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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만들어낼수없는감정.더랍스터(The Lobster.2015)

by 꿈꾸는구름 2019.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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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말해두지만 이 영화는 분명 코미디, 드라마 장르라고 명시되어 있다. 코미디라니... 이 영화는 한마디로 어둡고 위태롭고 기묘하기까지 하다. 익히 알고 있는 코미디와는 거리가 있다. '블랙 코미디'라면 모를까. 그것도 아주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강력한 '블랙' 코미디 말이다. 영화를 연출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독특한 세계관과 자신만의 정확한 색깔을 가진 감독으로 세 번째 장편인 '송곳니'로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으로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 영화 역시 독특한 설정과 연극같은 느낌의 연출로 주제를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대사와 상황으로 직설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택했다.  

주인공 데이비드(콜린 파렐)과 절음발이 남자, 혀짤배기 남자 (다음 발췌)

  '데이비드(콜릴 파렐)'가 생활하는 '도시'는 오로지 커플만이 허락되는 곳이다. 그곳에서 아내의 바람에 의해 커플메이킹 호텔로 보내어진 데이비드는 45일 내에 짝을 찾아 이 호텔을 벗어나야 한다. '짝짓기'에 실패를 하게 되면 동물로 변해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한다. 죄를 지은건 데이비드의 아내인데 데이비드가 왜 이런 '형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그리고 데이비드가 생활하고 있는 미래의 이 사회는 왜 커플에 목을 매는가. 영화의 초반에 가지고 있던 의문들이다. 데이비드는 동물이 된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냐고 묻는 직원에게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랍스터는 100년을 넘게 살고 죽을 때까지 번식을 한다고 한다. 데이비드는 100년이 넘는 장수 때문에 랍스터를 선택했을까, 죽을 때까지 '번식'을 한다는 점 때문에 선택을 했을까. 

부족함이 없는 호텔에서의 데이비드 (다음 발췌)

  영화는 온통 사랑에 대한 독재 같은 이미지를 뿜어내고 있다. 도시에서의 생활에서도 '커플'을 강요받고, 솔로들은 거리를 걷다가도 심문을 받는 사회이다. 자의든 타의든 솔로가 되면 커플 메이킹 호텔로 '강제로' 보내져서 '강제로' 커플이 되기를 강요 받는다. 커플메이킹 호텔은 겉으로 보기엔 매우 평화롭고 부족할 것 없는 곳처럼 보이지만, 어느 곳보다 삭막하고 살벌한 곳이다. 정해진 시간 단위와 종소리에 따라 사냥과 사교 시간이 정확히 갈라지고, 설사 커플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생활방식은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두 공간 모두 엄격한 규율이 존재하고, 그 규율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은 격리당하거나 처벌을 받게 된다. 

호텔 직원들은 커플의 장점을 연극으로 보여준다. (다음 발췌)

  호텔에서 사람들은 커플이 되기 위해 노력하거나, 아니면 45일이라는 시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다. 동물이 되느니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의 삶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동물보다 더한 행동들도 가차 없이 저지른다. 오로지 번식을 위해 관계를 갖는 동물들처럼 자신의 생존, 번식과 같은 필요해 의해 상대방을 선택하지만, 거짓으로 만들어낸 사랑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영화에서는 극단적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 사이에도 혼기가 꽉 찬 남녀가 대충 짝을 찾아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직행하는 것들을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더 랍스터'는 조금만 신경 써서 그 안을 들여다본다면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고민을 나누는 세사람 (다음 발췌)

  커플 메이킹 호텔 속의 사람들은 자신의 체류기간을 늘리기 위해 숲 속에서 숨어 지내는 솔로들을 찾아내서 처리한다.한 명당 하루의 체류기간이 연장되고 이들은 마치 동물을 사냥하듯이 솔로들을 사냥한다. 마취총을 쏘기는 하지만 더러는 폭력으로 그들을 처리하기도 하는 장면을 볼 때면 그들에게서 도덕의식과 자비란 도저히 찾아보기 힘들다. 솔로들을 사냥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어떤 하등동물 보다도 열등해 보이지만 우습게도 호텔에 머무는 자신들은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우월감으로 기간이 지나 동물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솔로들의 세계에서 짝을 찾은 데이비드 (다음 발췌)

  억지로 연을 맺은 사이코 여인이 개로 변한 자신의 형을 발로 차 죽였다는 것을 전해들은 데이비드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거짓 사랑을 들켜 버리는데, 메이드의 도움으로 그 여인을 죽이고 동물로 변하게 한 뒤 숲으로 도망간다. 외톨이 그룹들이 지내고 있는 그 숲에서 데이비드는 외톨이 리더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커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그 곳의 규칙을 지키기로 다짐을 하고 생활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억지로 맺으려해도 되지 않았던 커플이 되고 마는데, 그 상대는 자신과 같은 근시를 가진 여인이었다. 둘은 공통점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나라도 같은 점을 발견하면 기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커플 예감을 한다. 현실에서도 이 '공통점'이라는 것은 커플이 되는 기본요소가 되기도 한다.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두 사람이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하면 호감이 생기기도 한다.  

솔로 그룹의 외톨이 리더 (레아 세이두) (다음 발췌)

  이들을 의심하는 외톨이 리더를 살해하고 두 연인은 도시로 도망을 친다. 외톨이 리더에 의해 장님이 된 근시 여인을 위해 데이비드는 자신도 눈을 찔러 장님이 되려고 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데이비드는 눈을 찔렀을까. 하나의 반전이 있다면 데이비드가 눈을 찌르기 위해 화장실에 간 순간 근시 여인이 카페의 종업원을 불러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마치 눈이 보이는 듯한 암시를 준다. 외톨이 리더는 그들의 방식대로 커플들을 파괴하기 위한 장치를 이 커플들에게도 한건 아닌지. 실제 장님을 만든게 아니라 근시 여인의 눈을 잘 보이게끔 수술하고 데이비드의 반응을 본 근시 여인이 선택을 하게 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솔로 그룹을 탈출하는 데이비드와 근시 여인(레이첼 와이즈) (다음 발췌)

  사랑에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기도 필요없기도 하다. 오로지 두 사람에만 집중해 사랑이 만들어 지기도 하지만, 외부 적인 요소에 의해서도 사랑이 이루어 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사랑이라는 감정은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고 괴이하기까지한 영화이지만,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감정인 '사랑'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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