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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플라토닉이었을까.진주귀걸이를한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2003)

by 꿈꾸는구름 2019.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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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네덜란드의 화가인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그 유명세에 비해 사생활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화가이다. 그가 그린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 알려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은 그가 그린 다른 작품과는 다른풍의 신비한 그림으로, 모델이 된 '소녀'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도 가지고 있다. 알려진 사실이 없기에 그저 그림 한점을 본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상상력에 의한 소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이 완성되었으며, 그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된 작품이 바로 이 영화이다.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내용은 아니지만 사람의 상상력이란 때론 현실보다도 현실감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준 영화이기도 한다. 

베르메르의 그림에 관심을 갖는 그리트 (다음 발췌)

  화면이 전반적으로 어두 침침하고, 장소의 변화도 거의 없이 대부분 '베르메르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를 이루고, 두 주인공인 '배르메르'와 '그리트'간의 사랑조차도 단지 눈빛으로만 나타내기 때문에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많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감독인 '피터 웨버'는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등 색감을 정밀하게 사용하여 표현한 빛의 효과로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베르메르'의 집 안에 스며드는 자연광으로 어둠과 밝음을 영화 화면 안에 자연스럽게 표현하여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이 배르메르의 그림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푸줏간청년 피터(킬리언 머피)에게 마음을 허락하는 그리트(다음 발췌)

  베르메르에 대한 비현실적이기만 한 사랑을 주체 못 해 자신을 좋아하는 푸줏간 청년인 '피터'에게 몸과 마음을 맡겨버리는 '그리트'의 현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신분과 나이, 어느것 하나도 녹록지 못한 그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바라보는 것일 뿐. 두 사람을 의심한 화가의 아내에 의해 쫓겨나며 베르메르의 화실로 올라간 그리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화가를 몰래 지켜본 후 다시 자신의 자리인 하녀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리트를 탐하는 라이벤 (톰 윌킨스) (다음 발췌)

  사위의 그림으로 장사를 하는 장모, 예술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남편인 베르메르의 사랑에만 갈급한 아내, 돈은 많으나 탐욕에 눈이 먼 '베르메르'의 후원자인 라이벤 등 천재화가의 주변에는 속물들이 득실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트의 존재는 베르메르에게 특별했다. 색깔을 볼 줄 알고, 베르메르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정도로 영리하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한 소녀에게 화가가 끌리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물감으로 색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며 교감하는 두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에게 빠져든다. 물감을 만들 때 닿을 듯 말듯한 두 사람의 손 사이의 안타까운 거리는 서로의 감정에 솔직해지고자 할 때 두 사람이 넘고 책임져야 할 신분의 차이, 윤리적 잣대 등의 벽이 얼마나 높고 두터울지 생각하게 되어 보는 이들도 그저 안타깝다.

라이벤을 향해 묘한 불쾌감을 표하는 베르메르 (다음 발췌)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생각을 한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연코 베르메르가 그리트의 귓불을 뚫는 장면인데, 귓볼을 뚫는 고통을 참아내는 그리트의 귀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가 새하얀 그리트의 피부색과 대비되어 묘하게 에로틱하게 표현이 되었고, 상상력을 자극하여 낯 뜨거울 정도로 선정적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매우 정적으로 표현되었으나 두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역동적으로 심리를 표현하고 있으며 이 영화가 가지는 또 다른 매력인 정적인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적인 마찰이 폭발적으로 보이는 장면이다. 명쾌하지 못한 영화의 엔딩 때문에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고 영화가 끝난 후 뭔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아마도 원작인 소설의 내용을 영화에서 많은 부분 생략이 되어서 그럴 것이다.

베르메르와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그리트 (다음 발췌)

  영화와 달리 소설에서는 피터와의 사이에 두 아이를 둔 엄마가 된 '그리트'는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베르메르'와마주치지 않기 위해 그를 피하며 살았는데, 베르메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그리고 '베르메르'의 유언에 따라 진주 귀걸이를 선물로 건네받은 후 다시금 마음의 갈피를 못 잡다가 진주 귀걸이를 전당포에 팔아 돈과 바꾸고선 진정으로 해방감을 느낀다. 그녀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베르메르에 대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육체를 넘어선 정신적인 사랑이었을 테지만 그것이 고통을 가져온 사랑이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었을지. 진주 귀걸이를 받고 끝이 나는 영화가 그것을 전당포에 팔아 돈으로 바꾸는 소설보다 오히려 깔끔하게 느껴지는 건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그들의 '플라토닉'한 사랑에 더 어울리기 때문이리라.

순수함을 폭팔시키는 데뷔초의 풋풋한 스칼렛 요한슨 (다음 발췌)

  개인적으로 '어벤저스'의 스칼렛 요한슨도 좋고, '돈 존'의 섹시한 스칼렛 요한슨도 좋지만, 그녀의 매우 풋풋했던 신인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이 가득했던 영화로 기억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에 등장하는 의문의 소녀와 너무도 비슷한 이미지는 영화의 집중도를 높여주는데 한몫을 합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선 의외로 목소리 연기를 한 영화가 많은데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매력 또한 이 영화의 '그리트'가 가지고 있는 '애절함'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도구가 된다. 그녀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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