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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썸머효과에풍덩.500일의썸머(500 Days Of Summer.2009)

by 꿈꾸는구름 2019.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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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500일의 썸머 포스터 (다음 발췌)

  '운명'을 믿는 톰. '운명'은 없다 믿고 있는 썸머.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그덕 거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연인과 친구사이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연애를 하는 사이로 발전을 하지만 각자가 가진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서로 닿을 수 없는 기찻길 마냥 평행한 관계를 유지 할 뿐이다. '조셉 고든 래빗'이 연기하는 '톰'은 삶에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어릴 적에 본 영화 '졸업'을 잘못 이해한 탓에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앞에 말대로 '운명'같은 존재인 '썸머'가 나타난다. 하지만 '썸머(주이 디샤넬)'는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고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으며, 사랑에 대한 환상도 운명도 믿지 않는 철저히 현실주의적인 사람이다.

운명을 믿는 '톰'과 운명따위는 믿지 않는 '썸머' (다음 발췌)

  '톰'은 운명의 상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녀에게 신호를 보내고 반응하지 않는 그녀를 보며 또 혼자 좌절한다. 같은 남자가 보아도 참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지만, 그를 마냥 탓할 수만은 없는 게 세상 거의 모든 남자들이 톰처럼 그럴 것이기에, 나 또한 '세상 거의 모든 남자들'에 속해 있는 한 남자이기 때문이다.남자와 여자는 생각의 차이가 있기에 두 남녀의 만남에는 항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구조가 다르다고 해야할까. 방식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남자는 전적으로 여자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자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차이에서 시작되는 벌어진 틈은 예고된 결말처럼 끝을 향해 내달리지만 문제는 서로 그 끝을 외면한 채 사랑을 한다는 데 있다. 사랑이라는 게 서로 알아가며 맞추어가며 벌어진 틈을 메꾸어 나가는 것이라 믿고 있기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방식의 만남이라면 장담하건대 그 끝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음악'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 두 사람 (다음 발췌)

  초반부터 후반까지 두 남녀의 만남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건 '썸머'이고, 그녀를 따라다니는 존재는 '톰'이다. '톰'은 운명을 믿기에 사랑을 위해 '노력' 따위는 하지 않는 것이다. 또 그가 믿는 운명이란 거스를 수 없기에 또한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거지 같은' 믿음으로 말이다. '썸머'는 '톰'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고 함께 공유하고자 하지만 '운명'을 믿는 '톰'은 눈앞에 있는 그녀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꿈은 가지고 있는지, 가족은 어떤 사람들인지, 친구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관심이 없다. 아니면 관심을 둘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녀는 '운명'이기에, 자신에게 '스스로 찾아온 존재'이니까 말이다. '톰'의 그런 자세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된다. 모든 일을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원하고 이루어지길 그저 '바라기만'한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이점이 두 사람의 가장 큰 문제점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톰'만 모르고 있다. 

사랑하는 두 연인은 언제나 빛이 나는것 같다. (다음 발췌)

  '썸머'가 자신의 집에 파티가 있다면서 초대한 장면을 '톰'이 '원하는 것'과 '현실'로 나누어서 보여주는 장면이야 말로  '톰'의 사랑에 대한 자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예견되다시피 두 장면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운명에 기대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떤일이 일어나길 바라기만하는 '톰'의 '바램'은, 보기좋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처절하게 파괴된다. 그 장면에서도 볼 수 있듯이 '톰'은 그저 약간의 '노력'이라던지 바라는 일을 얻기 위해 '행동'을 했었더라면 변화가 있었을 일일텐데도 전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그저 바라기만 한다. 그리고 늘 그랬듯 혼자서 실망을 하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 (다음 발췌)

  두 사람의 연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썸머'와 첫 관계를 가지고 난 다음날, 세상을 다가진 것처럼 거리에서 행복해하는 '톰'을 보면서 대체 '톰'이 한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 결정적인 순간에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혼잣말을 되뇌이며 자신감(?)을 북돋는 말을 자신에게 되뇌이는것 말고, 자신을 그토록 행복하게 만들어준 첫 관계를 위해 그가 한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가 화장실을 나왔을때 그를 기다리는건 옷을 벗고 침대위에서 기다리는 '썸머'였다. 그 '관계'마저도 오로지 썸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톰'이다.

100일이 지나 '썸머'의 집에 가게 된 '톰' (다음 발췌)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시들어 졌을때도 '톰'은 문제점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썸머'는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일관되게 수동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톰'의 모습은 아닐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썸머'는 지쳐가고 있었을 것이고, 우리 관계는 무엇이냐며 오히려 되묻는 그가 어떻게 보였을지. 적어도 내가 알기에 '사랑'은 서로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가 된다. 오히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보다 유지해 나가는 게 어려운 이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두 사람의 차이점에서 오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그것은 사소할수도 있고 매우 중대한 일일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모이면 두 사람의 사이는 알게 모르게 간극이 생기고 벌어지게 되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썸머'의 팔에 도시 스케치를 해주는 '톰'(다음 발췌)

  '톰'에 비해 '썸머'는 현실적인 사랑을 외치면서도 '사랑'에 대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연애를 한다. '톰'의 꿈과 미래에 대해 공감해주고, 그의 친구들과의 관계도 어려워하지 않고 그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톰'을 대한다.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톰'을 향해 뭐 '그런 시시한 일을 하려고 그래.'라며 질타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톰'은 '링고 스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썸머'를 향해 '링고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라며 무시하는 말을 너무도 쉽게 그녀에게 내던진다. 나중에 그녀의 집에서 발견한 '링고 스타'의 초상화를 발견했을 때에도 '톰'은 아무런 감흥도 없는 듯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만약에 반대로 '썸머'였다면 그런 맬을 했다는 것에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톰'에게 사과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톰'은 무관심하게 그런 상황 마저도 그냥 흘려버린다.

틈이 생기기 시작하는 두 사람 (다음 발췌)

  이런 반복이 '썸머'를 지치게 했을 것이고 변하지 그의 모습에 더욱 힘들어 했을 것이다. '썸머'도 정확하게 그렇다고 설명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지만 '제3자의 눈'은 언제나 당사자들 보다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니 그렇게 생각이 된다. '썸머'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톰'과 연애 시절 자주 찾았던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를 만난다. 결혼을 한 이유를 묻자 그녀는 말한다. '그는 내가 읽는 책을 물어보았어. 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가 운명처럼 느껴졌어.'  그것이 '톰'과 '썸머'가 결혼한 그 남자와의 차이점이다. 행동을 한다는 것과 그저 운명을 따르며 기다리기만 하는 것.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건축 사무실에 면접을 보러간 '톰'이 면접을 기다리다가 같이 면접을 보러 온 한 여성을 만난다. 두 사람은 첫눈에 호감을 가지지만 선뜻 말을 건네지 못하고 가벼운 대화만을 나누지만 면접을 보러 가는 도중에 '톰'은 가던길을 다시 돌아와 그녀에게 차한잔 하자는 제안을 한다. '톰'의 첫 '행동'이다. 그리고 이 행동의 결과는 '가을'을 만나는 운명을 만들게 된다.

결혼한 '썸머'와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는 '톰' (다음 발췌)

  개인적으로는 '운명'을 믿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썸머'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운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행동'도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해준 영화였다. 덧붙이자면, 정말이지 '주이 디샤넬'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배우였다. 노래도 잘하고.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톰의 여동생으로 등장하는 '클레이 모레츠'는 10대 때가 진정 '리즈'시절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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