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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시리도록가슴아팠던.그녀(Her.2013)

by 꿈꾸는구름 2019.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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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인상적인 포스터 .(다음 발췌)

  '호아킨 피닉스'라는 배우는 형인 '리버 피닉스'의 후광을 입은 배우는 아니다. 오히려 리버 피닉스가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하면서 그에게 쏠린 시선은 형만한, 형보다는, 형만큼... 이라는 버거운 무게로 그의 어깨를 짓눌렀을 것이다. 영화 'Her'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로,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자신은 너무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테오도르'를 연기한다. 이 영화에서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요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게 조용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호아킨 피닉스의 단연 최고의 연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SF'가 흥미로운 이유는 현재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사고실험' 때문이다. 이 영화는 미래의 사랑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사랑은 가능한가?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가? 연인의 성장을 기뻐할 수 있는가? 편협한 소유의 관계가 아니라, 확장된 관계란 무엇일까? 연인에게 몸이란 무엇일까? 기계는 진짜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란 많은 질문을 하게 된 영화이다.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테오도르 (다음 발췌)

  영화는 인간인 주인공 '테오도르'와 컴퓨터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목소리)'와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사만다는 몸(형체)없이 오로지 목소리만 존재하지만, 테오도르와 정서적 교감뿐만 아니라 어떠한 신체접촉도 없이 '성적교감'에 이를 정도로 둘은 깊은 관계를 맺는다.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서로가 자아를 찾게 할만큼 충만한 것이었다.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들과는 관계를 잘 맺지 못하지만, 사만다와 만남을 통해 치유된다. 사만다 역시 테오도르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면서 학습을 하고 초지능적으로 성장하게 되며, 기계적 정체성을 깨닫는다. 하지만 끝내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작별을 고하고 그를 떠난다.

고독의 끝을 보여주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 (다음 발췌)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위계 질서'가 성립 된 관계에 있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완벽한 개인비서로서, 사랑이 끝날때까지 이 역할은 계속된다. 사만다는 비록 기계이어도 자율적 존재이지만, 테오도르의 편지글을 출판사에 보내 책을 출간하는 역할 이상을 못한다. 사만다의 여성적 역할과 기계적 위치는 인간 남성인 테오도르 아래에 존재한다. 사랑은 위계 관계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 성립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서 인정했을 때에만 완전한 사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인 '테오도르'는 동등한 관계로 인식을 못하고 '사만다'는 인격체로의 한계성을 절감한다. 그 둘의 관계는 더 이상 진전을 이룰 수 없다.

테오도르와 이혼한 그의 아내 '캐서린'(다음 발췌)

  테오도르는 '진짜 감정','진짜 몸'이라는 인간적 가치를 자기 중심적으로 우위에 두었다. 테오도르는 목소리만으로 존재하는 사만다에게 자신의 환상을 투영함으로써 현실적으로 부재하는 몸의 구멍을 메운다. 사만다가 '대리 섹스'를 제안했을때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실제로는 인간적인 몸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자 그의 감정에는 변화가 생기고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듯 갑자기 현실을 떠올린다. 이에 실망을 한 사만다가 떠나자 그는 헤어진 부인에게 진심을 담은 진짜 편지를 보내며 인간적인 사랑을 확인한다. 전 부인과 결과적으로 재결합을 하지는 못하지만 '사람'의 진심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인간'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군중속에 더욱 고독한 테오도르 (다음 발췌)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탐색하고 네트워크를 무한히 확장 할 수 있는 사만다는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누구의 것이기도 하다. 사만다에게 사랑은 상자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무한대로 늘어나고 확장하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테오도르는 사만다의 기계적인 타자성을 완전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사랑을 성찰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그게 이 영화에서 주는 중요한 메세지이다. 자아성찰에 대한 이야기.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고요함속의 깨달음을 말해주는 영화이다. 

테오도르와 직장동료 '폴'(크리스 프랫). (다음 발췌)

  이 영화에서는 또한 음악이 인상적이었는데, '아케이드 파이어'라는 캐나다 출신의 인디 록밴드가 음악을 담당했다. 영화를 관통하는 공허함과 차분한 느낌을 음악이 아주 잘 감싸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테오도르의 표정들 위로 흐르는 음악들이 그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어느 부분에선 음악이 흐르고 있었지만 음악이 없는 듯한 느낌도 받았으니, 말 그대로 '배경음악'으로서의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었다고 생각된다.

사만다 목소리 '연기'를 보여준 '배우' 스칼렛 요한슨. (다음 발췌)

  사실을 고백하건데 이영화를 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스칼렛 요한슨'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오로지 목소리만 들을 수 있지만 우린 이미 스칼렛 요한슨을 알기에, 목소리 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표정과 몸짓을 상상할 수 있었다. 최근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어밴져스의 '블랙위도우'로 대표되는 액션여배우 이미지로 변모하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16살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청순함의 극치를 보여준 떡잎이 남달랐던 '여배우'다. 영화 'Her'에서 스칼렛은 테오도르를 위로해주는 인공지능 OS인 '사만다'를 '목소리' 연기한다. 나른하고 뭔가 끈적한 목소리로 정말 '연기'를 한다. 연기 잘하는 배우였다. 그녀는. 한동안 잊었던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모습을 되새겨준 영화이기도 하다.

테오도르의 오랜 친구 '에이미'(에이미 아담스)(다음 발췌)

  소통에 대한, 공감에 대한 영화이다. 미래에는(멀지않은) 진정 이런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단절된 인간관계를 더욱 더 매마르게 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스마트한 세상에서 가족간의 단절도 쉽게 접하고 익숙해져 가는 우리 모습에서 어렵지 않게 상상해 볼 수 있다. 너무나 진보해버려서 자신을 떠나야 겠다는 아만다를(그녀는 인공지능 컴퓨터다) 잊지 못해 울부짓는 테오도르를 보며,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도. 영화의 마지막은 테오도르의 여자 사람 친구인 '에이미(에이미 아담스)'와 묘한 관계를 암시하며 옥상에서 둘이 앉아 있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둘의 관계가 심히 궁금해지기는 하지만 둘이 친구로 남아도 연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결말이었다. 테오도르가 결국 다시 인간적인 사랑을 얻게 될지, 조언자이자 친구로 편안한 관계를 유지했던 둘의 사이가 변하게 될 지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마주앉은 둘의 모습이 너무도 편안해 보였고 '인간적'으로 보였다는게 중요한 일인것 같다.

(덧붙여) 지금은 주연급인 두 배우가 조연으로 출연한다. 지금은 슈퍼맨의 연인이 된 '에이미 아담스'와 '스칼렛요한슨'의 어밴져스 동료인 '스타로드' '크리스 프랫'의 풋풋한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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