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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B급정서로쓸어담은오마주.킬빌(Kill Bill: Vol. 1.2003)

by 꿈꾸는구름 2019.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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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복수는 식혀서 먹어야 맛있는 음식과 같다(복수는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

Revenge Is A Dish Best Served Cold."

- 옛 클린건 속담(Old Klingon Proverb) -

  영화의 도입부에 나오는 자막은 이 영화의 방향성에 대해 미리 귀띔해주고 있다. 타의에 의한 천천히 행해지는 복수이지만 그 과정이 다소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개봉 당시 아주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린 영화이기도 하다. 혹자들은 역시 쿠앤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는 다르다 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혹자들은 너무 폭력적이고 허무 맹랑한 영화라고 혹평을 서슴지 않는다. 둘 다 맞는 평가이고, 이 영화를 어떠한 관점에서 봤느냐에 따라 엇갈리는 견해가 나올 수 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액션 영화인 것 같으면서도 대사를 음미해 보면 그 속에 담긴 상당히 복잡한 심리묘사를 알 수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누어 1,2로 개봉을 하였으며 순서에 맞게 영화를 보아야 이해가 더 쉽긴 하다.

학살을 준비중인 데들리 바이퍼 단원들 (다음 발췌)

  오마주는 프랑스어로 '존경'을 의미하는 단어로써, 일반적으로 타 작품의 핵심 요소나 방식을 흉내 내거나 인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존경이라는 의미답게 원작에 대한 존경심의 표출 그 자체가 목적이다. 때문에 완성도가 높은 공을 들인 작품에 쓰이는 오마주만이 표절이 아닌 오마주로써 인정을 받게 된다. 또환 오마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들도 제한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매우 유명한 클리셰나 명장면 등을 오마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마주를 많이 차용했으나, 작품의 수준이 저질스럽고 공을 들인 흔적도 없으며 최근의 영화들을 오마주한 영화 같은 경우는 오마주가 아닌 '표절'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오마주와 '표절'의 구별법이다. 그렇다면 오마주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킬빌'의 경우는 어떨까?

도쿄의 거물이 된 오렌 이시이(루시 리우) (다음 발췌)

  킬빌에는 아주 많은 오마주가 등장하는데 오마주가 들어가지 않은 장면을 찾는 게 더 쉬울 만큼 오마주로 가득 차 있다. 우선은 이 영화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수라 설희'라는 작품이 있다. 여성의 복수를 다루는 비슷한 플롯에 하얀 설원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는 오렌 이시이와 주인공을 오마주 했다. 그리고 한국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 '킬빌'에서 주인공 우마 서먼이 복수의 대상과 마주쳤을 때 나오는 BGM이 바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분노했을 때 나오는 BGM이라고 한다. 일본의 '아들을 동반한 검객'이라는 작품에서는 우마 서먼과 크레이지 88이 일본도를 들고 싸우는 장면을 오마주 했다. 사지가 대나무같이 잘리고 피가 분수처럼 분출되는 연출을 이 영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일본인 여고생이 뱀파이어 괴물들을 죽이는 애니메이션으로 타란티노 감독이 이 영화를 보고 감명받아서 이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오렌 이시이의 과거를 설명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겼다고 한다. 그래서 그림체가 그리 비슷했던 것이다. 그리고 오렌 이시이의 보디가드로 나오는 고고 유바리가 고등학생인 것도 이 영화를 보고 오마주한 것이라고 한다. 이소룡의 '사망유희'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킬빌의 아이콘인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오마주 했다. 킬빌의 하이라이트인 청엽정의 전투신에서 우마 서먼이 이 옷을 입고 등장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오마주 장면이 등장을 하는데 주로 '왜색'인 점이 아쉽긴 하지만 일본 문화에 심취해 있었던 감독의 개인적인 성향이니 이를 트집 잡고 싶지는 않다.

오렌 이시이를 처치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오는 블랙 맘바(우마 서먼) (다음 발췌)

  이 영화를 생각해 보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영화음악이다. 장면 장면마다 적절하게 흐르는 음악이 극 중 효과를 극대화하고 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게다가 흑백과 컬러의 조화도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는 피를 흘리는 장면이 매우 많이 등장을 하는데 이를 모두 컬러로 처리하지 않고 부분 부분 흑백으로 처리하면서 영화의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만화의 한장면 같은 결투장면 (다음 발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야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주연을 맡은 우마 서먼의 연기이다. 물론 액션 영화이기 때문에 그의 연기를 평가절하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직 그녀만이 이 영화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녀의 큰 키와 매우 뚜렷한 이목구비는 시원스러운 액션 연기가 가능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소룡의 노란색 슈트가 아무나 그렇게 잘 어울리기는 쉽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때로는 냉철하고 때로는 잔인한 결단력을 연기하는 그녀의 눈빛은 복수를 진행해나가는 한 서린 여인의 바로 그것이다. 그녀로 인해 '킬빌'의 '블랙 맘바'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훌륭하게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큰 키는 또 다른 매력이다. (다음 발췌)

  영화는 예측이 전혀 불가능하다. 대충은 알아차리겠는데 끝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영화이다. 그리고 알고 보더라도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이다. 여주인공인 우마 서먼이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기발하고 신기한 방법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2편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이려고 했던 빌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의 감정에 이입이 되어 슬프기까지 했다. 네가 과연 그 남자(빌)를 만나서 행복했을까? 너(우마 서먼)는 살인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데 , 평범한 삶을 산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그저 단순한 복수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철학적인 의문을 가지게 하는 영화이다. 사람이 과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며 살 수 있을까, 운명은 또 얼마나 강력하게 우리의 삶을 끌어당길까. 내 안에 잠재된 본성과 싸우며 도달한 그 길이 과연 고고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섭리대로 그저 본성에 맡기는 게 자연스러운 것일까.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액션 속에 참 많은걸 담아낸 명작이다.  

1편의 하일라이트 오렌 이시이와의 대결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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