 보며 분개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냥 조금은 슬프지만 참 많이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전혀 어둡지 않은 커플 (네이버 발췌)

  우리가 살면서 택하는 모든 아름다운 결심들에는 항상 어둠이 있다는 것을 잊곤 한다. 그리고 언젠가 잃어버린 것들을 발견하고 후회 또는 아쉬워할 때 혼란스러워 진다. 조제는 츠네오의 손을 잡은 것이 언젠가 현실이라는 괴물로부터 이끌려 원래 자리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것, 외로워 질 것이라는 염려가 있었으나 과감히 앞으로 나아갔다. 끝내 함께 할 수 없는 결말이어도, 그 요리하는 무표정 속에서도 그녀는 그 때를 후회하고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러고 싶지는 않다. 어떤 식으로든 사랑 자체는 여전히 아름답고 몸을 던져볼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조제는 살아갈 원동력을 다시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더이상 할머니도 츠네오도 없지만 잠시나마 그의 손을 잡고 바다를 헤엄쳤던 그 기억이 소중하게 간직되겠지.

너무나도 이쁜 연인들 (다음 발췌)

  갇힌 세상에서 책 속에 있는 평면의 정보만을 탐닉하던 그녀에게 해와 바람과 호랑이와 그리고 바다로 이끌어준 존재가 있었다. 그녀에게 더 이상 세상은 두렵지도, 위험하지도,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아닐 것이다. 그녀가 외우다시피 읽은 버려진 책들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읽으면서 삶을 배우고 정립한다. 내 것이 아니나 경험으로서 동감하고 풍부해진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신체적인 장애가 아니더라도 경험이나 마음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사랑을 향함에 있어 벽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태어날때부터 장애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의 그것들도 자신이 의도한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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