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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꿈이없는청춘.비트(Beat.1997)

by 꿈꾸는구름 2019.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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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1997년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20대때 꿈이 있었는가 생각해 보면 개인적으로는 있었다. 청춘은 지나와 본 바로는 그 당시에는 그 시간이 얼마나 밝고, 희망이고, 아름답고, 가슴뛰는 것인지 몰랐다. 그래서 '청춘(푸르른봄)' 이라고 하는건가.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시절의 소중함이 사무치게 느껴진다. 지난봄이 언제 지난듯 모르게 지나간것처럼. 다시올 수 없기에 그리고 다시 잡을 수 없기에 지나간 '청춘'이 그렇게 시리게 다가온다. 그런 시절을 꼭 닮은 영화가 바로 '비트'이다. 1997년에 개봉한 '비트'는 말그대로 정우성에, 정우성의, 정우성을 위한 영화다. 김성수감독이 밝힌 바 있지만 감독은 정우성을 자신의 '페르소나' 같은 존재로 영화에서 표현해 왔다. 이후에도 '무사', '태양은 없다'에서도 둘은 호흡을 맞춘다. 그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정우성'과 '고소영'의 캐스팅 만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영화는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너무 이미지에 연연하느라 정작 원작의 스토리와 원작자의 의도를 담지 못했다는 평도 있었으나 개봉 당시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청춘들에게 끼친 영향력은 정말 대단했다.

또 하나의 주인공 CBR 600F2 (다음 발췌)

  이 영화의 세번째 주인공이라하면 단연 이 오토바이일 것이다. 영화속 '민이(정우성)'이 갖고 싶어했던, 그래서 어두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번 돈으로 마련했던 오토바이. '비트'를 생각하면 이 오토바이의 굉장했던 배기음이 귓가를 울린다. 그리고 어둠속을 불안하게 달리던 그 시절 청춘의 모습을 보며, 시대적 불안감을 느꼈다. 물론 이 영화에서 시대적 상황을 설명해 주진 않는다. 다만 암울하고 불안했던 그 시절에 대한 느낌은 간간히 나온다. 영화라는게 시대적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우니까, SF가 아니고서야.

영화의 대표장면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이 장면 (다음 발췌)

  밤거리를 방황하며 자신이 원하던 오토바이를 타는 민이. 고속으로 질주하다 핸들에서 손을 놓고 바람을 느끼는 이 장면은 영화의 대표적 장면이자 그 시절 젊은 청춘들이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일탈이었을 것이다. 이 시절의 청춘들이 그나마 순수했다고 생각되는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탈이라야 오토바이로 질주하는것 밖에 없었으니까 지금처럼 수많은 방법들이 존재하는것도 아니었으니 그게 전부였다. 실제로는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영화에서는 어찌나 멋있던지.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이유중에 하나가 단순히 폭력적인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에 방황했던 청춘들의 모습을 너무 선정적이지만은 않으면서 마치 내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자화상처럼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싶다. 

남자가 보아도 참 잘 생겼다. (다음 발췌)

  지금도 큰 변화는 없지만. 1997년의 정우성은 말그대로 미소년이었다. 그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건 그 오랜 시간을 자신의 이미지에 별로 손상되는 일을 하지 않으며 연예인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사회적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의 이미지는 더 좋아진것 같다. 소신도 있고 올바른 생각을 가진 젊은이로서 말이다. 허영만 화백이 만화 '비트'를 그릴 때 ' 아스팔트 사나이'에 출연했던 정우성을 보고 그렸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인 만찢남'인 것이다. '비트' 이후로는 조폭영화에는 출연을 안하기로 다짐했다고 했는데, 영화가 사회에 끼치는 파급력에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생각이 깊은 청년이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성공 이미지를 이용해 손쉽게 부나 명예를 쌓아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히로인 고소영님. 로미역. 영원하라 (다음 발췌)

  90년대 고소영은 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의 청춘스타였다. 발랄하고 똑 부러지고 활기찬 이미지의 여성상을 주로 그렸는데 이 영화에서도 '로미'역할을 자기 분신처럼 연기했다. '전지현님'이 나타나기전까지 고소영의 열혈팬이었던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더욱 더 매력에 빠지게 되었었다. 그리고 영화상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인물은 바로 '로미'였다. 대개 고등학생들이라면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공부에만 치여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것이 없다. 단순히 남들이 말하는 불량 청소년의 모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청춘들의 모습을 다루며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고민이나 아픔을 표현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받지 않았을까. 

'비트'의 명장면들 (다음 발췌)

  영화의 시점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민이의 나래이션이 없었다면 영화의 매력도 반감되었을 것이다. 불안한 청춘들이 가지고 있던 복잡한 생각과 그때의 심정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대사가 참 와 닿았다. 그 시대를 살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고민과 아픔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청춘들의 고민이란 돌고 도는것 같다. 영화에는 지금은 스타가 된 '임창정'과 '유오성'이 친구들로 등장한다. 임창정은 특유의 유머러스한 연기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하고, 유오성은 예의 그 '남성스러움'으로 의리 넘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들의 감초연기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훌륭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연기가 아직은 조금 설익은 듯한 '정우성'의 연기를 이들이 감싸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냥 정우성의 영화 (다음 발췌)

  20여년이 지나고 이 영화를 떠올려 보았을때 처음 느낀 감정은 '아련함'이었다. '아쉬움'일 수도 있지만. 뭔가 가슴이 저려오는 느낌이 있었던 건 이 영화를 보던 그 시절 나의 '청춘'도 영화 속 주인공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고민과 방황을 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2019년 지금의 청춘들도 많은 방황과 불안이 있겠지만. 97년 그 시절 '청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면 모든 시대의 '청춘'은 방황과 불안을 안고 있는가보다. 또 그래서 '청춘'인 게다. 그렇기에 나는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이 영화를 대표적인 청소년 허세용 영화라고 취급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정해진 답이 없기에 계속해서 질주할 수 밖에 없었던 감성의 몸부림들. 그 모습들은 '중년'이 된 내 삶에 아직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성장 할 수 없어, 어른도 청소년도 아닌 그 틈 어딘가에 끼여있는 내모습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다. 나이만 어른이 된다고, 당연하게 어른이 되길 강요하는 사회. 많은 장면들이 그렇게 함께 했다. 그리고 장면을 빚은 연출이 그것을 표현해 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지난 세월이 느껴지는 영화의 장면들이 그 감정을 더욱 할퀴었다. 청춘들의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감각있게 보여준 영화로 기억된다. 물론 호불호는 있기에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 장면에서 '민'은 죽어가며 "그리운 것들이 너무 많아..."라고 속삭인다. 로미가 보고 싶다고 속삭인다. 거기서 처음으로 민은 자기 욕망을 가지게 된다. 살고 싶다고, 그립다고, 보고 싶다고. 꿈이 없었지만, 사실은 꿈이 없는대로 살아온 인생 속에 민의 '꿈'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저 삶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것. 영화 '비트'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주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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